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금융과 지역 연대의 미래’ 기획 포럼 현장
역사적으로 금융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강한 자’의 편에 자주 서곤 했다. 그러나 이윤 극대화와 투자수익률만 따지는 경제 논리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금융이 사회 변화에 눈감고 이윤 극대화의 수단에 머물 때 어떤 위기가 닥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는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똑똑히 보여주었다.
이런 차가운 현실에서도 금융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자와 수익률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위한 사회연대금융이 가능하다고,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다. 201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사회연대금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한국에서도 아름다운재단은 물론 사회연대은행·신나는조합 등 다양한 조직이 이러한 가치를 갖고 금융을 지원하는 ‘포용적 민간주체’가 되어 도전에 나섰다.

최근 사회연대금융에는 새로운 과제가 많아졌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정안전부에 사회연대경제국이 신설되는 등 지원정책과 규모가 확장하는 분위기지만, 관련 논의는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어 지역에서는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AI 기술이 산업과 경제의 판도를 뒤흔들고 최근 미국과 이란의 상황에서 보듯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으니 사회연대금융도 이에 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어려운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지혜가 필요하기에, 사회연대금융의 여러 주체가 각자의 사례를 공유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열렸다. ‘가치 금융과 지역연대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포럼이 열렸다. 대전사회적경제혁신타운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에 전국 각지의 사회연대금융 관계자들이 찾아와 함께 교류하고 배우고 고민을 나눴다.
사회연대금융이 지역에서 자라야 하는 이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오승주 창업경영전략개발원 대표는 지역 기반의 사회연대금융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면서 아름다운재단의 ‘희망가게’ 사례를 소개했다. ‘희망가게’는 한부모여성가장을 위해 최대 4천만 원의 창업자금은 물론 교육·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자는 연 1%이고 상환기간은 8년인데, 이렇게 돌아온 상환금은 다시 한부모여성가장의 창업지원금이 된다. 지난 2004년 1호점을 시작으로 벌써 578곳의 희망가게가 문을 열었고 한부모가족 구성원 1,600여 명이 자립의 기회를 얻었다.

오 대표가 특히 주목한 점은 지역 파트너십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중앙집중형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로 사업 참여자 발굴·선정·지원 등의 실무를 진행한다. 덕분에 종합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지역은 각자의 실정에 맞게 사업을 실행하고, 한부모여성가장들과 신뢰 관계를 쌓으면서 촘촘히 사례를 관리할 수 있다. 오 대표는 “사회연대금융이 필요한 소상공인이나 사회적경제기업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지역 특성에 맞게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간에서만 노력하고 협력해서는 건강한 사회연대금융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오 대표는 민관의 역할에 대해서 “관이 고속도로를 건설해 길을 터주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지선과 샛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서진선 한남대학교 사회적경제기업학과 교수는 “마을 조성에도 금융은 꼭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마을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필요를 채우는 사업을 하려면 사회연대금융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를 휩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사회연대금융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진선 교수는 당시의 위기를 “금융이 부동산과 파생상품에 쏠리면서 정작 창의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실물경제 활동이 축소된, 명백한 시장의 실패이자 정부의 실패”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패를 보완하고 기존 금융으로 채울 수 없는 빈틈을 메우는 것이 바로 사회연대금융이다. 그렇기에 서 교수는 사회연대금융을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윤보다는 공동의 이역과 공익을 목적으로 조직간 금융거래를 성립하게 하는 체계”라고 정의했다. 또한 사회연대금융기관의 특성으로 민주적이며 참여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점을 꼽았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믿고 투자를 해도 사회 변화는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과가 나올 때까지 오래 기다려주는 ‘인내’도 사회연대금융이 가져야 할 차별점이다. 서 교수는 “캐나다의 사회금융은 만기가 길다. 최소 15년은 기다리는 ‘인내자본’이다”라고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일반적인 회계 기준은 이윤 극대화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주식회사에 잘 맞는 방식이다. 사회연대금융에는 이와 다른 회계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혼자서는 풀 수 없는 사회 문제, 다자간 협력이 답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여러 사회연대금융 주체들이 각자의 사례를 공유했다. 패널마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 모델이 도입되면 좋겠다”, “다음 사업공유회 자리에는 저도 참여하고 싶다. 꼭 초대해달라”고 말하는 등 서로에게 공감하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지역소멸·초고령화라는 복합적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역 주체가 직접 참여해야 하고 다양한 주체의 역량을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고민 끝에 2025년 시작한 사업이 바로 ‘뷰티풀 커넥트’다. 아름다운재단은 플랫폼 구축과 자원 조정을 총괄하고, 스타트업 컨설팅 기업인 MYSC소셜컴퍼니는 주체들을 육성하며, 경기도와 경기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행정·제도적 지원을 분담한다. 이처럼 지역 내 다자간 협력을 통해 지역 내부에서 자원이 순환하고 관계가 축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사업의 목표다.


심연주 부산형사회연대기금 사무처장은 지역연대기금 사례를 소개했다. 부산형사회연대기금은 전국 최초로 노사 합의에 따라 조성된 지역 민간기금이다. 2018년 BNK부산은행 노사 매칭 방식으로 시작했으며, 참여 기업과 노조가 점차 늘어 지금은 22개 기관이 함께하는 111억 원 규모 기금으로 성장했다. 기금이 커진 만큼 대출 지원사업의 대상도 사회적경제기업·소셜임팩트기업·청년취약계층·이동플랫폼노동자·공익활동가 등으로 점차 확대됐다. 심 사무저장은 “지역에서 벌어들인 성과를 지역문제 해결에 재투자하면서 ‘지속가능한 지역 거버넌스’를 만들고 있다”고 기금의 의미를 강조했다.


MYSC소셜컴퍼니는 사회양극화·경제불평등·기후위기 등의 난제를 공략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컨설팅·엑셀러레이팅(성장 지원) 등으로 실행하는 기업, 즉 ‘혁신을 돕는 혁신기업’이다. 강신일 부대표는 “현재 지역에는 고령화·인구소멸 등 여러 사회 문제가 있지만 달리 보면 이런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고령자나 취약계층을 위한 소형임대주택·노후주택 수리 서비스 사업, 지역기금을 선순환하기 위해 시작된 청년 임팩트투자펀드 등의 실제 도전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역 내 사회연대금융의 성공사례가 확산하고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필수적이다. 하상우 행정안전부 지역금융지원과 서기관은 지난 3월 발의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안과 관련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지난해 이미 국정과제에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을 포함했으며, 올해는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여러 부처가 힘을 모으는 가운데 행정안전부는 지역 기반 사회연대금융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하 서기관은 “사회연대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고 여러 주체가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미래를 위해서는 다른 금융이 필요하다
이날 포럼에 모인 발제자와 패널들은 사회연대금융에서의 경험과 역할이 조금씩 달랐지만, 각자가 가진 고민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각지대의 사람들, 사회를 바꾸겠다고 나선 용감한 사람들을 위한 금융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의 긴밀한 협력으로 지역 내 사회연대금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

복합적인 위기와 불안정성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현실에서 우리는 더 많은 변화를 실험하면서 새로운 미래에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금융이 필요하다.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사회 변화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오랫동안 희망을 품어줄 사회연대금융이 바로 그 답일 것이다. 사회연대금융을 키우기 위한 지역연대와 협력은 이미 시작되었다.
[보도자료] 아름다운재단-대전마을기업연합회, 지역경제와 금융 잇는 ‘사회연대금융 포럼’ 개최
글 박효원
사진 김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