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 중 하나,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현장을 다니고, 필요한 것들을 끄집어내는 일이니까요. 인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활동가들은 더욱 바빠질 겁니다. 그러나 활동가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면 어떨까요? 경보음을 내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위기 앞에서 사람들이 마냥 손을 놔버린다면 그 위기엔 가속도가 붙을 거예요.
그래서 지금, 청년활동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하 동행)의 활동가들인데요. 2030 청년활동가들에게 조건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과 마음을 터놓을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활동가들의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에 대해 다루는 보고서도 제작했죠.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실무자 3인에게 청년활동가들의 삶과 고민, 필요한 지원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아름다운재단 신선영 매니저는 청소년, 청년, 공익단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행 유은강 팀장, 신민후 활동가는 활동가의 쉼과 자기돌봄, 전문성 강화 등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년이자 활동가인 사람들, 어떤 고민이 있을까?
청년활동가인 여러분은 활동가로서의 삶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선영: 공익단체를 지원하는 일을 한다고 하면 다들 이해하지 못했는데 요즘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을 담당하면서 일을 설명하는게 쉬워졌어요.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가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야’라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설명하니, 사람들이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훨씬 쉽게 이해하더라고요.
은강: 동행에서 일한 지 5년차인데 부모님도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실 거예요. 예전에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야속했어요. 그런데 연차가 쌓이고 보니 ‘나는 공익활동을 알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하는 반성이 들더라고요. 가장 가까운 사람도 설득하지 못하면서 대중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죠. SNS를 잘 안 하는 편인데, 미약하게라도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자주 전하는 것부터 시도해보려 합니다.
민후: 부모님도 활동가셨고, 대안교육을 받으며 자라서 시민사회나 공익활동 영역을 낯설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익활동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설명이 어렵더라고요. 한 번은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시민사회 활동가를 돕는 일을 하고 있어’라고 답했더니 ‘아, 그럼 요즘 선거철이라 바쁘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활동가’나 ‘시민사회’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생각해보면 활동이라는 게 결국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필요하면 함께해달라고 설득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렇다면 활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찾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은 하게 됩니다.
청년활동가들을 직접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실텐데요. 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무엇이던가요?
은강: 청년활동가들은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작은 조직은 허리연차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연차가 적은 청년활동가와 20년 이상 경력 차이가 나기도 하고, 이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보니 지원금을 생활비에 쓰시는 분들이 가장 많았어요. 부족한 활동비를 보전하기도 하고 부채를 해결하거나, 미룬 치료를 받으시는 경우도 있고요.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자기개발이나 취미활동 등의 자기돌봄에 쓰시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한 투자나 소비에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금을 통해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윤택하게 하는 운동, 취미, 공부 같은 다양한 활동에 사용하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도권과 지역 활동가 간 고민도 상이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선영: 지역 활동가들은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소수의 인맥과 조직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점이 청년활동가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했고, 또래 동료가 적어 고민을 나누거나 함께 목소리를 낼 힘을 갖기도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세대 차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도 더해져, 지역 청년활동가들은 수도권보다 더 복합적인 어려움에 놓여 있음을 확인했죠. 그래서인지 관계망 형성 지원에 대한 만족도 차이도 있어요. 지역 활동가일수록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한 효용을 더 크게 느꼈고, 지역과 지역 간의 연결을 확대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재단에서도 현실을 고려해서 지역 활동가들의 안전망을 더 촘촘히 만들어가려 해요. 지역의 공익주체를 발굴하고 연결하는 ‘지역시민사회네트워크 지원사업’도 준비하고 있고요. 장기적으로 지역 청년활동가들에게도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기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네요.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반응이 특히 좋았던 시간도 함께 소개해 주세요.
은강: 지리산에 있는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서 3박 4일 동안 찐한 네트워킹을 하고 있어요. 필수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의무처럼 다가가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작년에는 참여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스스로 네트워킹을 기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올해는 지역에서 농사짓는 활동가분이 직접 산나물을 캐와 함께 다듬는 활동을 하기도 했고, 한국농인LGBT+에서 활동하시는 활동가분이 대안 수어를 가르쳐주시는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3년간 사업 이야기를 담은 연구보고서를 보니 청년활동가들의 현재 상황만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들의 현실을 알리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게 느껴졌어요.
선영: 맞아요. 연구보고서를 통해 활동가들이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사회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어요. 활동가 개인의 몫으로 여겨졌던 고민들이 함께 풀어가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기도 하고요. 청년활동가의 존재가, 이미 우리 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라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서로의 동료가 되어 함께 성장해갈 수 있는 튼튼한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이번 지원사업과 연구를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올해 진행한 번아웃 조사도 같은 맥락으로 보이는데, 결과가 어땠나요?
