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우리는, 빛나는 사진과 오래도록 함께 할 사람을 남겼지. – ‘작은변화 프로젝트 ; 그해 우리는 팀’ 인터뷰

아름다운재단 교육비 지원사업 안에는 장학생과 길잡이가 함께 참여하는 다채로운 팀 활동 프로그램이 있다. 함께 달리고 운동하는 ‘페이스메이커’, 여행과 플로깅을 함께 하는 ‘줍줍여행’, 책 한 권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드림 프로젝트’ 등등. 그중에서도 이번에는 사진 속에 ‘그해 우리’를 담고자 했던 ‘그해 우리는’팀을 만났다. 사진이라는 주제로 모인 장학생과 길잡이들은 지난 1년간 어떤 활동을 했고, 그 활동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 길잡이 김수연 씨, 장학생 박준용 씨와 이원지 씨(모두 가명)를 만나 ‘그해 우리는’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은변화프로젝트 팀 "그해우리는"

Q.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수연 : 저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아름다운재단 교육비 지원사업의 장학생이었다가 지금은 2년째 길잡이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연입니다.

준용 : 저는 아름다운재단 신규 장학생 박준용이라고 합니다.

원지 : 저는 아름다운재단에서 2년째 장학생으로 있는 이원지라고 하고요. 한의학 전공 중인 대학생입니다.

Q. ‘그해 우리는’팀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각자 이 팀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수연 : 이전에는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자립 정보를 담은 팸플릿을 제작했던 ‘미디어 제작’팀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진 찍는 활동 중심으로 팀이 꾸려졌고요. 1년간 사진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이후에도 이 순간을 기억하면서 평화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마침 팀을 시작할 때쯤 ‘그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했었는데 드라마 제목이 저희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팀명으로 짓게 됐습니다.

준용 : 저는 512GB 휴대폰을 사서 이 팀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그 큰 용량을 사진으로 채워보자 해서 이 팀을 선택했어요. (모두 웃음)

원지 : 저는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사진에 추억이 담기는 게 좋아서 들어오게 됐어요. 실제로 힘들었던 기억도 사진에는 아름답게 간직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모임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사진 찍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기도 했고요.

Q.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주셨는지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수연 : 저희는 지금까지 두 번의 모임을 했어요. 먼저 봄에 대구의 ‘이월드’라는 곳에 갔었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이월드 주변에서 벚꽃도 구경하고 시내에서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누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다음에는 서울에서 만났어요. ‘시현하다’라는 스튜디오에서 각자 프로필 사진을 찍는 모임이었습니다. 저희가 사진을 찍자고 모였는데 정작 본인이 피사체가 되는 경험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가 찍어주는 프로필 사진은 어떤 것인지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한 모임이었어요.

작은변화프로젝트 팀 "그해우리는"

[그해 우리는 팀모임, @대구 이월드에서]

Q. ‘그해 우리는’팀의 팀원을 모으는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모여서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하고요.

수연 : 처음에는 길잡이가 모여서 팀을 시작해요. 길잡이들이 모여서 어떤 콘텐츠를 다룰 것인지 기획해놓고 전체 팀이 장학생 모집 공고를 올리면 장학생분들이 지원합니다. 기간 내에 지원하지 않은 장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임의로 팀에 배정해주시기도 하고요.

준용 : 처음에 ‘그해 우리는’팀에 지원한 사람은 저 혼자였어요.

원지 : 저는 조금 여유롭게 즐기면서 팀 활동을 하고 싶어서 이 팀에 들어오게 됐어요.

준용 : 팀에 들어와서 보니 사람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배울 점도 많았고요. 저는 지금 팀에서 팀원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날짜별로 수집하는 자료 담당 역할을 하고 있어요. 512GB를 잘 활용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원지 : 저는 총무 및 회계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가 좀 부주의한 사람이어서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최선을 다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가 각각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 보니 기차표 보내주는 일부터 모임 때 발생하는 비용과 필요한 물품구매비까지 계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연 : 저는 팀 리더를 맡고 있어요. 저희 팀에는 길잡이가 3명 더 있고요. 장학생이 6명 있습니다.

Q. 조금 더 자세히 두 번의 활동 후기를 듣고 싶어요. 왜 모임 장소로 대구와 서울을 선정했는지 그리고 모임 후에 어떤 결과물이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수연 : 우선 장학생들의 위치 접근성을 고려해서 지역을 선정했어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와 접근성이 좋은 서울로 모임 장소를 정했고요. 모임 날짜도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날로 정했습니다. 모든 과정을 민주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진행했어요.

