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만난 ‘뷰티풀 커넥트’ 세션!

다자간협력팀 오수미 매니저

2026.10.08

읽는 시간 0분
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

아름다운재단이 (주)엠와이소셜컴퍼니,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경기도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당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단일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후기 1편: 스페셜세션 현장

아름다운재단은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뷰티풀 커넥트가 지난 1년간 쌓아온 협력의 경험과 결과를 시민들과 나누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 협력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었던 현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협력이 되겠어?” 의심하던 마을, 함께할수록 답이 보였다

‘뷰티풀 커넥트’ 세션 현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여주 노루목향기,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까지 세 마을공동체의 솔직한 경험담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저희 나이가 일흔셋입니다. 동갑내기 셋이 사는데도 맨날 싸웁니다. 협력이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 심재식 대표(여주 노루목향기)

세 마을은 협력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역 문제를 풀기 위해 동네 상점, 부녀회, 건축가, 의료협동조합 등 평소라면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난 1년간 ‘다자간 협력’을 실험한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무대에 섰을까?

협력은 차이를 끊임없이 조정하는 과정

무대에 오른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협력’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협력의 현실은 어떤가요?”

협력을 표방하면서도 일방적인 지원 관계로 흐르거나 자금을 가진 기관이 주도권을 쥐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면 “다음에는 저 기관, 그 사람과 협력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아름다운재단은 고민했다. 복잡하게 얽힌 사회 문제를 풀려면 여러 주체가 함께 협력해야 하는데, 협력이 정말 가능할까?

<뷰티풀 커넥트>는 정답이나 로드맵은 없이 시작됐다. 경기도와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MYSC, 아름다운재단은 마을이 꺼낸 고민을 경청했고, 필요한 자원과 사람을 연결했다. 마을공동체는 마을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한 뒤, 평소라면 만나지 않았을 새로운 파트너들과 만나 문제를 풀어나갔다.

순탄한 과정은 아니었다. 김 사무총장은 이 협력을 “키도 작고 시야도 다르고 아프기도 한 사람들이 모여서 걷는 이인삼각(二人三脚) 경기”에 비유했다. 1년의 실험을 통해 배운 건 “협력은 그 차이를 끝없이 조정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이 이 실험을 통해 남기고 싶은 것 역시 단순한 수치가 아니었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지역에서 스스로 작동하는 “협력과 문제 해결의 관계망”이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의 기조강연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도 “협력을 좋은 방향으로 상상하지 말자”는 제안으로 기조 강연을 열었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로의 취약함과 무력감을 인정하고, 강함이 아닌 약함을 고리로 나아갈 때 진정한 협력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나도 약하고 너도 약하니 같이 가자”라며 서로의 취약함을 연결하는 협력, 이런 협력이야말로 세 마을이 현장에서 부딪혀 온 협력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협력이 되겠어?” 의심하던 마을들, 협력은 멀리 있지 않았다

마을 토크쇼는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누구 없소?> 노래를 부르며 시작됐다. 지역 문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누구 없어?”를 외쳐 부르던 지난 1년이 고스란히 담긴 무대였다.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의 이진경 이사장은 코로나 시기 동네 어르신의 고독사를 접하며, 어르신들의 안부를 촘촘하게 살필 관계망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늘 동네를 지키는 상점들이었다. 콩나물 한 봉지, 두부 한 모를 사며 소소하게 안부를 나누는 슈퍼와 식당, 카페야말로 훌륭한 파트너였다. 그렇게 ‘다정곳간’이 열렸다.

어르신들은 생전 가보지 못한 찜질 카페나 당구장에 찾아가 놀이를 즐겼고, 상인들은 택시 호출, 병 따기, 휴대폰 기능 안내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먹고 사는 게 바빠서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상인들이 장사하면서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며 기뻐했다. 처음엔 “나 약 안 사, 우리 애들한테 혼나.”하며 의심하던 어르신들도 “요새 동네에서 살만해. 재미있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가 도움이 필요할 때 손 내밀 수 있는 관계로 달라졌다.

