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은 실험, 지역을 바꾸는 작은 시작 – 다양성실험실 오리엔테이션

공익사업팀 고용우 매니저

2026.05.14

읽는 시간 0분

극장의 상실을 딛고, 다시 세우는 지역의 공공성

동네에 60여년 동안 터줏대감처럼 존재했던 극장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위기에 놓입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극장은 일방적으로 철거되었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물리적인 충돌과 탄압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이 극장의 이름은 ‘아카데미극장’,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아니라 지역 사회가 함께 사용하기 위해 가꾸고 활용하고자 노력해왔던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극장은 사라졌지만, 사람들은 철거 이후에도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지역의 문화와 공간, 그리고 공공성을 둘러싼 다양한 의제를 이어가기 위해 아카데미와친구들을 설립했죠! 

아카데미의친구들 사무실 앞
아카데미와친구들 사무실

이 멋진 단체의 성장을 함께하고 있는 건 아름다운재단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입니다. 올해 인큐베이팅 2년 차인 아카데미와친구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양성실험실’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다녀왔어요. 지역에서 활동의 시작을 함께하는 일은 언제나 설레니까요. 그럼 원주에서는 서로 다른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있을지 살펴볼까요?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사회가 마주하는 문제와 의제는 점점 더 다양해집니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존에 없던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답을 만들어가는 공익단체들이 등장합니다.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은 이러한 시작의 순간에 주목합니다. 각기 다른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단체들이 현장에서의 실험과 시도를 통해 방향을 구체화하고, 자신만의 활동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함께 담아냅니다. 

원주 시민들의 새로운 질문이 여기 모였습니다

4월 21일, 원주에 도착했습니다. 사업을 담당하며 아카데미의 친구들 덕분에 3월에 이어 4월에 또 다시 원주에 왔는데요. 한 달 사이에 날씨가 더 따뜻해지고 가는 길도 더욱 초록초록 하더라구요. 오늘은 평소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아카데미와친구들로 향했어요. 바로 ‘다양성실험실’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기 때문인데요. 

다양성실험실 오티 현장
다양성실험실에 모인 참가자들

다양성실험실은 아카데미와친구들이 원주 지역의 공익활동의 구심점이 되어 공익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에요. 원주의 경우 공익활동 지원센터가 없다보니 지역에서 공익프로젝트를 하는 시민들이 모일 곳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이 실험을 통해 지역에서 각자의 문제의식으로 활동해온 사람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총 다섯팀이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청년, 장애학생의 자치와 자립을 고민하는 교사, 시민의 힘으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 영화를 통해 여성의 삶과 지역의 감각을 나누려는 모임, 그리고 사회문제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려는 활동까지. 주제와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올해 다양성실험실에 참여하는 다섯 팀은 모두 지금 원주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2026년 올해 다양성실험실이 만난 팀들

아카데미의친구들 다양성실험실 참여팀
  • 🧾원주시민기록단은 시민의 힘으로 지역의 기록을 남기고,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들고자 하는 팀입니다. 원주천 물길 아카이빙에 이어 올해는 원주 의병의 흔적을 따라가며 시민이 직접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기록을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로 바라본다는 점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 📽️사적인 여성영화 클럽은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출발해, 여성의 삶과 지역의 환경을 더 깊이 들여다보려는 모임입니다. 영화와 책, 대화를 통해 개인의 경험을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주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감각과 고민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개인의 경험이 지역의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팀이었습니다.

  • 🌳S.A.W는 기후위기라는 의제를 청년들의 일상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팀입니다. 환경영화제, 의류교환파티처럼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원주에서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멀리 있는 문제로 두지 않고 생활 속 문제로 연결하려는 방향이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 🌱 장애인인권 길라잡이는 장애학생의 자치와 자립, 그리고 학교 안팎의 연결을 고민하는 팀입니다.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활동, 자조모임, 나아가 정책 제안까지 연결하려는 방향을 갖고 있습니다. 장애학생을 지원의 대상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지역 안에서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본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 🔗 긁어부스럼 연구소는 사회문제를 조금 더 가볍고 낯선 방식으로 풀어보려는 팀입니다. 사회문제를 너무 무겁고 어렵게만 다루면 청년들이 쉽게 다가오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유머와 콘텐츠를 활용해 진입장벽을 낮추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문제와 연결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팀이었습니다.

올해 다양성실험실도 이제 시작됩니다!

문제는 보통 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답이 낫다거나 맞다는 식으로 우열을 가리려 드는 경우도 있는데요. 다양성실험실은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꺼내고 서로의 질문을 나누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참여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꼭 큰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기보다, 지금 지역에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직접 시도해보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양성실험실의 역할은 단순히 프로젝트의 활동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작은 움직임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혼자 멈추지 않도록 서로 연결하는 역할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전년도 로컬커넥트
2025년 로컬커넥트 진행사진

지역에는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이야기할 자리와 이어갈 구조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요, 그런 점에서 흩어져 있던 질문들을 모으고, 그것이 지역 안에서 더 분명한 의제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장이 되겠구나라는 기대심이 들었습니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들이 자신의 질문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열고 관계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네요~!

앞으로 각 팀은 자신들의 자리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이후 연말에 로컬커텍트(공유회)를 통해 그 과정과 고민을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아름다운재단도 원주에서 시작된 활동이 무르익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려 합니다. 올해 다양성실험실에서 시작된 움직임들이 원주 안에서 어떤 연결과 변화로 이어질지, 앞으로의 활동 소식도 기대해주세요!

 공익사업팀 고용우 매니저
사진 아카데미의 친구들

목록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