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작은변화네트워크

두드리면, 연결됩니다

지리산을 올라본 이라면 한 번쯤 함양을 거쳐가기 마련이다. 비교적 편리한 교통으로 수도권은 물론 주변 도시와도 쉽게 닿아 있고, 지리산을 오르는 주요 코스들이 함양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함양 시내는 오가는 차도 많고, 활기 있는 가게들도 제법 된다. 그런 북적거리는 함양 시내 골목들 사이에 <빈둥>이라는 카페 하나가 있다. 간판도 소박한 이 카페 빈둥에는 소셜다이닝, 책모임, 시낭송 대회 등 이런저런 이벤트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고 있다. 카페 안 한쪽 벽에는 마을에서 생겨난 모임들 이름이 22개나 적혀 있고,’ 마을활력기금’이란 이름으로 모인 모금액도 당당히 적혀 있다.

여느 동네 카페와는 달라 보이는 이곳에서 재미난 일들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함양 협력파트너인 이은진 활동가를 중심으로 모인 7명의 시민들. 이들은 올해 7월 ‘함양작은변화네트워크’라는 이름의 법인을 만들어 보다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어떤 이들이 모여서, 무슨 재미난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걸까. 함양작은변화네트워크 기획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찬두와 혜련을 만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약속은 역시 카페 빈둥에서 잡았다.

흐릿했던 사람들이 선명해진 순간

2018년 3월, 지리산 작은변화센터에서 작은변화 시나리오, 강좌, 조사 공모사업을 받은 사람들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했어요. 그리고 연말에 그 사람들이 공모사업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사례 발표 같은 것을 이곳 카페 빈둥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했죠. 각자의 활동과 고민을 나누는 첫 번째 자리였는데, 그 자리가 참 좋더라고요.

이 자리가 있기 전까지 찬두는 공모사업에 참여한 작은 활동들을 뒷짐 지고 지켜보기만 했었다. ‘저런 작은 걸로 무슨 큰 변화를 만들 수 있겠어?’라는 냉소적인 태도도 있었다. 그러나 사례발표 자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각자의 활동을 소개하는 이들을 보며, 작게만 보았던 모임들이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활동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전까지 ‘흐릿하게만 알고 있던 사람들이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선명해진 느낌이 마중물이 되어 올해 기획단이 꾸려졌고 ‘작은변화네트워크’라는 이름도 갖게 되었다. 기획단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재미난 일을 꾸리는데, 세 가지 활동이 큰 축을 이룬다.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고 밥 먹으며 서로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아보는 ‘모임들의 저녁식사’, 도시재생, 교육공동체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매개로 생각을 나누는 ‘작은변화포럼’, 그리고 새로운 모임을 찾거나 기존 모임의 외연이 확장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이다. 

함양작은변화네트워크 찬두(왼쪽), 혜련(오른쪽)

작은변화네트워크 기획단 내에서 연락책(!)을 맡고 혜련도 작년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작은변화의시나리오 지원을 받아 모임을 운영했다. 함양 지역 청년들이 모여 매달 책을 읽는 2030 책모임이었는데, 지원사업 덕분에 사람책, 프리마켓, 책거리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고.

올해 은진(함양 협력파트너)이 ‘함양에 있는 모임들 목록 만드는 것 같이 해볼래?’ 제안을 했어요. 사실 올해는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웬만하면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웃음) 이렇게 기획단을 하게 됐네요. 저는 사람과 사람 연결하는 일에 재미와 의미를 느껴요. 그래서 모임들의 저녁식사도 부담이 되기보다 기대가 되더라고요.

이전까지는 이름과 모임의 활동 정도만 알았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모임들의 저녁식사를 하면서 동네 이웃과 모임들 하나하나를 새롭게 알아가고 있다. 함양에서 나고 자란 혜련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이다.

함양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여기서 좀 잘해보려는 이웃분들, 같이 잘 살아보려고 하는 이웃분들한테 고마운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나는 내 함양에 애정이 이렇게까지는 없는데 이 사람들은 함양에 대해 왜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노력할까? 고맙다,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계속하게 되는 거 같아요.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남녀노소 잘 어울리는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혜련은 주변에서 만난 이웃들도 그와 같은 마음을 늘 품고 실천하는 것을 보았다. 그 마음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청년들끼리만 모인 2030책모임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그런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일도 바쁜데 굳이 일을 만들어서 하더라고요. 참 신기하고 고마웠어요. 그런 이웃분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줘서 저도 좀 더 넓게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만약 안 그랬다면 아직까지도 청년들끼리만 만나 활동했을 거예요.

