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지우개 있나요’는 <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학교 내 유해물질 문제인식을 다룬 첫 번째 이야기 ‘우주에서 온 유자씨앗’, 학교 내 유해물질 해결방안과 제도개선을 다룬 두 번째 이야기 ‘사직서를 낸 책상’에 이어, 세 번째 이야기는 학교 내 유해물질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 그리고 어린이들의 목소리와 어른들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린이들이 학교 앞 문방구로 향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안전한 지우개 있나요?” 어린이의 질문에 문방구 사장님은 대답합니다. “이것도 안전한 거란다”. 어린이는 다시 묻습니다. “유해물질 없는 지우개는 없나요?. 어린이의 질문과 요청에 어른들은 고민하고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프탈레이트가 첨가되지 않는 ‘어린이안전제품’으로 검증된 지우개가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지우개에 이어 학교 책걸상도 안전한 물품으로 바뀌었고, 환경미화 게시판은 물론 학교 내 다양한 건축자재들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어린이의 질문에 ‘원래 그렇단다. 크게 문제 없어’’ 라고 대답하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요. 

그래서 직접 만나보려 합니다. ‘유자학교’를 함께 만들어 온 어린이들과 선생님을요. 유자학교를 통해, 어린이들은 ‘유해물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어른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을까요? 지금, 어느 초등학교 4학년 ‘유자학교’ 교실로 함께 가볼까요?

유자학교란?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학교의 줄임말입니다. 교사와 학생들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 교사들이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본 콘텐츠 내용은 유자학교에 참여한 송중초등학교 4학년 학급의 어린이와 담임 선생님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유자학교 수업을 들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학급 어린이와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지난 1년 간, 유자학교 수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나요?

  • 일상생활 속에 유해물질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그걸 모르고 쓰고 있었다는 게 조금 무서워졌어요.
  • XRF라는 유해물질 수치 분석기로 제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학용품을 검사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유해물질 수치가 높아서 많이 놀랐어요. 예전에는 예쁘고 반짝이는 학용품이 좋았는데, 이제는 그런 게 유해물질 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물건을 살 때 조심스러워졌어요. 
  • 이전까지는 유해물질이라는 단어만 알았지, 그 뜻이 뭔지 잘 몰랐는데요. 유자학교 수업을 통해 PVC, 프탈레이트 등 유해물질에 대해 좀더 자세한 용어와 성분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됐어요.

Q. 학용품을 구매할 때 달라진 점이 있나요?

  • 이제는 지우개나 학용품을 살 때는 꼭 KC마크가 있는지 확인해요.
  • 성분표를 자세히 살펴봐요
  • 플라스틱으로 된 물품을 살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구입을 해요. PVC 소재가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Q. 부모님 또는 친구들에게도 유해물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나요?

  • 다른 반 친구에게 설명했는데, 조금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도 위험하다는 건 알게 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 엄마에게도 유자학교에서 배운 유해물질 이야기를 말씀드렸어요. 엄마도 뉴스에서 본 적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래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떠오른다고도 하셨어요.
  • 유해물질이나 프탈레이트, PVC소재 같은 말들이 어려워서 저도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Q. 생활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 사람들이 유해물질이 무엇인지,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아요.
  •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요.
  •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안전에 대한 부분은 소홀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 물건을 만들 때 유해물질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요?

Q.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 정말 가능할까요?

  • 우리가 함께 노력하면 가능할 거예요!
  • 사람들에게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더 많이 알리면, 일상생활 속에 유해물질이 이렇게 많구나 라는 걸 알게 되고 언젠가는 유해물질이 사라지는 날이 올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과정이 어렵고 오래 걸릴 것 같아요.
  • 이미 일상 속에 유해물질이 너무 많아요. 지금도 끊임없이 공장에서 만들어내고 있고요.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 플라스틱이 썩어 없어지는 데 500년이 걸린다는데.. 불가능할 것 같아요.
  • 이미 쌓인 플라스틱이 너무 많아요. 
  • 언젠가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갈 거니까, 사람들이 지구를 소중하게 안 아끼는 것 같아요.

