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19년 유스펀치는 11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중에서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활동하는 <그때도알았더라면>을 만났습니다. 9월의 마지막주, 경기도 성남에서 만난 <그때도알았더라면>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퇴는 처음입니다

이승원 씨는 열일곱 살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가 일반고를 자퇴하고, 다니던 대안학교까지 그만두려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너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래?” 학교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듯 불안을 부추기는 말들 사이에서 승원 씨는 외로웠다. 현실을 잊고 싶어 그가 선택한 건 게임이었다. PC방만이 마음 편한 공간이었다. 22살이 된 지금 그는 생각한다. 그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스무 살 무렵 그는 운이 좋게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에서 진행한 ‘길찾기학교’를 통해서였다. ‘길찾기학교’는 대학에 가지 않은 19세부터 25세까지의 청년들이 인턴십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왜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이런 지원을 해주지? 왜 나한테 이런 친절을 베푸는 걸까? 의심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선생님도 저에게 관심이 없었고, 부모님하고도 갈등이 많을 때라 누구도 믿을 수 없었어요.”

‘길찾기학교’를 처음 알게 된 건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의심이 갔지만 평소 신뢰하던 선생님이 공유한 정보이기에 믿고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해볼 기회를 만났다. 맛집 사장님을 인터뷰도 해보고 요리학원도 다닐 수 있었다. 요즘은 도시락 사업을 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밥플러스에서 인턴으로 일한다.

“저는 성인이 돼서야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지원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전에는 검정고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오히려 ‘문제아’라며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죠. 제가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정보와 이야기들을 다른 ‘자퇴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화면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우리가 겪은 어려움이 반복되지 않길

그는 길찾기학교에서 만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페이스북 페이지 <어서와, 자퇴는 처음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팀 이름은 <그때도알았더라면>이다. 이름처럼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누군가가 또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한 학교밖청소년을 위해 진로 프로그램 정보도 올리고, 돈이 없어 놀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공연 정보도 올린다. 그리고 승원 씨의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 카드 뉴스 연재도 하고 있다.

“중학교 때는 등하교 할 때, 학원 갈 때, 운동할 때 다 친구들하고 보내잖아요. 학교밖청소년이 되니까 만날 친구들이 없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도 할 일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PC방 가고 노래방 가고 영화 보러 가고 뭘 해도 혼자였어요. 처음에는 우울했는데 결국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제 얘기로 카드 뉴스를 만들었어요.”

꾸준히 게시물을 올리다 보니 상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도 종종 온다. 학교밖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했거나 일터에서 차별받는다는 상담들이다.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들도 소개해주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는 걸 그는 잘 안다. 자신도 겪어본 일이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가 온라인 활동과 더불어 오프라인 모임을 정기적으로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교밖청소년은 부모가 무관심할 거라고 생각해 월급을 안 주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부터 어렵고요. 하는 일은 단순 노동인데도 다 고졸 이상을 원하더라고요. ‘자퇴생’은 문제아일 거라는 인식 때문인 거 같아요. 저도 일할 때 사람들이 저를 보는 눈빛이 힘들었어요. 우리가 모여서 이런 경험을 이야기하고 서로 지지해주면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설문조사를 통해 들어본 자퇴생들의 이야기로 만든 카드뉴스

설문조사를 통해 들어본 자퇴생들의 이야기를 카드뉴스로 제작했다.

모임은 소소하다. 모여서 밥을 먹고, 보드게임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 속에서 정보도 나누고 위안도 얻는다. 승원 씨는 학교밖청소년은 학교를 나왔을 뿐 혼자가 되길 선택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방황할 때 마음을 잡도록 도와준 것도 ‘일하는학교’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며 느낀 소속감이었다.

“제가 ‘일하는학교’를 만나 소속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힘든 일이 있을 때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느낌이었어요.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싶어요. 좋은 건 멀리 알리라고 하잖아요.”

그에게 소속감은 안정감과 상통한다. “너 어떻게 할래?”하며 불안을 부추기는 말이 아니라,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들과 연결될 때 안정감 느끼고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서와, 자퇴는 처음이지?>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도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서이다. 그 역시 이 페이지를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중이라 말한다.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못나기도 하고 좀 밉거든요. 찌질해 보이고요. 저도 이 일을 하면서 제 상처를 꺼내 보고 과거를 치유하는 거 같아요.”

학교밖청소년들과 정서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식사 만남 모습

학교밖청소년들과 정서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식사 만남도 진행한다.

 포기하지 않는 기회를 열어준 유스펀치

그는 유스펀치가 자신에게 ‘기회’였다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 끝까지 하고자 했던 일을 끝내보는 기회 말이다. 사실 어려움도 많았다. 카드뉴스부터 영상까지 해본 적 없던 일을 하나하나 배워서 해내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또 함께 하는 친구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또 다른 어려움이 생겨 함께 하지 못하게 됐을 때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 활동을 흐지부지 끝내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그때도알았더라면>은 그동안 인터뷰했던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들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정리해 업로드하고, ‘자퇴생’들의 사연을 모아 라디오 방송을 만들 계획이다. 소소한 정보와 사연이지만 이런 것들이 모여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학교밖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흘러넘쳐 ‘자퇴’가 자연스러운 하나의 선택지로 여겨지는 날이 오길 이들은 간절히 바란다.

글 | 우민정 작가

인권 교육을 받던 모습

인권 교육을 받고 ‘그알’의 지향과 가치를 정립했다.

카드뉴스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정보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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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어서와, 자퇴는 처음이지?>
http://bit.ly/어서와자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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