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홍보 담당자의 완벽대신 완성으로!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고진슬 매니저

2026.08.13

읽는 시간 0분
변화는 슬렁슬렁변화는 거창한 순간에만 오는 걸까?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변화가 슬렁슬렁 다가온다고 믿는다. '슬렁슬렁'은 서두르지 않고 느릿느릿하게, 혹은 어떤 일에 얽매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처리하는 모양을 뜻한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며 ‘변화’라는 단어를 가까이 두고 있지만, 정작 일상은 비슷한 하루의 반복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자주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의 시민이자, 한 아이의 엄마,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마주한 변화의 장면들을 기록해 보려 한다. 변화를 만들고 싶은 ‘나’와 이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를 함께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변화를 위해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도 괜찮다. 읽고, 알게 되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부터가 시작이니까!

올해로 아름다운재단에 입사한지 7년이 되었다. 3, 5, 7년이 직장인들에게 고비라고 하던데 역시나 맞는 말 같다. 요즘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해도 될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든다. 비영리재단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좋은 일 하시네요.”, “의미 있는 일이라 뿌듯하시겠어요.” 그 말을 들을 때면 조금 머쓱하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 질문에 선뜻 “네, 저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어요.”라고 답할 만큼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아름다운재단에 입사했다. 처음 일을 시작한 부서는 인사·총무·행정을 담당하는 인재개발팀이었다. 인재개발팀에서는 직원들이 더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하고, 사내행사 등을 기획했다. 변화가 손에 잡히는게 느껴졌다. 제도 하나가 새로 생기거나 공간이 개선될 때 내가 한 일이 동료들의 일상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5년 간 경영국에 소속되어 구성원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다 출산을 했고,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어쩌면 이 일을 꿈꿔왔을지도

육아휴직 이후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으로 부서 및 직무가 변경되었다. 웹, 브랜드 관리, 홍보상품 개발, 콘텐츠를 만들며 재단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관심을 가졌던 직무라서 기대도 컸지만, 현업으로 한다니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돌아보면 두 업무의 결은 상반된다. 인사·총무·행정의 변화가 조직 안으로 스며드는 변화였다면, 브랜드커뮤니케이션의 변화는 밖으로 퍼져나가는 변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실 인사·총무·행정 업무를 할 때도 아이디어를 내는 순간이 제법 있었다. 제도를 기획하거나 사내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고, ‘우로토51번지’, ‘뉴션제로’처럼 이름 공모에서도 선정되며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으로 올 운명이었나? 라는 생각도 든다.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 유물보관함 이름 공모 당선

하지만 그때의 아이디어는 혼자 오랜 시간 신중하게 고민해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가까웠다. 머릿속에서 충분히 생각을 정리한 뒤에야 꺼낼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는 확신이 있어야 비로소 말할 수 있었다. 반면 홍보 업무를 1년 동안 겪어보았더니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호흡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느껴졌다. 콘텐츠, 홍보상품 등을 기획하고,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등 정답보다 방향을 먼저 찾아야 하는 순간들이 많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괜찮다

처음에는 이 속도가 굉장히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웠다.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생각을 말하는 것이 어색했고, 괜히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망설였다. 내 아이디어를 말했을 때, 팀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좋은 아이디어는 혼자 오래 고민해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함께 업무를 하다가도, 회의를 하다가도, 점심을 먹다가도 가볍게 던진 한마디가 아이디어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한마디를 다른 사람이 이어주고, 또 다른 사람이 덧붙이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홍보와 마케팅이라 하면 늘 기발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길에 본 광고 문구를 저장하고, 다른 기관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왜 이 구성이 좋았을까?”를 생각하고, 재미있는 캠페인을 만나면 “우리라면 어떻게 풀어볼까?”를 상상해본다. 예전에는 스쳐 지나갔을 장면들도 이제는 ‘팀원들과 이야기 나눠야지’ 하고 메모해둔다.

2026 사업계획워크숍에서 만든 팀 메시지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홍보 업무 2년 차,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과 그것을 동료들과 함께 현실로 만드는 과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혼자 완벽한 생각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완성이라도 용기 내어 꺼내놓고,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다듬어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해나가는 과정들을 경험하고 있다. 결국 좋은 결과는 혼자 빛나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보태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아이디어를 꺼내는 일은 여전히 떨리기도 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는 건,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유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함께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 지금의 나는 그 방법을 새롭게 배워가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7년 차에 품었던 고민에도 조금씩 매듭이 지어지고 있는 것 같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고진슬 매니저

목록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