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에서 저(모금부서 기부자지원단위)의 연말 장면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연말 기부자모임 준비를 하고, 영수증 발송을 준비하고,
한 해 동안 기부자님들이 남겨주신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쭉 살펴봅니다.

올 해도 연말 기부자모임 준비를 하고, 영수증 발송 준비작업을 하다가
일주일 전에, 올 해를 마무리하면서 기억에 남는 기부자님 이야기 몇 개를 나눠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2011 감사하지 않은 나눔이 어디있겠느냐마는,
특별히 생각나는 몇 가지 나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 아름다운재단

 

 

2011년 1월 귀하고 귀여운 선물.

재단 주소가 큼지막하게 쓰여진 껌 통에 맞춰 만든 자체제작 상자과
동전과 지폐로 꽉 찬 해태은단 껌통과
[땅에 떨어져 있는 모든 돈을 모은 것입니다] 꼭꼭 눌러 쓴 쪽지가 하나 들어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돈이라했는데 무려 5천원짜리도 들어있어요.
전화를 드려보니 시장에서 일하시는 분이라 오다가다 떨어진 돈을 발견하는 일이 많다 하시네요.
새 해 첫 달, 출발이 좋습니다.

ⓒ 아름다운재단

 

2011년 6월, 재단에 도착한 사과 상자.
두툼한 1,000원짜리 한 뭉치와 자신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 단상들을 묶은 책이 한 권 담겨 있습니다.
일인출판으로 발간한 책을 주변 지인분들께 판매하고 받은 수익금은 기부 해 주시고
귀한 책 한권과 사랑스러운 편지는 재단을 위한 선물입니다, 🙂

ⓒ 아름다운재단

 

2011년 7월, 초복.
어느 때는 전체회식으로 백숙을 먹으러가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올 해는 닭값이 올라 그런가 엄두를 못 내고 수박 하나 사다가 쪼개 나누었습니다.
어쩐지 기운이 없었는데 오후에 학생기부자님이 달랑달랑 사 들고 오신 라면 한 봉지.
“초복인데 삼계탕은 너무 비싸고.. 뜨겁고 땀 빼는 데 좋으니까 대신 이거라도 드시라고..”
아 기부자님.. ♡

ⓒ 아름다운재단

 

 

2011년 12월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보내는 기간 내 재단을 방문 해 주셨습니다.
옥인동 재단에 신혼부부를 맞기는 처음,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재단이 좀 죄송하지만
신혼부부의 풋풋함에 재단이 다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빈 손으로 오지 않으시고 결혼식 때 답례품으로 나눠드렸던 수건 몇장을 정성스럽게 챙겨다 주셨네요,
이사하고 수건이 사라져서 고생인 것 어떻게 아시고, 🙂

그리고 기부신청과 함께 남겨주신 수 많은 메시지들. 

 
2011년 10월.
남겨주신 메시지 세 개만 추렸지만
1년동안 온라인 통해 받은 메시지는 2천건을 훌쩍 넘습니다.

사실 어젯 밤엔 메시지 쭉 읽다 밤을 새웠는데
피곤한 걸 잊을 정도로 얼마나 감동이었는가 몰라요.
그게 꼭 달콤하고 예쁜 메시지들만 있었기 때문은 아니고
단소리든 쓴소리든 그 안에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재단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걸 알 것 같아서 그랬어요.

닥친 순간이야 어느때는 벅차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난 10년 큰 굴곡 없이 살아 온 재단에게
올 한 해는 유독 다사다난하다 느껴지는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입사하고서도 매 해 나왔던 이사이야기가 결국 현실이 되었으니 공사다망하기까지 했네요.
어찌되었든 재단의 몸과 마음이 크게 탈 난 것 없이 평온한 걸 보니 감사하고
올 해를 지나오면서 왠지 좀 성장하기도 한 것 같아 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변함없는 마음으로 재단을 생각 해 주고 지지 해 준 기부자님들이 있었겠지요.

감사합니다 기부자님.
재단을 아끼는 마음에 담긴 여러 분들의 바람을 읽어내고
부끄럽지 않은,
곳곳의 필요와 요구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재단이 되도록
2012년에도 힘껏 달리겠습니다.

재단은 작은 꽃 한송이, 그렇지만 함께 하는 열송이를 꿈꾸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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