은강: ‘공익활동가 번아웃 경험과 업무 환경 조사’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활동가의 번아웃 문제를 개인의 차원을 넘어 시민사회 조직과 생태계의 과제로 접근하자는 것이었어요. 번아웃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나 나약함으로 치부되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 활동가가 번아웃되는 구조에 초점을 맞추자는 게 목표였죠. 번아웃의 요인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 ‘활동 효능감 저하’에 대한 응답은 비교적 낮은 반면 ‘활동 자원과 안정성 부족’, ‘보상과 인정 부족’ 등의 요인은 높게 나타났거든요. 활동가를 지치게 만드는 조직문화, 조직구조와 시스템 등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피고, 조직 차원의 지원을 시도하는 것이 동행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힘들 게 한 것도, 버티게 한 것도 사람
활동가들을 지원해온 실무자로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은강: 공익활동에 대한 인식의 전환, 나아가 활동가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익활동가들이야말로 사회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학교 안 유해물질을 모니터링하며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일도, 학교 밖 청소년과 고립·은둔 청년을 만나 고민을 들어주는 일도 활동가들의 몫이니까요. 그래서 활동가들이 없다면, 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시민들도 존재를 알아주고 상생하는 관계를 맺어갔으면 합니다. 비영리단체에 대한 후원이 앞으로 늘어나기를, 시혜적인 관점을 넘어 후원자와 비영리단체가 함께 파트너십을 맺어가는 과정으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민후: 완주에서 활동할 때 지자체 지원이 끊기면서 단체운영이 어려워진 적이 있었어요. 일을 계속하고 싶은지와 상관없이, 지원이 끊기면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활동 자체만큼이나 ‘이 활동이 왜 필요한지’를 계속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그 과정도 활동가를 많이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적어도 필요한 활동이 매번 존속을 걱정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보고서에 ‘활동가서의 삶을 계속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유독 눈에 들어왔어요. 청년들이 활동을 이어가는 힘으로 주로 무엇을 꼽던가요?
민후: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라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문제들을 알아차리고, 머물러서 바꿔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지원을 받고 나서 “활동하면서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기댈 곳이 생긴 느낌이다”, “응원과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시곤 하는데 동행의 비전인 ‘공익활동가가 신뢰받는 사회’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은강: 참여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활동을 하면서 나를 힘들 게 한 게 사람인데, 나를 버티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함께한다는 감각,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주는 힘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이 지원하는 관계망 형성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활동 중에 기자회견이나 집회에 가서 끈끈하게 연대하는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을 통해 만난 느슨한 연대와 관계망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활동을 지속하는데 중요한 동기가 되는 것 같아요.
선영: ‘함께하는 동료’와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는 확신’입니다. 혼자서는 쉽게 흔들리던 마음도, 같은 고민을 나누고 곁에서 지지해 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활동 경력이 쌓이면서 서로가 서로의 선배이자 동료, 즉 ‘관계 자본’이 되어주는 경험이 활동을 계속하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청년이면서 활동가로 살고 있는 여러분이 이 일을 이어가고 있는 동력이 궁금해요.
선영: 제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나아지는 흐름이 제게 동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믿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동료들이 있기에 지금의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후: 관악뿌리재단에서 활동할 때 젊은 활동가가 왔다고 예뻐해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로운 활동가나 젊은 세대가 많지 않다 보니 환대해 주셨던 것 같아요. 지역에서 선배 활동가들을 여럿 만나면서 존경과 애정도 깊어졌습니다. 다만 활동이 몇 년 뒤 어떤 경력으로 남을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어질지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규모가 작고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단체가 많다 보니,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의 삶을 안정적으로 설계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지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은강: 동행이라는 조직이 주는 안정감과 성장의 기회 덕분인 것 같아요.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을 담당하면서 또래의 청년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어요. 추가로 비영리 리더십 커뮤니티 in 치앙마이’라는 지원사업의 실무자로서 활동 경력 12년~15년 이상 되시는 중장년 활동가분들과 함께 치앙마이에 갔어요. 제 나이보다 오래 활동하신 분도 계시고, 20년 이상 활동하신 분들도 많았는데, 여전히 눈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활동가로 늙어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청년활동가에 대해 꼭 알려지길 바라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선영: ‘좋은 일 한다’는 인정보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청년활동가들이 자기의 자리를 잘 지켜내며 지치지 않고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후: 불안정한 조건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으면서도,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자기 방식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여러 모습이 있는 존재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이미 시민사회의 한 부분을 만들어가고, 앞으로도 그 흐름을 이어갈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 많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은강: 다양한 영역에서 저마다 전문성을 쌓으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죠. 이들이 사회의 안전망이 되는 것처럼 누군가도 이들의 안전망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3월에 했던 연구 공유회 제목도 ‘세상을 바꾸는 일에도 안전망이 필요합니다’였는데요. 청년활동가들이 안정적인 여건에서 걱정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이들의 안전망이 되어 주실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박주희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