카페 빈둥에서는 마을활력기금과 우리동네마을모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작지만 큰 변화는 지금, 일어나는 중 

함양 작은변화네트워크가 생겼다고 갑자기 시민사회가 불이 붙은 것처럼 활성화되거나 제도의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산적한 지역 문제가 단박에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찬두와 혜련은 함양에서 작은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힘주어, 분명하게 말해 주었다.

함양이 조용하고 침체되어 있어 작은변화 네트워크 활동을 통해 지역이 꿈틀거리고 활성화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소수이긴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활동을 시작했죠. 그런 활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활력도 생기고 이렇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말이죠. 그러다 지난 8월 모임들의 저녁식사에서 우리가 꿈꿨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어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앞다투어 활동을 소개하고 함께할 거리를 찾더라고요. 지역에서 뭔가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양적으로도’ 늘어났고, 그런 활동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누려는 사람들도 많아진 거죠.

함양작은변화네트워크가 여는 모임들의 저녁식사

함양작은변화네트워크가 여는 ‘모임들의 저녁식사’ (출처 : 까페빈둥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cafebindoong )


변화의 모양을 콕 짚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의하기 어렵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임들의 저녁식사>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새롭게 모이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행정이 주도했던 지역 축제에서 변화와 중요한 가치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함양 산삼축제는 함양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다. 지난해, 행정의 엄청난 예산이 투여되는 이 축제의 한 꼭지에 작은변화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시민 몇몇이 참여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축제에 참여하기보다 주로 비판적이던 시민들이 작게나마 축제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축제 참가자들은 이들의 참여를 뜨겁게 반겼고, 축제를 만든 이들도 큰 보람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경험이 이어져 올해는 5월부터 11월까지 함양 하림공원에서 열리는 ‘하림문화놀이장날’ 기획, 운영을 맡았다.

찬두는 지역 축제에 참여해 ‘행정에서 큰 예산을 들여 치르는 축제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콘텐츠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또 우리가 낸 세금이 지역 축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행정 주도의 지역 축제에서 시민이 만드는 축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찬두가 바랐던 변화가 실현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혜련은 작은변화의 장면을 개인의 삶 속에서 발견했다. 작은변화네트워크와 함께 하면서 ‘떠나고 싶었던 함양’에서 ‘더 살고 싶은 함양’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저는 늘 함양을 떠나고 싶었던 청소년이었어요. 그런데 청년이 되어 사람들과 모임들을 만나고 또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시간들이 저한테 상상했던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기댈 수 있는 언덕’이라고 해야 되나요? 모임들과 만나 활동하면서 일상의 활력도 되고요.

사실 제가 10월에 결혼 예정인데, 신랑이 도시에 나가 살아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도시에 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함양에 좀 더 있고 싶더라고요. 왜 그런 마음이 들까? 생각해보면, 이런 모임과 만남이 저한테는 영향이 있는 거 같아요. 도시로 훌쩍 떠나서 사는 인생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상하게 함양에 정이 붙어서 좀 더 살아보고 싶다, 조금 더 살아보고 싶고 좀 더 살아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어요. 이런 변화가 저 개인에게는 작은변화이자 어쩌면 큰 변화죠.

 

함양의 내일을 기대합니다

함양 작은변화네트워크가 만드는 <모임들의 저녁식사>에는 매번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 지역에서 생겨난 모임이 궁금하고 관계 맺고 싶어 찾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이다. 도시가 너르게 관계 맺는 데 인색해지고 있다면, 함양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변화가 일어나는 중. 함양의 협력파트너인 이은진 활동가는 이렇게 날로 번성(!)해가는 모임들의저녁식사가 왜 잘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행복한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찬두와 혜련과 1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은진이 말한 그 행복한 고민의 답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그 연결이 만들어 내는 변화의 순간들을 함양 사람들은 지금 마주하고 있다. 그 생동하는 지역의 변화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기꺼이 내어주는 작은변화네트워크의 찬두와 혜련. 그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함양의 변화를 보며,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의 힘을 더욱 굳게, 믿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변화가 되어 더 활짝 필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이들에게 증명이 될 수 있기를,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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