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어느 봄날 새내기 희망선생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희망선생님’은 지역아동센터를 졸업한 청년이 다시 센터로 돌아가 아동의 배움과 돌봄을 돕기로 프로그램입니다. 한때 돌봄을 받던 자리에서, 이제는 돌봄을 건네는 어른이 되는 거죠.
아마 지역아동센터를 처음 들어봤거나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지역아동센터는 한 동네에서 아동, 청소년의 돌봄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에요. 방과 후에 아이들을 프로그램과 학습을 지원합니다. 다만 30여 명의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역아동센터의 고민에 깊이 공감한 아름다운재단과 JB우리캐피탈은 2024년부터 지역아동센터를 졸업한 청년들이 다시 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의 기억들
자란 곳은 달라도, 추억의 온도는 같았다
2026년 활동을 함께 할 15명의 희망선생님들이 처음으로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어색한 첫 만남이었지만, 서로 자기소개를 나누며 어린 시절 지역아동센터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희망선생님들이 떠올린 추억들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하나같이 포근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느꼈던 작은 웃음과 따뜻함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반겨주던 기억
🛷눈이 많이 온 겨울날, 비닐포대로 썰매를 탔던 기억
👩🏻🌾텃밭에서 함께 농사를 짓던 추억
🫂맞벌이 부모님의 빈자리를 든든히 채워준 안전한 울타리 같았던 지역아동센터
어린시절의 기억은 청소년기와 성인이 되는 내내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지금의 희망선생님을 만든 씨앗과 같은 기억이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나요?
그 추억을 먹고 자란 희망선생님들은, 이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를 나누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좋은 멘토를 만났던 게 터닝 포인트였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멘토가 되고 싶어요.”
사소한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선생님, 교육 사각지대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교육 공무원,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사람, 사랑받고 나눠줄 수 있는 사람.
각자 다른 꿈을 품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그때의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 다짐이 이제 다음 아이들을 향해 나아갑니다.
‘희망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소개가 끝난 뒤, 위촉장 전달식이 이어졌습니다. 공식적으로 ‘희망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달고, 2026년 한 해의 활동을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조별 네트워크 시간에서는 조금 더 편안하게 서로의 활동을 나눴습니다. 아이들과 어떤 활동을 함께하는지, 어떤 것을 가르치는지, 어떤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지.


공감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기

오후에는 ‘공감하고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기’를 주제로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좋은 희망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다짐을 넘어, 실제로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고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주인공 라일리는 사춘기를 맞으며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 당황 같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뒤엉키는 혼란을 경험합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며, 누군가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줄 때 비로소 덜 무겁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함께 언어로 풀어주는 순간, 희망선생님으로서의 의미가 비로소 드러납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타인’이 되는 것, 그것이 희망선생님이 해낼 수 있는 가장 깊은 역할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봄이 되기를
오리엔테이션 자기소개 시간, 한 희망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벚꽃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기억만 남기고 떠나는 그런 존재요.”
15명의 희망선생님은 저마다 벚꽃 같은 존재 덕분에 여기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그 온기를 품고 튼튼한 나무로 성장하여 꽃을 피웠습니다. 이제 그 꽃이 다시 누군가의 봄이 될 차례입니다. 2026년, 희망선생님들의 설레는 시작의 발걸음이 시작됐습니다.🐣
글 모금기획팀 조은지 매니저
사진 임다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