 

학급 어린이와 유자학교를 함께 만들어낸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서울 송중초등학교 배성호 선생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유자학교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4년 전이죠. ‘유자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같이 기획했어요. 유자학교는 아름다운재단과 시민단체, 활동가 분들과 함께 뜻을 모아 만든 공교육 수업이죠. 유자학교 수업 내용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내용에도 반영되었어요. 어느새 전국 학교 곳곳으로 유자학교 수업이 확산이 되고 있지요. 

유자학교 수업 내용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수록이 되었습니다.

‘유해물질’하면 사실 과학이나 화학적인 느낌이 강하잖아요. 근데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어린이들의 학용품에 대체로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면 이건 ‘안전’의 문제로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과 이런 수업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지우개는 과연 안전할까?” 그렇게 아이들과 지우개를 만들기 위해 첨가된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유해물질임을 이야기하고, 그렇다면 “안전한 지우개를 우리가 직접 구입해보자”라고 숙제를 내주었어요. 

Q. ‘안전한 지우개’ 구입하기 미션이라니! 아이들 반응은 어땠나요?

아이들은 재밌어했어요. 문방구에 가서 직접 ‘안전한 지우개’를 구입하기 위해 KC인증마크를 확인하는 등을 알아보기도 하고요. 당시 학교 앞 문방구 사장님이 좋으신 분이셨어요. 유자학교 수업의 취지에 공감했고, 아이들이 안전한 지우개를 찾고 있으니 이 분도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신 거죠. 그래서 문방구 사장님이 직접 도매상으로 가셔서 유해물질의 일종인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들어있지 않은 지우개를 구입하셨어요. 그렇게 학교 앞 문방구에 ‘안전한 지우개’가 들어오자, 아이들도 그 지우개를 사용하기 시작했죠. 문방구 사장님까지 함께 고민하고 애써주신 점이 참 고마웠어요. ‘어린이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함께 하자’고 하면 공론장이 열리는 것 같아요.

Q. 유자학교 수업을 진행하면서 선생님이 느끼는 점이 있나요?

2년 전 유자학교 수업에서 토론을 했어요. 물품에 유해물질이 들어간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첫 수업 때 어떤 아이들은 ‘생산성, 경제성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유해물질은 감수를 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유해물질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입장도 생각해보는 측면이기도 하지요. 저는 아이들의 토론 속에서 기존 기성세대의 잘못된 논리를 발견할 때 있어요. 이렇게 물꼬가 조금씩 트여진다고 생각해요. ‘불편하고 당장은 답이 보이지 않아도, 여기서부터 시작이구나.’ 라는 마음으로 일종의 도전 과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Q. 아이들과 유자학교 수업을 진행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매 새 학기가 되면, 저는 아이들과 교과서 뒷면을 함께 살펴봐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교과서도 안전할까? KC인증마크가 있는지 확인해볼까?”하면 이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교과서를 받으면 뒷면부터 봐요. 교과서 뒷면에는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 이 적용된 품질 표시가 적혀있거든요. 유자학교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의 학용품에 안전마크가 있는지 습관처럼 확인을 해요. 유자학교 수업에서는 다양한 유해물질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분들이 오셔서 아이들과 수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해요. 그러니 유자학교 수업은 아이들이 사회를 만나는 또다른 ‘창’인 셈이지요. 이렇게 사회와 학교,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협력 수업을 만들어 가는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 

Q.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어린이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 같아요. 누구나 어린이라는 시절을 보냈잖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질문을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고민을 해보고 제안하는 걸 보면 정말 고맙거든요. 저는 교사로서 아이들과 즐겁게 바꿔 나가고, 좀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고요. 제가 교사라서, 어른이라서 더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처음 마중물을 놓아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어느 시기가 지나면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훨씬 더 나을 때가 많아요. 

기성세대로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 어른이 되자고 다짐하죠. 저에게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라기 보다, 어린이는 ‘동시대의 시민’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우리 함께 충분히 같이 풀어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앞으로도 아이들과 ‘유자학교’ 수업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면서, 어린이도 어른도 함께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이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유해물질 없는 JJR 줄넘기를 선물받은 학급 어린이들

[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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