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세상으로 나오는 보호종료아동들. 미디어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에는 종종 동정이나 편견의 시선이 담깁니다. 하지만 현실의 열여덟 어른들은 누군가의 시선에 갇혀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 또한 꿈을 찾는 보통의 청춘이라고, 자신의 목소리로 당당히 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캠페인 <열여덟 어른>. 여기에 참여한 주경민 캠페이너는 보호종료아동의 삶에 대한 메세지를 담아 캐릭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주경민 캠페이너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요? 어떤 마음의 변화가 생겼을까요? ‘가치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그림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열여덟 어른 캠페인의 주경민 캠페이너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사회문제를 더 친근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가치가 사람들에 전달되는 그림, 그런 작업을 하길 꿈꾸는 사람. 주경민 캠페이너는 스스로를 ‘자신이 해내고 싶은 꿈’으로 소개합니다. 거기에는 자신을 뚜렷이 알아가며 목표를 향해 걸어가려는 그의 다짐이 담겨 있습니다.

주경민 캠페이너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한 <열여덟 어른> 캠페인. 여기서 그는 자신의 그림 작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주경민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보호종료아동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기 보다, 가상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에 동물 캐릭터 제작, 캐릭터를 활용한 웹툰 ‘어쩌다 사막’ 연재가 진행되었습니다. 머그컵과 맨투맨 티셔츠, 핸드폰 케이스 등 굿즈 제작도 이뤄졌는데요. 캐릭터와 연결된 다양한 작업물을 경험해봄으로서, 주경민 캠페이너는 그림 작업자로서의 작업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주경민 캠페이너의 창작물 <어쩌다 사막> 캐릭터

어쩌다 사막에는 저의 모습과 세상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담겼어요.

극지방에서 사는 펭귄 숨펭이와 북극곰 방곰, 북극여우인 맘폭까지. 극지방에서 갑자기 사막에 떨어진 이 캐릭터들이 주경민 캠페이너의 손에서 태어났습니다. 각각의 캐릭터에는 주경민 캠페이너가 세상에 나왔을 때의 느낌, 그와 같은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사회적 문제들이 담겨 있지요. 숨펭이에게는 사회에 나서는 보호종료아동의 모습을, 북극곰인 ‘방곰’에게는 보호종료아동의 주거문제를, 북극여우 ‘맘폭’을 그리면서는 홀로 세상에 나온 보호종료아동에게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을 사막으로, 거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극지방에서 온 동물들로 잡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북극곰이 자기가 살던 극지방에서 얼떨결에 사막이란 공간에 떨어지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치 보육원에서 갑자기 세상으로 나온 제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지요. 무엇보다 극지방의 동물들을 캐릭터로 잡으면서, 각 동물이 처한 실제 상황이 세상의 중요한 문제와 연결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구 온난화로 점점 녹아 사라지는 북극의 얼음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멸종 위기에 처하면서 세상의 관심이 필요한 동물들이잖아요.”

이야기를 짜는 것 외에 그림작업 과정도 그에게는 도전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사람을 주로 그렸다면 이번에는 스토리상 전부 등장인물을 동물로 그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연재 초반에는 원하는 캐릭터 모양이 잘 안 나왔다며, 하지만 연재 회차를 거듭하면서 작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이 행복했다며 밝게 웃었습니다. 그간의 작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연재분 하나하나가 소중하지만 특히 기억나는 화를 꼽는다면 2화입니다. 펭귄 캐릭터인 ‘숨펭이’가 갑자기 사막에 떨어지게 되는 에피소드에요. 사막에서 숨펭이가 돌아다닐 때 항상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나오지요. 살아온 환경이 달랐고 생김새가 다를 뿐인데, 마치 자기 잘못인 것처럼 얼굴을 숨기고 다니거든요. 이런 캐릭터와 이야기에는 제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어쩌다 사막> 웹툰을 작업하고 있는 주경민 캠페이너

나의 문제는 개인을 넘어 우리의 문제이기도 해요.

이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 보호종료아동으로서의 그의 삶은 그저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예전의 경험들을 당연시 하며 지나온 그에게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캐릭터와 작품으로 풀어내는 게 어려웠지요. 하지만 그런 그에게 생각의 방향을 바꿔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함께 캠페인에 참여했던 다른 캠페이너들입니다.

“그 친구들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예전부터 많았더라고요. 친구들을 보며 나도 그들에게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도 이번 프로젝트는 그림이란 제 재능으로 사회 인식을 바꾸는 활동에 참여한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린 웹툰이 과거의 저와 비슷한 경험을 겪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사실이 뿌듯해요.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느낌 자체가 좋구요. 항상 도움을 받다가 도움을 준 거잖아요. 연재하면서 제일 바랐던 점은 독자들이 보호종료아동의 존재를 알아주는 거였어요. 꼭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보다는, 이런 사회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생겼으면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문제가 읽는 이에게 더 가닿을지 고민도 많이 했고요. 이야기를 짤 때는 머릿속에서 등장인물들에게 일어날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이게 말이 될까?’ 하고 혼자 여러번 되뇌였어요.”

열여덟 어른이자 창작자 주경민 캠페이너의 꿈을 응원합니다

다양한 걸 시도하면서 여러분의 꿈을 찾기를 바랍니다.

이제 주경민 캠페이너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열여덟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뚜렷한 말이 생겼습니다. 친구들이 자기만의 꿈을 찾길,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보육원을 벗어나 자신의 원하는 바를 깨닫는 삶을 살아가는 선배로서의 조언이기도 합니다.

“보육원에서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찾기는 어려워요. 규율 많은 단체생활을 하는 공간이잖아요. 게다가 세상에 나와 꿈을 갖게 되는 건 그만큼 생각과 좌절이 많아지는 일이기도 해요. 그래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에게 관점을 두고 살다보면 나에 대해 알게 될거에요. 무엇보다 꿈이 있으면 살아 있다는 게 느껴져요.”

세상 밖으로 나가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람. 주경민 캠페이너는 그림 작업으로 자립하는 삶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일러스트 쪽으로 그림 경험을 넓히면서 컷만화까지 작업 분야를 확장하기. 창작자 주경민으로 살고자 그 자신이 스스로에게 준 미션이지요. 꿈을 향해가는 마음, 창작자로 멋지게 독립할 그의 작업을 응원합니다.

글 : 이상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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