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19년 유스펀치는 11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중에서 도심 속 조류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새삶>을 만났습니다. 8월의 첫 번째 토요일, 청주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만난 <새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하루 2만 마리 새들이 죽는다고?

해외의 통계가 아니다. 환경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죽는다고 한다. 무엇이 이토록 무수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일까? 대량학살의 주범은 놀랍게도 이제 너무 흔한 도시의 풍경이 되어버린 건물과 방음벽의 유리창이다. 이런 현상을 조류충돌(bird strike)라고 부른다.

두꺼비생태문화관에서 조류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국립생태원 김영준 박사의 강연이 열렸다.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하루에도 수만 마리의 새들이 죽는데 우리는 왜 조류충돌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까? 우리가 새들의 사체를 발견하기 전에 환경미화원이 치우거나 길고양이가 물어간다.

새들은 시력도 좋은데 왜 유리에 부딪힐까? 새들은 유리의 투명성과 반사성 때문에 유리창이나 유리벽을 개방된 공간으로 착각한다. 비행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유리창과 충돌하면 대부분 죽음에 이른다. 사실 사람도 유리를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 그 곳에 유리가 있다고 예측할 뿐이다.

조류충돌 사고를 어떻게 예방할 수 없을까? 맹금류 스티커는 효과가 없다. 환경부가 제안하는 5×10 규칙을 기억하자. 기존 건물이나 방음벽의 유리창에 새들이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간격마다(높이 5cm, 폭 10cm) 점을 찍거나 선을 표시하면 새들은 이를 피해 비행한다. 새로 설치하는 건물이나 방음벽에는 유리 사용을 줄이고, 자외선을 반사하는 특수 유리, 무늬가 들어간 유리 등을 사용해야 한다.

김영준 박사님이 강연2시간 순삭 김영준 박사님이 강연에 청주 시민 50여 명이 참석했다.

새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장애물 투명방음벽이 대형화되고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강사

새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장애물 투명방음벽이 대형화되고 증가하고 있다.

무고한 생명을 구하자!

오늘 강의를 주관한 <새삶>은 도심 속 조류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청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동아리이다. 평소 환경과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민규는 환경부의 포스터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영문도 모른 채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연간 800만 마리?! 올해 3월 무고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뭐든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활동을 계획했다.

<새삶>은 지역 시민에게 조류충돌 사고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줄이기 위해 생활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내용을 담은 판넬과 5×10 규칙을 적용한 유리창 샘플도 제작했다. 시민들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한다. 오늘 강의도 공부의 일환이다. <새삶>은 지역 축제에서 캠페인 부스를 운영하며 수백 명의 시민들을 만났다.

“하루 2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는 걸 듣고, 내가 뭐하면 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 분들에게서 힘을 많이 받는다.” – 장민규

“홍보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수행평가 때 버드 스트라이크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했다.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해 아는 친구들이 거의 없더라. 대중적으로 많이 알리고 싶다.” – 이서영

9월부터는 청주 시내 투명방음벽에서 조류충돌 사고가 얼만큼 발생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모니터링 결과는 자연관찰 사이트 ‘네이처링‘가 진행하고 있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을 통해 기록한다. 데이터의 활용 방안은 김영준 박사님의 자문을 얻어 구체화하기로 했다.

캠페인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판넬

캠페인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판넬

조류 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5×10 규칙을 적용한 유리창 샘플

조류 충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5×10 규칙을 적용한 유리창 샘플

새의 삶새로운 삶

사실 <새삶>은 멤버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세 명의 멤버로 시작했는데, 민규를 제외한 두 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는 바람에 보름 전에 신규 멤버 8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팀워크를 다지며 남은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활동기간은 짧지만 누구보다 열정이 불타오른다.

“활동하기 전에는 환경단체만 환경보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활동해보니까 환경을 보호하는데 나도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 정호연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참새가 죽어 있었다. 차에 치인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죽었지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버드 스트라이크 같다. 활동을 시작하고 바닥을 자주 보고 다닌다.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 이지영

진지하게 강연을 듣는 '새삶' 멤버들

진지하게 강연을 듣는 ‘새삶’ 멤버들

시민들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삶>이 만들고 싶은 작은 변화는 무엇일까? ‘새의 삶’과 ‘새로운 삶’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갖는 모둠명처럼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한다. 멤버들은 활동을 통해 청주 지역의 조류충돌 사고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는 새들의 무고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보고 싶다. <새삶>은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모인 곳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방법을 함께 찾아보면 좋겠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청소년들이 자체적으로 뭔가 해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은데, <유스펀치>를 통해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 장민규

“단지 버드 스트라이크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느끼고 성장하는 활동이면 좋겠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많으니까 타 지역까지 가는 건 힘들다. 청주 지역만이라도 죽는 새들의 수를 줄이고 싶다.” – 이서영

<새삶>의 활동은 새들에게 ‘새의 삶’을,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있기를. 남들보다 섬세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글 |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새삶 멤버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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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삶>과 함께 네이처링 미션 참여하기
https://www.naturing.net/m/2137/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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