준용 : 개개인에게 모두 맞추는 것은 어려우니 과반수의 선택을 따랐죠.

원지 : 인원이 10명이 되다 보니 전부 같이 모이기가 힘든데 투표도 하고 계속 이야기하고 조율하면서 최대한 모두 만날 수 있는 날로 정했어요.

수연 : 대구 ‘이월드’ 주변에서는 자기가 찍고 싶은 사진을 찍고, 카페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면서 대구 구경도 했어요. 그때 저는 주로 벚꽃 풍경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거리의 전체적 풍경과 사람들도 찍었고요.

준용 : 저는 장학생들 위주로 사진을 찍었어요.

수연 : 준용 님이 그때 ‘엉덩이 사진’ 찍었죠? 준용 님이 대구에 갔을 때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는 길잡이분의 뒷모습 중에 엉덩이 부분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이 있어요. (모두 웃음)

원지 : 준용 님이 웃기게 사진을 잘 찍으시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찍지 않는 각도와 다른 시선으로 사진을 찍어서 무척 신선했어요. 저는 벚꽃 풍경을 배경 삼아 친구들 사진을 한 명씩 찍어주기도 하고, 예쁜 골목길을 찾아서 거기서 또 친구들 사진 찍어주고 그랬어요.

수연 : 원지 님은 주로 사람들을 관심 있게 바라보고 사진을 찍어주려고 하더라고요. 카페에서도 계속 여기 보라고 하면서 사진 찍어주고.

원지 : 서울에서는 프로필 사진 찍느라 카페에서 잠깐 만나고 헤어졌어요. 그래서 그때는 사진을 많이 못 찍었죠.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는 일에 의의가 있던 만남이었어요.

준용 : 서울에서는 저희가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사진에 찍히는 날이어서 저도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어요.

수연 : 저는 지나가다가도 새로운 식물이 보이면 찍는 편이에요. 그날도 식물 사진을 찍었던 게 있을 수도 있어요. (웃음) 식물은 모양이 다양하고 기후에 따라 형태가 또 달라져서 그게 흥미롭더라고요. 신기하고 귀여워서 식물 사진을 많이 찍고 있습니다.

작은변화프로젝트 팀 "그해우리는"

[그해우리는팀 팀원들]

Q. 지금까지 했던 활동 중에 가장 자랑스럽거나 자랑하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수연 : 저는 지금, 이 순간 팀 인터뷰를 하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이 인터뷰는 계획에 없던 활동인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준용 : 저는 재단에서 했던 활동 중에서 하나 말씀드리고 싶어요. 장학생 대상으로 하는 자립 강화 프로그램에서 제가 요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요리를 시도해보고 제가 만든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대접했다는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원지 : 저도 장학생 프로그램 중에서 금융 경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게 생각납니다. 그동안 소비만 할 줄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적금을 들거나 통장 관리하는 방법을 상담받으면서 실제적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수연 : 저는 장학생 때 자립 정보 팸플릿을 제작했던 활동이 생각나요. 자랑이라기보다는 공유하고 싶은 기억입니다.

Q. 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 혹은 활동이 있을까요?

준용 : 저는 저와 성격이 완전히 달랐던 김00 길잡이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와 다르게 주관이 뚜렷하신 분이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원지 : 저는 저희 팀 리더인 수연 언니가 인상 깊었어요. 리더로서 팀을 책임감 있게 이끌어주시고 늘 팀을 생각하는 깊은 마음이 느껴져서 고마웠고요. 제가 회계 활동하면서 모르는 사항 물어볼 때마다 친절하게 답해준 것도 고마웠습니다. 언니를 보면서 리더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저랑 동갑인 준용이요. 준용이는 저와 반대 성향이지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같이 사진 찍고 활동하면서 내적 친밀감이 생겼어요. 성격과 관심사가 달라도 비슷한 취미가 있으면 친해질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이나마 깊어진 것 같습니다.

수연 : 일단 저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창0 길잡이입니다. 올해 졸업해서 많이 바쁠 텐데도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새롭더라고요. 작년 여름에 같이 한달살이할 때는 몰랐던 그 길잡이의 성숙함을 발견한 시간이었어요. 제주도에서 오신 장학생님도 먼 데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준용 님도 단톡방에서 열심히 체크 표시 눌러주고 투표도 먼저 참여해주셔서 믿음직했고요.

