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행사, 한 끗이 달랐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박주희 매니저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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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을 가면 사람을 딱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피땀눈물을 흘리며 동분서주하는 기획자
😌여유 가득한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행사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리플렛을 담고, 굿즈를 사고, 네트워킹하지만, 기획자들은 정신이 없다. 명찰 인쇄를 위한 기계를 세팅하고, 대여한 테이블을 옮기고, 연사들을 맞이하고, 촬영 작가를 안내하고… 숨 돌릴 새 없이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행사가 끝나있을 것이다.

그 고단함을 알게 된 건 10여 년 전쯤이다. 작은 대행사에서 소규모 포럼 진행을 위한 단기 알바로 투입됐었다. 참가자 명찰을 건네주고, 좌석을 안내하고, 발언하는 사람에게는 마이크를 건네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 생각했다. 복병은 행사 마지막에 있었다. 행사장에 마이크가 하나인데, 질문하는 사람들이 속출한 것이다. 갖다주고 집어들고 다시 갖다주고… 그야말로 진땀나게 뛰어다녔다.

이후 소셜섹터를 취재하는 매거진의 에디터를 거쳐, 사회혁신가들을 지원하는 H-온드림의 데모데이 준비를 두 달 간 함께하게 됐다. 대행사가 있었지만 기획단에서도 준비할 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무대세팅 확인, 굿즈 패키지 확인, 발언자 동선 리허설… 그 모든 일이 기획단의 몫이었다. ‘대충해’라는 말은 행사에서만큼 결코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2019년 2월 H-온드림 데모데이 리허설 현장

아름다운재단에서도 여러 행사를 경험하게 된 만큼, 어디선가 기획안을 끌어안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한 끗’을 공유하고 싶다. 달라진 시야로 조직 내외부 행사에 참석하면서 싹싹 긁어온 꿀팁이다.

특히 발표자가 있는 포럼·워크숍 등에서 만족도가 높았던 행사의 공통점 10가지를 소개한다.

1. 기획: 목적과 타겟이 일치하는 행사를 만들자

모든 일이 그렇듯 행사 기획 시점에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목적과 타겟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센터에서 ‘비영리조직에 걸맞는 뉴스레터 제작 기술’을 주제로 행사를 기획한다고 가정해보자. 행사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할까? 뉴스레터 제작 기술이니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공유해야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물론 조직의 인지도를 쌓는 것도 부차적인 ‘목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뉴스레터 기술 공유’라는 목적에 맞게 행사를 기획한다면 타겟은 비영리 조직의 실무자일 것이다. 만약 목적이 전도되어 인지도가 목표인 행사가 되면 어떨까? ‘우리 조직이 콘텐츠를 이렇게나 잘 만든다’는 얘기만 잔뜩 하게 되고 말그대로 보여주기 행사가 되겠지? 참가자들은 모를 거라 생각하겠지만 다 안다. 때론 ‘아 저 조직은 참 잘하네… 근데 우린 어쩌나?’라는 생각에 부담감만 끌어안고 돌아올 때가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목적과 타겟이 일치하는 행사인지 아닌지는 참가자가 제일 잘 느낀다는 것을 유념해보자.

2. 공간: 접근성에 대한 고민은 필수

어떤 행사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경계없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과 경험을 설계하는 곳이라면 마음이 놓였다. 비장애인에게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장애인에게는 행사 참석 유무까지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실제로 청력이 뛰어나지 않아 뒷자리에서 종종 곤란할 때가 있었는데,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SOVAC살롱에서는 발언자의 멘트를 화면에 실시간으로 띄우는 문자통역을 진행해 멘트를 바로 볼 수 있어 편리했다.

SOVAC살롱은 모든 참가자의 발언을 화면에 실시간으로 띄웠다.(업체: sharetyping)

행사 공지문에서부터 오는 방법을 상세히 알리고, 휠체어 접근성(경사로, 엘레베이터 등)을 표기하는 곳, 수어통역 가능 여부 등을 명기하는 곳이라면 굉장히 신뢰를 갖게 됐다. 누구든 배제하지 않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서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한 공간을 구하기가 어렵거나, 진행이 불가하다면 사전에 반드시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접근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는 행사는 이제 지탄 대상이다.

3. 디스플레이: 친환경은 선택이 아니다

현수막, 이름표, 리플렛, 쓰레기통에 한가득 쌓인 플라스틱 얼음컵… 행사 하나가 끝나면 수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지는 것을 본다. 참가자로서 마음이 영 편하지 않다. 환경을 고려해서 오브제를 배치해야 한다.

