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365일 ⑧ 여러분에게 ‘집’이란 무엇인가요?

공익마케팅팀 김태형 매니저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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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다시 집을 잃다
학창시절, 모텔, 찜질방, 친구집 등을 전전했던 저는 학교와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대학을 갔죠. 낯선 타지 생활이었지만, 더 이상 집 없이 전전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습니다. 기숙사에서 1년, 군대에서 2년, 다시 기숙사에서 1년. 그리고 스물넷이 되어서는 조그만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나만의 집도 생겼습니다. 더 이상 집 걱정은 없을 것 같던 제게 다시 한 번 집 없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취업을 하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였죠. 열 살을 더 먹었다고 집 문제가 쉬워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서울은 지방보다 더 어려웠죠. 머리 꽤나 아팠던 서울에서 내 집 찾는 이야기. 여러분께서 노숙위기청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 3개월의 여정까지 이 시리즈에 덧대어봅니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신사동 고개 사거리 근처. 그곳에 ‘우리 집’이 있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이 집에서 먹고 잔 게 어느새 7년차가 되었다. 집이라 부를 수도 없는 곳을 전전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참 오랜 기간을 이곳에 잘 머물러 있다.

7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집에 처음 입주했을 때, 어떻게든 공간을 잘 써보겠다고 다짐하며 쉐어하우스에서 처음 써봤던 벙커침대를 구매했다. 조립하는데 며칠이 걸리긴 했지만, 고생 끝에 우리 집을 어설픈 복층집으로 만들어냈다.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 굳이 침대 2층으로 올라가곤 한다. 누워서 우리 집 천장에 손가락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2층에 모아둔 책을 아무거나 골라 괜히 펴보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

2년쯤 지났을 때는, 취미로 해왔던 음악을 좀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기타를 샀고, 다음으로 방음부스와 녹음 장비를 샀고, 최근에는 키보드를 샀다. 물론 맘처럼 잘 안 되어서 조금 연습해 보다가, 기타는 중고로 팔았고, 방음부스는 창고로, 키보드는 간이 책상으로 쓰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언젠간 펼쳐볼 음악에 대한 꿈을 가슴속에, 그리고 우리 집 한 공간에 간직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음 아픈 일도 있었다. 부산에 있을 때부터 함께 살았던 반려묘 루이를 떠나보냈다. 차마 헤어질 수 없어 집주인 아저씨께 사정사정해 서울까지 데리고 온 루이. 루이는 먼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 나에게 둘도 없는 식구이자 친구였다. 2층 침대, 방음부스 위, 옷장 안까지. 숨바꼭질을 좋아하던 루이가 숨어있던 그곳을 볼 때마다 가슴 한쪽이 아려오곤 한다.

우리 집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은 묻는다. ‘집이 큰 가봐? 얼마 주고 들어갔어?’ 그런 질문을 들으면 속상하다. 우리 집이 전세 7천만 원에 6평이라서, 좁아서, 비싸서 속상한 게 아니다. 추억이 깃든 우리 집이 단지 7천만 원에 6평이라는 숫자로 여겨진다는 사실이 서운한 것이다. 남들은 우리 집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우리 집을 사랑하며,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긴다.

위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이제 나는 모텔이나 친구 집에 살 때처럼 집에 가면서, 그리고 집에 있으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찜질방에 살 때와는 다르게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혼자서 있을 수 있다. 노래하고 싶으면 하고, 춤을 추고 싶으면 추고, 재밌는 걸 보며 박장대소도 한다. 그러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볼 때면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폐건물에 가까웠던 관사에 살았을 때처럼 벌레나 쥐, 곰팡이와 매일 싸우지 않아도 된다. 물론 그들이 가끔 나타나긴 한다. 서프라이즈 이벤트 같은 거라 생각한다. 고시원과 달리 창문도 나 있다. 물론 창문 바로 앞에 건물이 있어 해나 달은 못 본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빗소리를 선명히 듣기엔 충분하다.

누구나 그렇듯 우리 집이 넓고 비싼 집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집 없이 살아본 나는 생각한다. ‘집’이란 단지 넓어서 좋은 것, 비싸서 좋은 것은 아니라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곳. 비가 쏟아지는 날 누워서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떠나보낸 가족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 집은 얼마인지, 몇 평인지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여러분, 여러분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 주거위기청년 이슈에 대한 김 매니저의 생각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

<무박 365일> 시리즈는 아름다운재단 주거위기지원 캠페인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획한 콘텐츠다. 노숙위기청년들의 집 없이 전전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꺼낸 이야기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나 역시도 ‘집’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집’은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에서 이야기하는 집과 닮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생각할 때 집이 몇 채인지, 얼마나 크고 비싼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부동산 유리창에 붙어 있는 수많은 매물지를 보면 사람들이 집을 구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전세인지 월세인지, 몇 평인지, 보증금은 얼마인지. 당연한 것 같아도 집은 ‘숫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수상한 복덕방’은 당연해 보이는 매물지에 숫자를 지워 진짜 ‘집’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수상한 복덕방 웹페이지에는 가상의 노숙위기청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문을 잠글 수 있는 집’을 찾는다는 노숙위기청년은 부모님과의 가정불화로 집을 나왔고, PC방,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다. 부모님이 찾을 수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문장으로 마치는 이 이야기를 보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꿈으로 채워 가야할 청년의 집이 ‘숨을 곳’이 되는 걸로 충분한 걸까.

그래서 아름다운재단 주거위기청년 지원사업은 집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긴급주거지원 이후에는 복지 신청, 부동산 동행 등의 동행지원을 하기도 하고, 교육비, 의료비, 심리상담 등 개별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해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작게는 커튼 색깔과 가구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 이후에는 자격증이나 교육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것. 아름다운재단이 생각하는 진짜 집은 ‘삶’이다.

이 시리즈의 제목에 담고자 했던 건 365일 내내 이어지는 무박의 여행이었다. 그 반대편에 있는 일상을, 우리 모두가 누렸으면 한다. 잘 자고 잘 먹고 웃고 떠들고 꿈을 꾸는 365일을. 모텔, 찜질방, PC방 등을 떠도는 예측할 수 없는 떠돎이 아니라.

<무박 365일> 시리즈는 그들의 떠돎을 상상해보도록 돕는 것에 그치며 마치지만,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은 노숙위기청년의 내일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된다. ‘수상한 복덕방’ 캠페인이 더 많은 분들께 알려지고, 응원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수상한 복덕방의 매물지가 더 이상 수상해 보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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