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3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전원 복직’을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165명이 정리해고가 되었습니다. 2015년 12월, 해고 노동자의 단계적 복직 합의가 있었지만 일부만 복직이 이뤄졌을 뿐, 해고 노동자 중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가족과 함께 큰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올해, 9년 3개월 만에! 노사가 ‘내년 6월까지 남은 해고 노동자를 포함하여 모두 복직’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은 참 기쁜 소식입니다.
다만,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취하 및 관련 가압류 해제, 경찰이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손해배상청구 철회 문제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보아야겠지요?
▶ [노란봉투 캠페인]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문제 들여다보기
올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복직 합의 소식에 함께 기뻐해 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미래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지켜봐 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2014년부터 ‘노란봉투’에 마음과 희망을 담았던 47,547명의 시민입니다.
이 노란봉투의 시작은 한 사람의 작은 외침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4만 7천원과 편지 한 통이 47,547명의 함성으로 이어졌고, 4만 7천 원이 무려 14억 6,867만 4,745원이라는 거액을 모으는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놀라운 결과를 만든 첫 번째 한 사람, 그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
2013년 12월 말, 배춘환 님은 ‘자신의 삶도 녹록지 않은 데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얼마나 막막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히며 한 언론사에 편지와 함께 4만 7천원을 보냈습니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 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 보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천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나머지 9만9999명분은 제가 또 틈틈이 보내드리든가 다른 9만9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 이자가 한 시간에 10만7000원이라고 하니, 참 또 할 말이 없습니다만… 시작이 반이라고…’ ▶ ‘노란봉투 캠페인’ 첫 기부자 배춘환 님 이야기
아름다운재단의 <노란봉투 캠페인>은 이렇게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배춘환 님의 편지가 언론에 소개된 후, 익명의 편지 한 통에는 꼬깃꼬깃한 4만7천원과 아래와 같은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10만 분의 1 정도의 대답이 되겠지만, 나머지 대답은 이 땅 위에 좀 더 좋은 것, 좀 더 옳은 것을 원하는 분들이 채워주시리라 믿어봅니다.’
어떤 사람들이 나머지 대답을 채워주었을까요? 배춘환 님의 소식을 듣고 “한 아이의 엄마 4만 7천원이 제게 불씨가 되었듯, 제 4만 7천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라며 편지를 보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수 이효리 님이었죠.
‘안녕하세요. 가수 이효리입니다. (생략) 아이의 학원비를 아껴 보낸 4만7천원, 해고 노동자들이 선고받은 손해배상 47억원의 10만분의 1, 이렇게 10만명이 모이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그 편지가 너무나 선하고 순수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 편지는 ‘너무나 큰 액수다’, 또는 ‘내 일이 아니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모른 척 등 돌리던 제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적은 돈이라 부끄럽지만, 한 아이엄마의 4만7천원이 제게 불씨가 되었듯, 제 4만7천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돈 때문에… 모두가 모른 척 하는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길 바랍니다. 힘내십시오.’ ▶ [노란봉투 캠페인] 가수 이효리 님의 4만 7천원 이야기
그 이후로 47,547명이 나머지 대답을 채우듯!!!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마음을 다해 꾹꾹 눌러 쓴 사연이 담긴 1,422통의 노란봉투를 받았습니다. 기념일, 생일, 돌잔치 대신 나누겠다는 결심들, 갓난쟁이부터 구순의 촌로를 넘나드는 기부자들의 면면, 산간벽지뿐 아니라 바다 너머에서도 날아오는 사람들의 마음, 심지어는 고양이(!!)의 편지( ▶고양이 2마리가 보내온 편지)까지 받으며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은 매일 매일 울고 웃었습니다.
과거 자료를 찾아보다보니, 노란봉투 캠페인 진행 기간에 분석한 소셜네트워크 댓글 분석 자료가 눈에 띕니다. 지금 다시 보아도, 노란 봉투에 담긴 시민들의 마음과 시선이 느껴집니다. 🙂
이효리 씨가 쓴 ‘편지’와 그 소식을 전한 ‘기사’덕분에 사람들은 ‘4만 7000’원의 의미를 알게 되고(초록색), 많은 분이 해고노동자’의 ‘고통’, ‘손배가압류’가 얼마나 ‘아픔’으로 작용하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 ‘답답’해 하고 있었습니다(황토색). 이후 <노란봉투 캠페인>을 알게 된 많은 분이 ‘사람’의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고 ‘마음’을 모았습니다(노란색). 그리고, 이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들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습니다(파란색).
2014년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모인 ‘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름다운재단은 손해배상가압류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모임 <손잡고>와 함께,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총 392가구에 11억7천여만원에 기부금을 전달했고, 보다 근본적인 접근과 손해배상가압류 문제해결을 위한 법률개정활동, 백서제작, 실태조사 등의 연구활동과 연극 <노란봉투>제작, 모의법정, 광장행사,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 [노란봉투] 함께 손잡은 시민, 우리는 ‘노란봉투 우체부’
그동안 어려운 시간이 계속 되었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일들이 남아있지만….
이번 가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합의 뉴스에
노란봉투 안에 담긴 희망을 함께 바라보는 마음으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노란봉투 캠페인 관련 이야기 더보기]
1. 속속 날아든 손편지들
2. 순옥아, 아직도 4만7천원을 안 보냈니? 빨리 보내야지
3. 낯모르는 이를 대신해 미리 낸 노란봉투 -마스터셰프 박준우
4. 1990년 월급봉투에 담아 온 4만7천원
5. 112일 간의 이야기
6. 지원사업 결과발표 현장에서 만나 기부자
글 | 장혜윤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