Q. 팀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점이나 배운 점이 있을까요?

준용 : 저희 팀이 결성되고 오리엔테이션 할 때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때 다양한 분들을 만나며 많은 걸 느꼈어요. 저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처하게 된 이런 환경을 그저 숨기기 바빴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고, 그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원지 : 저는 2년 차 장학생인데요. 아름다운재단에서는 다른 장학 제도와 다르게 소모임도 만들고 여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처음에는 조금 의무감을 가지고 참여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까 이 과정들이 너무 소중하고 재미있는 거예요. 활동하다 보니 이런 인연들이 참 소중해서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평소에 친구들과 밥 먹고 카페 가고 여행하는 것과 다르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니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결국 저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그해 우리는’ 팀 활동을 했던 경험 때문에 내년에 길잡이를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연 : 원지 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보람찹니다. 처음에는 팀 활동을 시작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전에 팀 활동할 때 중간에 팀에서 이탈했던 사람도 있었거든요. 이게 의무로 참여해야 하는 활동이 아닌데 바쁜 친구들이 혹여나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다들 적극적으로 책임감 있게 참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작은변화프로젝트 팀 "그해우리는"

[그해우리는팀 팀원들]

Q. 팀 활동 중에 이런 활동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부분이 있나요?

수연 : 저는 지역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이 멀다 보면 자주 모이기 어려운데, 서로 사는 지역이 가까우면 주말에 갑자기 시간 났을 때 몇 명이라도 같이 밥도 먹고 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지역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준용 : 장학생 체육대회나 장기자랑 같은 행사요.

원지 : 저도 앞의 두 분 의견에 동의합니다. (웃음)

Q. 팀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개선했으면 하는 점 두 가지가 궁금합니다.

준용 : 아무래도 개개인의 상황을 다 맞추기 어려웠던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이걸 개선하려면 개개인의 선택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재단 담당자님께서 좀 더 장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해주시고 소통 과정에 도움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연 : 저는 자체적으로 일정 정하고 소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리더로서 그 소통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요. 저는 일단 투표를 마감하는 시간을 정하고, 그 마감 시간 내에 투표하지 않은 팀원에게는 따로 전화해서 최대한 일정을 맞출 수 있게 조율했습니다. 마감을 정하고 따로 전화로 소통하면 일정 조율은 거의 해결되는 것 같아요. 연락이 아예 안 된다면 그런 상황은 좀 어렵겠죠.

원지 : 길잡이 분들이 장학생보다 숫자가 적잖아요. 길잡이가 많이 세워져서 길잡이와 장학생을 일대일로 매칭해 멘토-멘티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특히 신규 장학생들의 적응에 도움을 주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장학생과 길잡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수연 : 팀 활동이 생각보다 많이 안 바쁘니까 장학생분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원지 : 이렇게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을 따로 만나기가 쉽지 않잖아요. 서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자기가 마음만 연다면 깊게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런 곳에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고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모임에 나오는 게 힘들 수도 있지만, 즐기면서 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다 보면 자기의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해주고 싶습니다.

준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신』이라는 책을 보면, 주인공이 다시 태어나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에게 자기가 태어날 환경을 직접 결정하게 해주거든요. 그때 그 환경을 결정하게 해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줘요.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일수록 훌륭한 사람이 되고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일수록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작아진다고요. 그래서 결국 주인공은 어려운 삶에서 태어나는 삶을 다시 선택합니다. 그러니까 저희도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어려운 삶을 선택한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같이 힘내자고 말하고 싶어요.

작은변화프로젝트 팀 "그해우리는"

[그해우리는팀 팀원들]

*
팀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같이 할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활동을 실행해가는 과정에서 의사 결정 과정을 배우는 장. 작은 삶의 반경 속에서는 만날 수 없었을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를 더해가는 장. 서로 부대끼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방식을 배우고 누군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장. 그게 아름다운재단 팀 활동의 묘미인 것 같다. 무엇보다 ‘그해 우리는’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들은 2022년의 사진만 남긴 게 아니라 2022년의 사람들 또한 남긴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다. 누구를 만날지 모르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모르며, 무엇을 배울지 몰라 기대를 품을 수 있다는 게 팀 활동의 가장 큰 즐거움 아닐까.

글 : 박혜은 (글작가)
사진 : 리커버리센터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