  1. 이벤트월: 요즘 행사에서는 허니콤보드를 활용해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허니콤보드는 골판지처럼 두꺼운 종이 소재라 재활용이 가능하다. 2023년 아름다운재단 ‘희망가게 20주년 행사’ 당시 이벤트 부스에서도 허니콤보드를 활용해 이벤트 월을 제작했다. 현수막이나 비닐이 훨씬 가볍고 좋고 후딱 나오지 않냐고?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행사가 끝나자마자 휘리릭 흘러내리는 현수막과 각종 쓰레기를 뒤로 하고 나오면 참가자도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유념하자.
허니콤보드로 제작한 이벤트월 ‘오늘을 기록해주세요’ (이벤트기획: 박주희)
  • 참가자 제공 물품: 명찰도 요즘은 스티커로 인쇄해서 옷에 붙이는 곳이 많다. 케이터링 역시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거나, 수거가 가능한 용기에 담은 도시락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름다운재단 창립기념식에 자주 등장하는 도시락은 맛까지 좋았다.
외부 교육 현장에서 제공한 도시락, 스테인리스 다회용기를 사용 (사진: 신아베, 업체: 그린오더)

4. 비건: 먹거리는 선택이 가능해야 한다

참여자들에게 먹거리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건 옵션을 넣는 것이다. 최근에는 제철 야채나 과일을 활용해 맛있는 비건 도시락을 제공하는 업체도 늘었다. 2025년 12월 아름다운재단의 사업계획워크숍 ‘폭싹:속았수다회’에서도 비건 옵션이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비건인들이 쫄쫄 굶지 않도록 케이터링을 준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5. 사전안내: 다섯가지는 꼭 챙기자.

기획단계에서 아무리 신경을 쓰더라도 안내할 때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 행사에 신청해준 참여자들을 어디까지 고려하고, 신경쓰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게 이메일, 문자 안내다. 행사 신청 후 받아보는 안내를 통해 참가자들은 비로소 행사에 참석할 채비를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꼭 안내해야 할 내용은 ①접근성 ②케이터링 ③관련 자료 ④입장 방법 ⑤출입방법이다.

  • 접근성: 휠체어 이용 가능여부, 수어통역 등의 유무 안내, 불가능할 경우에도 안내하기
  • 케이터링: 제공하는 음식 중 비건이 있는지, 텀블러를 이용할 수 있는지 포함하기
  • 관련자료: 사전에 검토해야 하는 자료가 있을 경우(발표자료 제외) 인쇄해서 당일 배포하기보다 메일로 미리 전달하기, PDF파일 혹은 구글 드라이브 링크 사용 권장
  • 위치 공유: 행사장의 정확한 위치를 안내하고, 가능하다면 대중교통으로 어느정도 소요되는지 안내, 주차 가능 여부 포함
  • 출입방법: 장소에 따라 QR코드가 있어야 하거나, 누군가 내려와서 자동문을 해제해야 하므로 출입방법에 대한 안내 필수
사전 안내메일 예시

안녕하세요. [행사명]을 준비한 [주최]입니다. 본 행사에 신청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래와 같이 참석 안내드립니다.

1) 일시: 2026년 4월 30일

2) 장소: 000도 000시 000구 0000센터
※ 행사 장소가 ‘서울’인 경우 서울이란 명칭없이 건물이름만 쓰거나 자치구 이름만 쓰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한국=서울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주소를 두 번 찾아보는 번거로움이 없도록 서울이란 지명도 명확하게 써야한다.

3) 오시는 길: 해당 센터는 역에서 버스로 10분, 도보로 15분 소요됩니다. 대중교통 이용 방법은 아래 첨부합니다.
※ 지도 및 대중교통, 도보 등 편한 방법 안내 추가

4) 행사 진행 관련 안내
- 휠체어 출입이 가능합니다. 출입구 왼쪽편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주차 공간이 협소하오니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행사장 출입시 별도 QR이 필요합니다. 행사 당일 발송되는 QR코드를 꼭 보여주세요.
- 문자통역을 제공합니다.
- 커피와 차, 간식을 제공합니다. 가볍게 곁들일 수 있는 비건쿠키로 준비했습니다.
- 일회용컵 사용을 지양합니다. 텀블러를 꼭 지참해주세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행사 당일이 됐다. 업무분장표대로 일이 흘러갈 것 같지만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 프로페셔널하게 미리 준비해둔 사람들을 보며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적어둔게 있었다.

