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는 것보다, 협력하려는 마음가짐

다자간협력팀 오수미 매니저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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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




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당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단일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공·민간·중간지원조직·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해, 마을공동체가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지역 과제를 협력으로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변화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공공캠페이너 젤리장의 시선으로 다자간 협력에 대해 다루어보았습니다. (MYSC 권혜연 연구원이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협력 파트너의 자리에서 본 다자간 협력

공공캠페이너 젤리장은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이하: 퍼즐)과 지역의 여러 고민을 나누며 서로의 방식과 맥락을 이해해온 파트너다. 이번 뷰티풀커넥트에서는 퍼즐이 새롭게 풀어야 할 과제인 ‘다정곳간’을 중심으로 보다 집중적인 작업을 함께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중간성과공유회에서는 밋업 파트너로 참여해 성남과 여주 두 마을을 처음 만나, 각 마을이 가진 고민을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역사회를 위해 이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오래 만나오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향하는 바가 얼추 비슷하다는 것. 사람이 사람에게 무심하지 않은 동네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다는 것이죠. 다만 그것을 말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꿰어가는 관점이 저마다 다릅니다. 저는 이 대목이 협력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같은 것을 서로 다른 말로 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함께 들여다본 열 개의 다정함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과 ‘다정곳간’을 함께 들여다보던 자리가 그랬습니다. 골목 상점 열 곳이 어르신 돌봄의 거점으로 문을 열었고, 이걸 하나의 브랜드로 어떻게 묶을지가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점을 하나씩 들여다볼수록 잘 묶이지 않았습니다. 미술학원과 당구장과 카페가 같은 말을 할 리 없으니까요.

뷰티풀커넥트 과정에서 퍼즐의 고민은 점차 구체화됐다. 퍼즐은 브랜딩과 공공캠페인 관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젤리장과 함께 각 다정곳간의 모습을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퍼즐의 변경사업계획에서도 핵심 의제가 ‘골목상권형 다정곳간 모델 고도화’로 구체화되고, 상권·브랜딩 파트너와의 협력이 주요 방향으로 조정됐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통일하는 대신, 요일마다 다른 다정곳간이 되어보자고요. 월요일의 다정함과 화요일의 다정함이 서로 다른 동네입니다. ‘골라 담는 다정함’이라는 말은 그렇게 나왔습니다. 새로 무언가를 만들었다기보다, 열 곳에 이미 흩어져 있던 것에 이름을 붙인 셈입니다.

협력의 방식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

협력의 방식은 협력 주체마다, 때마다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협력의 방식을 정의하는 일보다 협력하려는 태도를 먼저 챙기는 편입니다. 그 태도는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잘 들여다보려는 태도입니다. 상대의 생각과 의견, 주장과 제안을 성실하게 들여다보는 일이지요. 들여다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 팀과는 이렇게 연결될 수 있겠구나, 여기에는 이런 도움이 필요하겠구나, 이건 지금 말을 얹기보다 조금 더 지켜보는 편이 낫겠구나. 그리고 그렇게 떠오른 생각을 상대에게 건네보는 순간, 협력은 이미 실행된 것이라고 봅니다.

둘째는 가능성을 발견해 주려는 태도입니다. 협력은 결국 서로 맞대고, 부대끼고, 관계를 맺는 데서 출발합니다. 쉬운 여정은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있다면, 상대가 아직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해 공유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팀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그렇다면 이런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겠구나. 그걸 표현해 주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독려됩니다. 저는 이 활동을 종종 ‘읽어낸다’, ‘해석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주는 것

안산(퍼즐)에서는 서로의 맥락을 이해하는 관계를 바탕으로 하나의 과제를 깊게 들여다봤다면, 성남 태평마을과 여주 노루목향기를 만난 것은 지난 4월 뷰티풀커넥트 중간성과공유회가 처음이었다. 하루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처음 만난 상대에게도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비춰주는 일은 가능했다. 이날 세 마을은 각자의 실행 과정과 고민을 공유하고, 외부 파트너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가진 자원과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남 태평마을사회적협동조합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언덕 위 빈 공간을 ‘건강방’으로 바꾸기로 했는데, 이름이 촌스러워 고민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멋을 부리기 시작하면 정작 전하려던 바를 놓치게 된다고 말씀드렸고, 대신 이 공간으로 주민들과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이야기해 보자고 했습니다.

대화가 깊어지면서 마을 이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태평(太平)이라는 이름이 광주 대단지 사건 이후 평화로운 마을을 바라며 붙여진 것이라고요. 그래서 그 앞에 문장 하나를 붙여보시면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태평하려면, 건강방.” 앞으로 마을에 생겨날 공간마다 이 문장을 간판처럼 앞세우는 방식입니다. 마을이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바람을 다시 꺼내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여주 노루목향기와는 호두과자를 놓고 이야기했습니다. 나가면 잘 팔리는데 힘들어서 못 나간다는 고민이셨습니다. 저는 더 많이 나가시는 것보다, 나가실 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담는 일이 먼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호두과자 상자 자체가 이미 훌륭한 미디어이기 때문입니다. 세련된 홍보 문구를 새로 만들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 팀이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 “어떻게 하면 빵을 팔아서 마을의 소외된 이웃을 돌볼 수 있을까”를 그대로 적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호두과자가 노루목향기만의 것이 됩니다.

다자간협력, 뷰티풀커넥트를 통해 만난 세 마을에 저는 사실 같은 말을 조금씩 다르게 드린 셈입니다. 새로 만들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발견하고 드러내고 의견을 주고받는 협력의 태도를 보인 것이죠.

협력이 마을에 남기고 가는 것

이런 만남이 쌓이면서 마을공동체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먼저 자기 언어를 갖게 됩니다. 낯선 상대를 만나려면 자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퍼즐이 ‘공동체 활성화’라고 뭉뚱그리던 표현을 ‘상인들과 함께 만드는 일상의 돌봄’으로 좁힌 것도 설명해야 하는 자리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근육이 생깁니다. 마을공동체는 늘 도움을 받는 자리에 익숙해서 자기가 내어줄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 어르신들과의 관계망, 동네를 오래 지켜온 신뢰는 어떤 전문가도 대신 갖기 어려운 자산입니다. 그걸 확인하고 나면 요청하는 일도, 요청을 받는 일도 한결 수월해집니다.

마지막으로 협력의 밀도를 구분할 줄 알게 됩니다. 명함 한 장 주고받은 것으로 충분한 느슨한 협력이 있고, 몇 해에 걸쳐 손발을 맞추는 밀도 높은 협력이 있습니다. 둘 다 필요합니다. 당장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관계는 남는다는 걸 아는 조직은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몇 해 전 안산에서 동네 화물차 주차 문제를 함께 풀 때, 세상을 다 바꾸려 하지 말고 한 점을 바꾼다고 생각하자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협력은 거대한 해법을 함께 짜내는 일이라기보다, 각자가 붙들고 있는 한 점을 서로 알아봐 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중간성과공유회에서 세 마을공동체를 만나고 나오며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잘하고 계시고 콘텐츠도 이미 많으시다고, 평소 하시던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요. 인사치레로 드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세 곳 모두 무언가 부족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것을 스스로 알아보기 어려운 자리에 계셨을 뿐입니다.

협력하는 방법은 만날 때마다 새로 정하게 되지만, 협력하려는 마음가짐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을까요? 우리 다음에 만날 때도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서로를 들여다보고 읽어봐주는 협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젤리장(공공캠페이너) 
편집MYSC 권혜연 선임연구원
사진도비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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