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즐거운 출발이 될 겁니다.
“같은 보호종료 아동을 만나면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강연자 신선 캠페이너)
“저희의 이런 만남이 즐거운 출발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권찬 사무총장)
“여러분의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그 꿈이 펼쳐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스타벅스 코리아 송호섭 대표이사)
여기,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넘어 꿈을 찾아가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에서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불쌍한 게 아니라 꿈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그렇게 자기 삶을 멋진 모습으로 가꿔가려는 친구들입니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타벅스 지원센터 사이렌홀에 20여 명의 청년이 모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한국사회복지관협회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청년 자립정착꿈 지원사업’의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사업에서는 아동복지시설 및 가정위탁 퇴소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합니다. 그룹 멘토링이나 자립역량 강화 프로그램, 그룹별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사업 참여자들은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성장한 자신은 물론 같은 고민을 나누고 해결할 수 있는 친구들을 얻게 됩니다.
오리엔테이션 현장은 사업 시작에앞서 함께하게 될 참여자들과 만남을 갖고, 사업 종료까지의 긴 여정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로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보호종료 아동으로서 자립의 길을 이어가는 선배의 이야기, 사회공헌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의 강연도 열렸습니다. 청년들은 그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선배들의 말을 들으며,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보호종료 아동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지원사업, 이렇게 진행됩니다!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반적인 사업의 진행 과정에 대해 한국사회복지관협회 이봄 대리가 안내했습니다. 올해 사업은 작년의 첫 시행에 이어 좀 더 정비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자립청작 꿈 지원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500만 원. 5월부터 12월까지 총 8개월간 사업이 진행됩니다. 그동안 참여자는 지원금 사용에 대한 계획이나 사업 참여자들이 월별로 작성해야 하는 ‘꿈 성장일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사업 진행 기간 동안 월 1회로 진행되는 자립역량강화 및 네트워크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공연관람과 국내여행, 마라톤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희망별 프로젝트, 진로적성 검사와 면접 및 이력서 쓰기 등의 취업 특강, 스타벅스 바리스타 체험교육으로 이어지는 ‘취업 활동’, 여기에 희망별 발표회나 여러 특강 등의 정보 제공 등이 포함됩니다. 참여자들은 스포츠 문화체험 및 관련 직업분야 탐색, 국내 여행프로그램, 뮤지컬 관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에 필요한 경험치를 얻습니다. 또한, 취업활동에서는 자신의 적성을 알아볼 수 있는 적성탐색 검사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맞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원합니다. 검사 이후에는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기술 등 취업에 필요한 실질적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의 협업으로 ‘바리스타 직업체험’이 진행되는 등 좀 더 실무와 연결되는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그간 해왔다면, 그다음에 필요한 행사는 활동내용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자리! 사업의 막바지에는 그간의 사업 참여 과정을 정리하는 결과보고회가 열립니다. 프로젝트 우수 참여자 시상 및 성과보고회 등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자립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이날 오리엔테이션의 핵심은 보호종료 청년으로서 당사자가 내는 목소리. 그리고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해온 엔터테이너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먼저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참여한 보호종료 청년 ‘신선 캠페이너’는 이날 ‘너와 나의 연결고리’라는 주제로 보호종료 당사자로서의 삶과 자립으로 향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보육원에 사는 친구 있으면 손드세요.’ 선생님이 물어보시는 그 순간이 당황스럽고 창피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친구들이 저를 두고 보육원 산다고 먼저 말하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중학교를 멀리 진학했지만, 티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빈자리를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어릴 적 옷을 태워 가면서 다림질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자립을 탈출구로 생각했습니다. 자립할 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시설에서는 옷장도 나눠써야 하고 책상은 반으로 갈라서 쓰곤 했습니다. 이런 게 싫어서 개인 방이 생기는 게 너무 좋아 자립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자취 후 집들이를 대여섯 번 했을 겁니다. 처음에는 자유롭고 좋았지만 점점 ‘처음’인 것들이 많아져 힘들었습니다. 공과금이나 전기세 같은 것들. 처음 자립했을 때는 고립된 기분이었는데, 장학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만난 친구들 덕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에게 묻고 알게 될 것들을 친구들에게 묻고 배웠습니다. 결국 자립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과같이 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제 신선 캠페이너는 보호종료 청년으로서 자기가 처한 현실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강연 마무리에서 그는 보호종료 청년의 삶을 스스로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우리를 불쌍한 사람이나 살인자로 그립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느낍니다. 여기에 모인 저희가 예비 살인자 같진 않잖아요? 꿈을 준비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텐데,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저희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미디어 속에서 그려지는 식의 사람들이 아니에요. 꿈을 준비하는 청년들입니다.”
마음껏 꿈꾸세요, 실패해도 됩니다
꾸준한 기부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온 가수 ‘션’의 강연도 인상 깊었습니다. 먼저 그는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앉아 있는 청년 중 한 명에게 꿈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죠.
“저는 연극배우를 하고싶어습니다. 저와 같은 삶의 조건에서 성과를 내고 연극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뜻이 있으면 사람들이 도와주기도 하니까, 꿈을 잃지 말고 꾸준히 해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청년이 이렇게 답하자 그 말을 들은 션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삶 안에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는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많은 경우 사람들은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중해 꿈을 포기합니다. 거기에 얽매여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계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과거가 있습니다.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그 꿈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꿈을 꾸고 살고 있습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죠? 한 명으로 시작한 꿈, 그리고 그다음의 꿈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지원사업을 통해 마음껏 꿈꾸세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그것 또한 성공을 위한 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꿈꾸세요. 그러면서 꿈 다음의 꿈. 거기에 대해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나의 과거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기적을, 작은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분 한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선물입니다.”
강연 외에 만남의 긴장을 풀어주는 아이스브레이킹,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다양한 사회공헌 사례, 한양사이버대 출신으로 스타벅스 입사 후 사내 강사가 된 사례자의 경험 공유 등 이날의 풍성한 행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었습니다.
특히 체험형 행사였던 스타벅스 커피 체험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직접 안내하는 커피 향 감별법에 대해 설명할 때 주의 깊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바리스타들이 음료 만드는 법을 알려줄 때도, 참여자들은 우유를 따르는 바리스타들의 손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음료를 따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서 청년들은 사업을 통해 자신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가늠할 수 있었겠지요. 사업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찾아 앞으로의 진로를 착실히 만들어가길, 과거의 경험을 넘어 멋진 꿈을 이뤄가는 청년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청년 자립정착꿈 지원사업] |
글 : 이상미 / 사진 : 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