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반디>는 2004년 개설 이래 교육 인프라 구축과 보급을 거쳐 실천중심형 교육으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나눔교육 3기(2015-2019년)는 많은 청소년들의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청소년들이 우리의 동료시민이라는 사회 인식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했습니다. 2020년부터 나눔교육은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와 통합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사회참여를 지원합니다. 새로운 도약에 앞서 사업의 성과를 지속시키고, 개선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눔교육 3기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눔교육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8명의 멘토그룹 ‘반딧불이’가 있었는데요. 반딧불이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청소년 활동을 지원한 박혜란, 송은옥님과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
“청소년이 모금 활동을 한다고?”
지인으로부터 나눔교육을 소개받았을 때 박혜란 씨는 먼저 놀랐다. 그전까지 생각했던 교육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5년 전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나눔교육 반딧불이(멘토)를 시작했다. 첫해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눔교육이 기존의 교육과 얼마나 다른지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눔교육에서는 청소년들이 결정하지 않으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청소년들이 멈추면 저도 멈춰야 했어요. 수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게 중요했죠. 전에도 전 소통 위주의 창의수업을 해왔는데, 그것 역시 강사 위주의 교육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눔교육이 진행되는 교실에는 ‘교사’가 없다. 대신 그 공간을 채워주는 건 ‘반딧불이’(멘토)이다. 반딧불이는 길잡이이기도 하고 멘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경청하는 사람이다. 송은옥 씨 역시 나눔교육은 반딧불이가 아닌 청소년이 끌고 가는 수업이었다고 말한다. 그를 위해서는 반딧불이는 청소년을 누구보다 신뢰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했다.
“청소년들은 반디라고 부르고, 저희는 반딧불이라고 불러요. 반디는 반딧불이의 줄임말이고 둘은 결국 같은 말이에요. 반디와 반딧불이 모두 사회에 빛을 만드는 ‘동반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우리가 한다고 되겠어?’ 했던 청소년들의 변화
나눔교육 방식이 낯설기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그들은 자신들에게 결정권과 힘이 있다는 걸 믿으려 하지 않았다. 송은옥 씨는 이런 청소년들의 변화를 마음속에 하나하나 담고 있다. 다문화 고등학교를 처음 찾아갔을 때, 소극적이었던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다문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고등학교였어요. 워낙 외진 곳에 있다 보니까 버스가 잘 안 다녀서 택시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학생들의 공통된 불만이 하나 있었어요. 택시를 타면 항상 멀리 돌아간다는 것이었어요. 학생이라는 이유로 차별한 거죠. 그런데도 다들 처음에는 ‘우리가 말해도 소용없어요’라면서 고개를 내저었어요.”
이 모둠은 먼저 버스 노선을 증설하기 위한 교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런 활동을 알게 된 교장선생님이 시장과의 면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청소년들의 변화는 두드러졌다. 자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박혜란 씨는 길에 나가 시민들과 마주하며 캠페인을 진행할 때마다 청소년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고 한다.
“’이거 해서 되겠어?’, ‘우리가 이렇게 한다고 변화가 생기겠어? 그랬던 청소년들이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줬어요.’ ‘관심을 많이 보였어요.’ 캠페인을 나가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와서 경청하는 시민들도 있거든요. 고맙다며 간식을 사오기도 하고요. 아무도 안 들어 줄 거라 생각했는데 관심을 보이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보고 힘을 얻었더라고요.”
각자의 속도와 의사를 존중하는 안전한 장에서 다양성을 배우다.
청소년들의 변화는 학교에도 다른 활기를 가져다주었다. 각자의 속도와 의사를 존중하는 안전한 장이 열리자 학생들이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박혜란 씨는 나눔교육이 학교 선생님들의 변화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늘 ‘문제아’로만 통용되던 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이 캠페인 영상을 찍는데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거예요. 영상을 찍으러 그 학생이 교무실에 갔을 때 다들 혼나러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죠. 나중에 그 학생이 찍은 영상을 다 같이 보면서 선생님들도 새롭게 그 학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어요.”
두 사람 모두 참여 청소년 ‘반디’의 학부모이기도 했다. 박혜란 씨는 자녀들에게 나눔교육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학교, 학원밖에 없잖아요. 나눔교육에 참여하면 다양한 모둠의 활동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이제 저희집 아이들은 길에서 캠페인 하는 걸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한 사람의 관심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아니까요.”
송은옥 씨는 나눔교육이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청소년들에게 공적 발언을 하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을 말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지자를 구해보는 경험이야말로 시민 되기에 가장 필요한 밑바탕이다. 특히나 성적으로 줄 세우는 지금의 교육 환경에서는 누구나 나눔을 할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소중했다. 이런 경험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청소년도 있었다.
나눔교육을 되돌아보며 두 사람이 공통으로 말한 건 ‘신뢰’였다. 어려서, 경험이 부족하니까 할 수 없으리라고 단정 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힘, 그것이 청소년들의 진정한 힘을 끌어낸 나눔교육의 오랜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늘 반딧불이가 있었다. “청소년이 모금 활동을 한다고?” 누군가 놀란다면 그들을 이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가 서로를 신뢰할 수만 있다면, 청소년들에게는 충분히 자기 스스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답니다.”
글 | 우민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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