6. 자리: 넉넉하게 준비하자.

참석자 규모를 나름 정교하게 예측했다고 생각하지만 당일 취소분이 없어 참석자가 앉을 곳이 없는 행사가 종종 있었다. 이럴 때 어디든 주저앉게 두는 것보다 미리 대비를 해둔 곳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생각했던 인원이 모두 꽉 찼을 경우에는 가급적 참여자의 편의를 생각해 종이로 만든 의자, 등산용 깔개, 방석 등이라도 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7. 인프라: 미리 답사하고 체크리스트 만들자.

  • 와이파이: 비번을 크게 붙여놓거나 미리 알려준 곳에 만점을 드리게 된다. 비번을 찾아 헤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 발표자료와 포인터: 발언자의 맥락에 맞게 슬라이드가 딱딱 넘어가는 경우에 집중도가 높았다. 갑자기 이탈하거나 몇몇 장표가 포인터 수신 문제로 파르륵 넘어가버리는 경우 다시 돌아오는데 한참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 참고: 현장 상황 문제로 발표자와 진행자(화면을 넘기는 사람)를 따로 두는 경우 제어판>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복제 를 선택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확장은 노트북에 띄워둔 화면을 청중들이 보고 있는 화면으로 옮겨서 띄우는 방식으로, 진행자의 시선에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을 경우 화면 전환이 어렵다.

  • 화장실: 같은 층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 별도 표기를 해두는게 좋다.
  • 콘센트개수: 노트북 사용이나 휴대폰 충전 등을 위해 콘센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멀티어댑터를 준비해야 하는지 확인해 챙기는 것이 좋다.
  • 스위치: 행사장을 어둡게 하려고 스위치를 눌렀는데 다 꺼져버리거나 이상한데만 꺼진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스위치 위치를 파악해두는 것을 권장한다.
헤이그라운드의 경우 스위치에 전등 위치를 다 표기해두었다

8. 시간: 시간체크 담당자를 꼭 두자.

예정한 행사 종료 시각을 넘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청중의 반응이 뜨거워서 행사가 길어진 것이라면 상관이 없으나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발표자가 상호 협의한 시간을 넘겨 발표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주최측에서 애써 모신 연사의 발언을 자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백번 공감한다. 그러니 처음 행사를 기획할 때부터 정해진 시간 내에 발표를 잘 마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시계를 앞에 두어도 되고, 시간 안내를 담당할 매니저를 별도로 두는 것도 방법이다.

9. 개인정보 제공동의: 촬영 내용은 모두 ‘개인정보’니까

사진이나 영상촬영을 진행하는 행사의 경우 사전에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 일부 참여자는 사진 촬영을 원치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애써 찍은 사진을 나중에 삭제하는 등의 번거로운 사태를 막고 싶다면 꼭 지켜야 할 사항이다. 아름다운재단의 경우 촬영에 동의하시는 분들에게 콘텐츠 제공 동의서를 받고,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옷에 스티커를 붙여 촬영 범위에서 제외한다.

10. 마무리: 만족도 조사를 꼭 해보자!

행사가 끝난 직후 후기나 평가를 남길 수 있는 링크를 배포하는 게 좋다. 행사 내용이나 인프라 등 전반에 대해 점수를 매길 수 있는 방식도 좋고, 행사장에서 미처 하지 못한 질문을 남기는 방식도 좋다. 행사 후기 콘텐츠 작성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약해서 남기는 등의 후속 조치를 통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할 말은 많지만 이쯤해두는 이유는


꿀팁을 공유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행사장 모서리마저도 기획자의 손길이 닿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내심 더 크다. 보통 행사가 ‘어땠다’라는, 참가자가 쓴 후기는 많지만, 이를 기획한 사람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공들여 일을 했는지는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던가. (지금도 내 자리의 뒤편에서는 오는 5월 1일 노동절 기념 행사 부스에 참여하는 공익마케팅팀이 허니콤보드 시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늘도 행사를 기획하며 고달파할 누군가를 위해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 아직 만남의 가치는 유효하고, 그 자리를 기획하는 섬세한 마음이 변화로 이어질 거라고. 이미 행사장 풍경이 바뀐 것부터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기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참가자들도, 기획자들도 만나면 서로의 손을 꽉 잡아주기로 하자. 🙏🏻와 주셔서 감사, 열어주셔서 감사!🙏🏻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박주희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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