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허진이’입니다. 보육원 퇴소 이후, 저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받았던 진심이 담긴 말과 따뜻한 관심을 저와 같은 친구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허진이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보호종료 당사자인 청년들과 함께 아동양육시설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립 강연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요. 본 프로젝트를 통해 강연 당사자들도 보육원에서의 삶과 현재의 나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 삶과 관점을 담은 에세이를 전해드리려 해요. 평범한, 보통의 청춘들의 삶이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 시작합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몇 년 전 많은 이들의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며 인기를 몰았던 책의 제목이다. 티베트 속담이라고 알려진 이 문장은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사는 현대인에게 명쾌한 해답이 되었고, 공감을 얻었다. 프로젝트 일을 하며 만난 친구들은 자신들의 걱정을 어렵지 않게 얘기하곤 한다. 어떤 걱정은 너무 순수하고 귀여워서 피식 웃었고, 어떤 걱정은 간단한 답변으로 해결이 가능해서 서로 머쓱하기도 했다. 내용과 무관하게 걱정이 많은 친구들을 보며 안타까움이 들곤 했다.

“선생님은 너무 멋져요. 우리 같은 사람(아동양육시설 퇴소생) 중 가장 성공하신 것 같거든요. 저는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걱정을 나눠주던 한 아이가 내게 한 말이다. 내 삶이 아이의 시선만큼 ‘성공’과 가깝지 않았기 때문에 쑥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선생님이 왜 성공한 사람 같아?”
“선생님은 하고 싶은 일하면서 돈을 벌고, 차도 있잖아요.”

아이에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성공’의 기준인 듯 했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아이의 꿈이 소박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리는 더 큰 성공을 바라며 살 수 없는 것일까? 만약 우리의 고민과 걱정을 덜어주는 누군가 있다면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을까? 깊어지는 고민의 끝을 잘라낸 것은 나의 결심이었다.

‘내가 아이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누군가가 되어야겠다.’ 어쩌면 아이는 나이에 맞지 않는 걱정으로 삶의 무게를 더욱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걱정의 일부를 나의 몫으로 가져가 또 다른 어른들과 나눠 해결책을 찾고, 아이들에게 희망으로 돌려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꿈을 훨씬 더 선명하게 그릴 것이다. 사소한 걱정 뒤에 가려진 아이들의 원대한 꿈이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실현되길 바라며 부지런히 이들의 걱정을 들어주고, 그 무게를 나눠가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해 <열여덟 어른> 캠페인 ‘허진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보호아동과 보호종료아동의 삶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명확한 어른이 되어야 할 이유와 책임감으로 다가온 것 같다. 이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가 아닌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싶어졌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근거를 뚜렷한 눈빛과 확신에 찬 언어로 전하는 어른 말이다.

글. 허진이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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