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름다운재단에는 소모임 이름으로 기부가 닿아오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울산에서 5년째 함께 시간을 가꾸어온 엄마들의 모임, ‘우주나비’에서 기부에 참여하셨어요. 이들이 1년 동안 모아온 것은 돈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시간이었습니다. 바빠서 놓쳐버린 날들, 지치고 흔들렸던 순간들, 다시 마음을 꺼내온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기부로 흘려보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우주나비’ 모임장 석경화 님 인터뷰
Q1. 울산 엄마들의 시간관리 모임 ‘우주나비’는 어떤 모임인가요?
A.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뜻을 담은 ‘우주나비’는 올해로 5년 차를 맞이한 엄마들의 시간 관리 및 독서 모임입니다. 같은 어린이집에서 만난 인연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시간 가계부’를 작성하며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꿈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인증제 커뮤니티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어 내가 먼저 성장하고, 나아가 가정과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하자”라는 비전과 가치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뭉쳐 있습니다.

Q2. ‘미인증 벌금’이 나눔의 씨앗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1년간 모인 그 금액을 기부로 연결하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요?
A. 저희 모임은 인증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멤버가 공용 통장에 일정 금액을 모읍니다. 인증에 성공한 분들은 격려의 의미로 금액이 조금 더 적을 뿐, 결국 모두가 기부금을 함께 쌓아가는 셈이지요. 처음에는 단순한 인증 규칙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제도는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벌금’이라는 무거운 단어 대신 ‘기부’라는 따뜻한 단어로 연결되니, 바빠서 놓친 시간, 지치고 흔들렸던 순간, 다시 마음을 잡으려 애썼던 노력까지 모두 소중한 ‘1년의 시간값’으로 쌓였습니다.
재작년 12월에는 모인 금액으로 다 함께 식사를 하며 한 해를 돌아보았고, 작년 12월에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제가 멤버들을 위한 시간관리 특강을 진행하고 작은 선물과 편지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 소중한 재원을 우리끼리 소비하기보다, 우주나비의 비전처럼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데 쓰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멤버 모두가 흔쾌히 뜻을 모아주셨고, 고심 끝에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Q3. 허진이 작가님의 북토크가 아름다운재단과의 연결고리가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책의 어떤 이야기, 혹은 북토크의 어떤 순간이 기부로 이어졌나요? 모임장님과 멤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저는 발달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양육자입니다. 아이를 만나기 전에는 내가 보고 경험하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지만, 아이를 통해 ‘장애’라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다른 형태의 삶의 무게를 지닌 이웃들의 이야기에도 눈과 마음이 머물었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 좋아하던 공간에서 허진이 작가님의 북토크 소식을 접하고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세상을 만났습니다. 북토크 한 번으로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이제 막 사회로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한 청년들에게 우리의 작은 마음이 따뜻한 지지와 응원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날 반짝반짝 빛나던 허진이 작가님을 떠올리며, 사회로 나아가는 제2, 제3의 청년들이 당당하게 빛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Q4. 석경화 모임장님의 제안에 멤버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셨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함께 마음을 모으고 기부하기까지 어떤 대화가 오갔나요? 기부 후 멤버들과 나눈 소감도 들려주세요.
A. 북토크에 다녀온 후, 정기 모임에서 멤버들에게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곤 했습니다. 그 진심이 닿았는지 12월에 기부처를 정할 때 다들 깊이 공감해 주시더군요. 워낙 좋은 일에 마음을 잘 모아주시는 따뜻한 분들이기도 합니다. 기부 후 멤버들은 “뭉클하다”, “감동적이다”라는 소감을 전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매일 성실하게 쌓아 올린 시간이 선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주나비’라는 울타리가 한층 더 견고하고 두터워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Q5. ‘우주나비’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해보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소모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A. 거창하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작은 마음이라도 함께 모아 어딘가로 흘려보내는 경험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그 나눔은 도움을 받는 이에게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기부하는 당사자에게는 “나 역시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내면의 힘을 선물합니다. 소모임의 관점에서도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며 멤버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모임의 정체성을 더욱 선하고 단단하게 다지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Q6. 마지막으로, 나에게 나눔이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신다면요? 석경화 모임장님의 말씀도, 멤버분들의 말씀도 모두 환영합니다.
A. 나눔이란 이 세상에서 ‘나의 쓰임’을 증명하고, 함께 살아갈 힘을 얻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귀한 쓰임새가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이 가진 강점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치열하게 연구하고 실천해 온 시간 관리 노하우 역시 필요한 곳에 가닿기를 바랍니다. 결국 기꺼이 나눌 때,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주나비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댓말을 쓰고, 이름 뒤에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붙입니다. 서로의 인생에서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네 분 선배님의 한마디 입니다.
이화연 선배님 “내가 받은 복을 흘려 보내는 것”
최성은 선배님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태도”
배정이 선배님 “사랑을 실천하는 것”
문경림 선배님 “마음속에 조용한 불을 켜주는 일”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기부자님들이 남겨주신 나눔 한마디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1%나눔팀의 매니저는 매일 기부자님들이 아름다운재단에 남겨주신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거든요. 그때마다 ‘아름다운재단의 뜻에 공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자주 만납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좋은 곳에,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사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 짧은 문장 속에서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기부자님들의 마음을 봅니다.
기부의 출발점은 모두 다릅니다. 3년을 기다린 첫 수익이기도, 이웃을 향한 다정한 눈길이 뜻밖에 돌아온 선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의 방향은 같았습니다.





먼저 기쁜 일이 생겼을 때 기부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랜 교직 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을 하면서, 이윤정 기부자님은 그림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셨습니다. 정해진 수업과 학교의 시간표 밖에서 새롭게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일이 시작됐습니다. 3년이 지나 처음으로 그림이 팔리는 날, 기부자님은 가족들과 나눴던 약속을 떠올리셨습니다. “그림으로 수익이 생기면 기부를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 약속대로, 재단을 찾아주셨습니다.
“교직을 명예퇴직하고 3년 만에 제가 그린 그림을 팔아 첫 수익이 생겼습니다. 부모 없이 자립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이 50이 넘어서야, 자립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려 수익이 생기면 기부를 하고 싶다고 가족들과 약속을 했었고, 약속한 대로 일부 금액을 기부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자립을 앞둔 청소년에게 작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뜻밖의 선물을 기부로 연결한 분도 계십니다. 어느 날, 윤서진 기부자님은 위험해 보이는 분을 발견했습니다. 망설임 없이 112에 신고했습니다. 그 사람이 무사히 위험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 하나였습니다.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무사히 구출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급히 112에 신고했던 덕분에 신고 포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생명을 구출하기 위해 신고했던 마음이었는데 포상금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제 개인의 욕심으로 쓸 수 없었습니다. 이 기부를 통해 단 한 사람만이 아닌 다수의 사람들의 삶에 적게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웃을 향한 다정한 눈길이 나눔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이, 더 많은 이웃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번진 것입니다. 덕분에 아름다운재단은 그 온기를 이어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나눔 한마디 사용을 허락해주신 이윤정, 윤서진 기부 회원님. 그리고 처음 인터뷰 제안에 쑥스럽다 하셨지만 기꺼이 응해주신 ‘우주나비’ 석경화 모임장님과 회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 1%나눔팀 김예주 매니저
사진 김권일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