“이미 상인분들한테는 다정함이 있었어요. 새로운 다정함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다정함을 마을에서 표현할 수 있게끔 끄집어내는 게 저희 퍼즐이 해왔던 역할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진경 이사장(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

여주 노루목향기의 이혜옥 대표는 협력을 다가갈 수 없는 어려운 단어라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협력 파트너란 말에 처음에는 보건소나 대학처럼 전문 기관을 떠올렸고, “그분들이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까?” 싶어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파트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록리 마을 이장님은 고립된 이웃들을 연결하기 위해 빵을 나누고 싶다는 말에 650만 원짜리 기계를 선뜻 사주었다. 이주민이었던 노루목향기와 원주민 사이에 벽이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큰 사건이었다. 고된 빵 만들기에는 부녀회가 팔을 걷어붙였고, 빵 배달은 몇 년간 집에서 나오지 않던 동네 청년이 맡았다. 빵을 받던 어르신들이 고맙다며 후원금을 보내는 변화도 생겼다. 노루목향기만의 일이었던 돌봄 활동이 온 마을이 함께하는 일상이 되었다.

“만약에 우리가 손을 놔도 주민들이 할 수 있네? 꼭 돈만이 있어서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도 되는구나. 이거를 아주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심재식 대표(여주 노루목향기)

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고민은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공유공간이었다. 경사가 심한 태평동의 언덕 위에 있는 공유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중, 협력 파트너를 만나며 생각이 달라졌다. 단점이라 여겼던 언덕길을 오히려 건강하게 해주는 길로 전환해 건강방으로 조성한 것이다. 이때 파트너가 되어준 이들이 인근 가천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진이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왜 이제야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생각지도 못한 파트너였다.

이런 경험은 외부 파트너에게 손 내미는 일을 한결 쉽게 만들었다. 이 공간을 매개로 지역 의료사협과 MOU를 맺고 정기 건강검진을 진행하는가 하면, 내부적으로는 신규 조합원이 13명이나 늘었다. 무엇을 하는가에서 누구와 하는가로 관점을 바꾸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동아리가 생기는 등 공유공간은 더 이상 비어 있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얼마 전 다섯 번째 MOU를 맺었고, 여러 단체가 같이 협업하며 이 공간을 같이 쓰고 있습니다. 비어 있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과 사람, 지역 사회가 연결되는 장소가 되고 있어요.” – 강성진 이사장(성남 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세 마을 모두 거창한 파트너를 만난 것이 아니었다. 마을 가까이 이미 있던 사람들을 발견해 파트너로 삼았고, 몇몇 활동가의 일이었던 돌봄이 마을이 함께 이어가는 일이 되었다.

숫자 너머, 보이지 않는 협력이 남긴 것

MYSC 김세은 컨설턴트는 협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그 모습도 제각각이라 측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협력을 측정하기 위해 <뷰티풀 커넥트>의 임팩트 측정은 협력 과정 자체를 성과로 바라봤다. 문헌과 이론에서 가설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현장을 관찰해 검증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록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마을의 협력 역량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협력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가치는 무엇인지, 지역의 난제가 얼마나 해결됐는지 세 가지를 살폈다.

그 결과 크게 달라진 것은 마을공동체의 협력에 대한 인식이었다. 이전에는 협력을 자원을 조달받거나 거래하는 일로 여겼고, “이걸 부탁해도 되나”하는 위축된 마음도 있었다. 사업을 거치며 편하게 손 내밀어도 된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 외에도 유의미한 변화들이 있었다. 협력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일어났고, 지원이 끝난 후에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관계망이 생겼다. 다만, 측정 기간이 짧고, 객관성을 온전히 담보하기에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김세은 컨설턴트는 “바위를 얼마나 멀리 옮겼는가보다 바위를 계속 옮길 수 있는 근육이 생겼는가 지켜본 것”이라 비유했다. 완결된 성과가 아니라 계속 협력할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1년이었다.

내년 <뷰티풀 커넥트>는 성과를 확대하거나 더 화려한 성과를 내는 데 힘쓰기보다는, 더 깊어진 연결을 위해 나아갈 예정이다. 1기의 마을공동체가 남긴 시행착오와 그 안에서 맺어진 신뢰의 경험은 다음 실험에 든든한 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김진아 사무총장의 말처럼 협력은 멋진 사람들의 파티가 아니었다. “생각도 다르고 호감도 신뢰도 없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 나가는 과정”(애덤 카헤인, <협력의 역설>)에서 시작됐다. 세 마을공동체는 그 어려운 협력의 첫 발걸음을 뗐고, 이제 더 많은 마을이 그 답을 찾아 나설 것이다.

글 우민정 작가
사진 도비즈스튜디오

목록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