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대신 기부로, 우리답게 시작한 이야기
여느 커플처럼 예식장과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식 준비를 하던 중 두 사람 사이에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우리 둘 다 이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답은 ‘아니다’였죠. 그래서 박성우, 한지우 커플은 결혼식 대신 기부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기부처를 찾기 위해 국내 여러 곳을 알아보았지만, 자꾸 시선이 머무르는 데가 있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어른’ 캠페인이었습니다.
“가족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가족 없이 시작해야 하는 누군가에게 닿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이 그 연결을 찾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1. 결혼식 대신 기부하기로 의견을 모은 과정이 궁금합니다. 두 분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나요?
사실 처음부터 거창한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식장이며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며 알아보다가, 어느 순간 “우리 둘 다 이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저희는 둘 다 큰 행사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기도 했고, 무엇보다 결혼이라는 시작점에 저희가 정말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결혼식에 들어갈 비용이면 누군가의 자립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고, 거기서부터는 망설일 게 없었어요. 두 사람 다 같은 마음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니까, 오히려 결정은 빨랐던 것 같아요.
Q2. ‘자립준비청년 한 명의 정착금’이라는 단위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에게 결혼이 ‘새로운 시작’이듯, 자립준비청년들에게도 보호종료 이후가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그 시작점이 너무 막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추상적인 금액보다 ‘한 사람의 시작’이라는 단위가 저희에게도 더 와닿았어요. 누군가의 첫 출발에 작게나마 보탬이 된다는 게, 저희가 시작하는 방식으로도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Q3. 두 분이 생각하시는 결혼의 의미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에게 결혼은 ‘둘이서 가족이 되는 일’이면서, 동시에 ‘서로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지는 일’인 것 같아요. 혼자였을 때 닿지 못했던 마음들,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둘이 되니까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넓어진 세계 안에 가족이 필요한 누군가도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게 저희가 생각하는 결혼의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닫힌 두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열린 가족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요.
Q4. 이번 기부가 두 분에게 어떤 의미로 기억될 것 같으신가요? 기부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느끼거나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준비하면서 자립준비청년분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는데, 보호종료 이후에 ‘의논할 어른 한 명’이 없어서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남았어요. 정착금이나 주거 문제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물론 크지만, 그것보다 더 깊은 외로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희가 기부한 금액이 그 외로움 전부를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당신의 시작을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신호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이 과정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그게 가장 큰 선물이었던 것 같아요.
Q5. 자립준비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혼자 다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움을 받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꼭 알게 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잘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른이 된다는 게 모든 걸 혼자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더라고요. 저희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넘어지면서 가고 있어요. 같이 가요, 우리.
Q6.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예비 부부에게 한마디 전한다면요?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원래 이렇게 하는 거래’라는 말에 자주 흔들리게 되더라고요. 근데 두 사람만의 시작점인데, 두 사람이 정말 원하는 모양으로 시작해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거창한 결심일 필요는 없어요. 그냥 “우리답게 시작하자”는 작은 합의에서 출발하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의미 있는 선택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Q7. 나에게 나눔이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받은 사랑이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게 하는 일.
인터뷰를 마치며, 두 사람이 기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마음에 오래 머문 문장이 있었다고 소개해주셨어요.
“세상에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을 이야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두렵지만 당당했던 그 목소리에 많은 분들이 관심과 응원으로 함께 울림을 만들어주었습니다.” – 열여덟어른 캠페인
두 사람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큰 결심인지를.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혼이라는 시간을 숨기지 않고 세상에 나섰던 사람들이었으니까요. 두려웠지만 내딛은 그 한 발에서 응원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서로를 만났습니다.
“그 울림이, 이제 막 시작하는 누군가에게도 닿기를 바라면서요.” 받은 응원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결혼을 시작한 두 사람. 그 마음을 한 문장으로 남겼습니다.
“받은 사랑이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게 하는 일.” 박성우, 한지우 기부자님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