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지우개 있나요’는 <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학교 내 유해물질 문제인식을 다룬 첫 번째 이야기 ‘우주에서 온 유자씨앗’, 학교 내 유해물질 해결방안과 제도개선을 다룬 두 번째 이야기 ‘사직서를 낸 책상’에 이어, 세 번째 이야기는 학교 내 유해물질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 그리고 어린이들의 목소리와 어른들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린이들이 학교 앞 문방구로 향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안전한 지우개 있나요?” 어린이의 질문에 문방구 사장님은 앞에 있는 지우개를 가리키며 대답합니다. “이런 지우개도 별 문제 없단다.’’ 어린이는 다시 묻습니다. “유해물질 없는 지우개는 없나요?’’ 어린이의 질문과 요청에 어른들은 고민하고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어린이안전제품’이 검증된 지우개가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지우개에 이어 학교 책걸상도 어린이에게 안전한 물품으로 바뀌었고, 환경미화 게시판은 물론 학교 내 다양한 건축자재들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어린이의 질문에 “원래 그렇단다. 별 문제 없어.’’ 라고 대답하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요. 

그래서 직접 만나보려 합니다. ‘원래 그렇단다’라고 대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어른들을요. 어린이를 위한 안전한 물품을 만들기 위해, 기존 모든 원료를 폐기하고 생산방식까지 모두 바꾸어 낸 어느, 줄넘기 업체 사장님이 있습니다.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JJR 회사 소개 ‘JJR줄넘기’는 2016년부터 어린이용 제품 뿐만 아니라 성인용과 전문가용 줄넘기까지 어린이안전특별법을 적용을 원칙으로 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화학물질 관련 법규에 문제가 없음에도 자체 품질을 개선하여, 줄넘기 업계의 선한 영향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해 당연히 바꾸어야 한다는 마음

JJR 김의태 상무

Q. 생산하는 줄넘기 속에 유해물질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2015년 3월, 메일을 하나 받았어요. 저희가 제조하는 줄넘기 지퍼백에 PVC(유해 환경호르몬 일정)가 검출 되었다는 어느 시민단체의 메일이었어요.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요. 겁도 났고요. 당시에는 PVC가 뭔지 저도 정확히 잘 몰랐거든요. PVC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 건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건지 사태파악을 했어요. 그 이후, 기존에 사용하던 원료를 전부 폐기했지요. 대략 40톤 가량 되었을 거예요. 트럭이 몇 번 왔다갔다 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죠. 전부 폐기하고 모든 원료를 무독성으로 바꿨어요. 기존 거래하는 도금업체, 원료업체에 일일이 찾아가서 무독성 원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 했지요.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어요.

Q. 유해물질 없는 줄넘기로 바꾸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거래업체도 PVC, 프탈레이트가 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본인들이 만드는 원료에 가소제가 들어있는지 조차 몰랐다는 거죠. 때문에 저희가 먼저 공부해서 잘 설명드리고 무독성으로 바꿔야 하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어요. ‘프탈레이트가 뭔가요?’, ‘피해야 하는 가소제가 따로 있는 건가요?’ 라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또는 ‘꼭 그렇게까지 바꿔야 하나요?’,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닌데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닌가요’, ‘이 정도 독성은 크게 문제 없어요’라는 반응도 많았지요. 원료업체 입장에서는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가소제 성분은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존 성분을 넣으면 안된다는 법적인 규제도 없었으니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워하셨지요. 하지만 설득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더군다나 무독성으로 원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예산은 높아졌죠.  왜냐하면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가소제가 들어있지 않는 대체원료를 써야 하니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꿔야 한다는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이건 저 뿐만이 아니라 저희 회사 대표부터 직원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죠. 

지퍼백의 유해물질 문제는 해결이 됐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이번에는 우리가 생산한 줄넘기에도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거예요. 이번에도 기존 줄넘기 물품을 전부 폐기했어요. 물론 아까웠죠. 버리는 마음이 쓰라린 건 사실이죠. 천만원 대가 넘어갈 정도의 재고 물량이니까요. 하지만 어떠한 고민의 여지도 두지 않았어요. ‘이제라도 발견했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 뿐이었어요. 

Q. ‘무조건’ 유해물질 없는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네요.

기업인으로서 의무감이죠. 품질만큼 제품의 안전성 또한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법적 규제가 없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바꿔나간다면 시장의 흐름이 바뀔 것이고, 소비자도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기업이 먼저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우리는 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하잖아요. 내 자녀가 유해물질이 가득한 줄넘기나 학용품을 만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당장 다 버리고 바꾸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안 좋은 성분이 나왔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바꿔야 한다는 행동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줄넘기의 가장 큰 소비자는 어린이에요. 우리는 제조사로서 소비자에게 가장 안전한 제품을 제공해야 할 의무감 있고, 부모이자 어른으로서는 어린이들에게 유해물질이 노출되지 않도록 지켜줄 책임감이 있는 거죠. 

유해물질 없는 줄넘기, 어린이를 위한 어른의 책임

Q. 이 곳에서 만든 줄넘기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줄넘기 업계 중 ’어린이안전특별법에 의한 공급자 적합성’이라는 항목으로 KC인증을 단 게 저희가 처음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줄넘기 업계 중에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KC안전인증을 검증받고 제품을 출시한 업체는  없었어요. 사실, 비용적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게 ‘검사 비용’이에요. 각 제품별로 검사를 진행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하지만, 안전한 제품임을 증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죠. 우리 제품에 대한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고, 검사 시트지를 받는 게 최종 파이널 과정이에요. KCL에 의뢰를 하고, 안정성에 문제 없다는 결과를 받으면 그 이후 KC인증을 다는 거죠.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해야만 출시할 수 있어요.

Q. 줄넘기 뿐만 아니라 필통, 책가방 등 ‘어린이안전제품’이 더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빠른 방법은, 선생님들에게 유해물질에 대한 문제를 알리는 거예요. 학교 선생님, 줄넘기 학원 선생님, 태권도장 관장님과 같은 분들이 움직인다면, 제조업체들이 같이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근본적으로 가장 바뀌어야 할 것은 ‘법’이에요. ‘어린이안전제품’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해요. 그렇다면 제조업체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의무감을 갖고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지요. 학교에서 학교 물품이나 건축자재를 살 때도, 인증된 안전제품만을 구매할 수밖에 없을 테고요. 현재는 법적 규제가 없으니, 학교에서조차 가장 비용이 적은 물품으로 구매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어른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요청해주세요

Q. 어린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요즘 초등학생 1,2,3학년은 아직 아이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나의 인격체거든요. 특히 요즘 시대는 미디어를 통해 여러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는 어린이 세대거든요. 저는 이 어린이에게 ‘어린이의 권리’, ‘소비자의 권리’를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유해물질이 있는지, 알아보고 바꿔달라고 요청해주면 좋겠어요. 즉, 어린이로서 더욱 당당하게 사회이슈를 던지면 좋겠어요. 어린이니까 당연히 부모가 물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게 꼭 좋은 방향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다보면, 사회는 아마 바뀔 거예요. 줄넘기를 만드는 저희 입장에서도, 가장 귀한 소비자가 ‘어린이’에요. 어린이들이 뭐가 불편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저희는 적극적으로 들어야 할 책임이 있어요.  저희 역시 앞으로도 어린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잘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을 하겠습니다. 

‘안전한 지우개 있나요’ 다음 편은, 초등학교 교사 그리고 초등학생과 함께 한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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