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3년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지난 3월 26일, 설레는 마음으로 현장을 찾았습니다. 바로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연구 공유회’가 진행되는 자리였는데요. 올해부터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 운영을 맡으며, 지난 3년 간 사업이 지닌 의미를 깊이 있게 담아낸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청년활동가 개인의 관점부터 공익활동 생태계의 활동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제언까지 두루 담은 보고서,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청년 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은 경력 1~3년 미만의 청년 활동가들를 대상으로 조건없는 지원금 300만 원과 동료 활동가와의 네트워킹을 지원해 왔습니다. 어떤 조직에서 일하든, 그 출발선에서는 여러 고민이 들기 마련인데요. 청년활동가들의 경우 단체의 재정 상황이나 개인의 건강, 여유 부족 등 이유로 활동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변화의 현장에 선 이들이 덜 지치고, 마음을 나눌 동료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3년 간 축적해온 사업 데이터와 경험을 토대로 청년 활동가들의 생각하는 활동의 의미와 어려움, 사업의 효과와 의미까지 다룬 연구 보고서를 펴낸 이유이기도 해요.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진행된 연구공유회에서 좀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요. ‘세상을 바꾸는 일에도 안전망이 필요합니다’라는 문장을 마주하며, 담당자로서 제가 풀어가야 할 고민도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저의 시선으로 전해드립니다.

존재 자체가 임팩트인 당신에게
보통 지원사업이나 모금, 연구를 대할 때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거창한 포부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공유회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었던 문장은 따로 있었습니다. ‘청년활동가의 존재 자체가 곧 임팩트‘라는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유은강 활동가의 발제였습니다.
청년활동가 안전망 지원사업이 복잡한 증빙없이 경제적 안전망 기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단순히 현금 지원을 넘어 청년활동가를 향한 ‘조건 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기 위함입니다. 누군가 나의 활동을 믿고 지켜봐 주고 있다는 감각, 그 든든한 마음의 연결이 활동가가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을 뗄 수 있게 하는 진정한 ‘경제적 안전망’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활동가다움’보다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을 꿈꾸며
우리가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듣는연구소의 백희원 연구원은 청년활동가가 현장을 떠나지 않으려면 지속가능한 생계와 경제적 기반 위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공익활동가 생태계가 특정한 ‘활동가다움’을 요구하는 대신, 활동가가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안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이를 위해 ▲소규모 공익단체의 내실을 다지는 지원, ▲활동가다운 좋은 삶에 대한 논의, ▲청년활동가의 목소리를 더 듣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백 연구원님의 제안은 활동가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길을 닦아야 할지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조용한 이탈이 아닌 ‘행복한 살아가기’로
현장에서 마주한 청년활동가들의 고민은 생각보가 더 깊고 구체적이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황수경 활동가는 폐쇄적인 지역 사회 구조 속에서 활동가들이 단순히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동료와 마음을 터놓을 관계적 안전망이 부족할 때, 활동가는 홀로 고민을 앓다 결국 ‘조용한 이탈’을 선택하고 맙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개인이 겪는 위기를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 두지 않고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서로를 돌보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다시금 절감했습니다.
제도는 조직이 활동가에게 하는 ‘약속’입니다
단순히 서로를 위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디지털정의네트워크의 현담 활동가는 제도는 조직이 활동가에게 한 약속이라며, 낮은 급여를 보완할 복지 제도와 평등한 조직 문화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유회의 3부 대화 테이블에서는 10년 뒤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막막함, 당장 시급한 의제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조직 문화 등에 대한 솔직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활동가 개인이 ‘활동가 다움’을 증명해내기 위해 애쓰기보다, 생태계 전체가 활동가가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변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청년활동가들에게 필요한 것 (클릭)
🪙경제적 안정
.1인 가구로 독립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
.갑작스러운 의료비·사고에 대응할 비상금 구조
.중년에도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인정과 긍정의 문화
.올라운더 역량도 전문성으로 인정받는 환경
.활동가들이 서로 칭찬하고 자부심을 나누는 문화
.공적으로 호명되고 지지받는 경험
.멋지고 잘하는 활동가의 다양한 모델 공유
🫱🏽🫲🏽관계망과 연대
.나의 처지를 이해해줄 또래 동료 활동가
.의제와 단체를 넘는 횡적 네트워크
.조직 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해줄 동료
.지역과 지역 사이를 잇는 연결의 기회
❤️🩹심리·건강 지원
.당사자 지원 활동 중 2차 트라우마에 대한 전문 지원
.번아웃 이전에 쉬는 법을 배우는 기회
.업무량 조절과 휴식권 보장
.자기돌봄을 죄책감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여건
🎓성장과 역량 강화
.의제 학습을 위한 체계적 교육·트레이닝 시스템
.선배 활동가와의 멘토링·슈퍼비전
.전문 자원에 대한 접근 기회
.커리어 경로를 상상할 수 있는 사례와 이야기
🏢구조적 변화
.소규모 단체의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
.노동자성 보호를 위한 제도와 문화
.후원·기부 생태계의 회복
.청년 활동가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론장
함께 ‘허리 연차’로 성장하는 동료가 된다는 것
특히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의 소라 활동가는 활동가의 생애 주기에서 서로를 돌보는 ‘관계적 안전망’의 경험이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라, 활동가 안에서 함께 ‘허리 연차’로 성장하며 서로의 ‘관계 자본’이 되어주자는 제안은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갈 네트워크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함께 만드는 더 촘촘한 안전망
이번 성과 공유회는 청년활동가들이 던진 서로를 위한 진심 어린 목소리들로 채워졌습니다. 연구보고서 <청년활동가의 지속가능한 공익활동을 응원하는 안전망과 연결의 힘>에서 강조된 것 처럼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활동가다운 좋은 삶’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나가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동행은 이번 공유회에서 모인 소중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청년활동가들이 서로의 동료가 되어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네트워크를 그려나가려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외로운 투쟁이 되지 않도록, 청년활동가들이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가겠습니다. 변화를 만드는 청년들의 곁에서, 저 또한 담당자로서 함께 걷고 고민하겠습니다.

글 공익사업팀 신선영 매니저
사진 임다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