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나 학교를 벗어나 거리로 모이는 아이들, 그렇기에 더 큰 사회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바로 사각지대 청소년들이다.
아름다운재단이 올해부터 새롭게 사각지대 청소년 지원사업을 시작한다. 그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의정부시이동청소년쉼터 포텐(이하 포텐)은, 오랜 시간 방임, 가출, 위기상황 등으로 질병에 노출되어도 의료서비스를 이용 할 수 없는 거리청소년들에게 의료서비스 및 보건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의료특화형 이동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특화형 이동쉼터는 거리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만, 현재 이를 운영하는 단체는 포텐을 비롯해 전국에 3곳 뿐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포텐의 전종수 소장을 만나 구체적인 활동과 계획을 들었다.
“거리 청소년들에게도 골든타임이 중요합니다”
전종수 소장은 거리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벗어나 거리로 나온 바로 그 때, 갈 곳이 없어 거리에서 떠돌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아이들을 제때 지켜주지 못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도 거리청소년들을 발견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포텐이 지역을 돌며 늦은밤까지 거리청소년들을 직접 찾아가는 이유다.
한순간이라도 더 빨리 거리에서 헤매는 아이들을 찾아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기 위해, 2000년식 낡은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의료특화형 이동쉼터’ 포텐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 달려간다.
포텐이 거리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사업은 다양하다. 먹거리 제공, 위기개입상담 · 심리검사 등 상담, 보드게임 · 노래방 · PC 등 문화활동, 가출예방 및 음주 · 흡연 · 위생 · 성교육 등 교육, 위생용품 및 세면도구를 제공하는 긴급 서비스 등.
그리고 포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응급처치 및 응급함을 제공하는 외에도, 가정의학과 · 정신과 · 산부인과 · 치과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간호조무사 10년 경력의 포텐 상근직원을 비롯해 의정부 지역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거리 아웃리치 현장 진료상담에 참여하고 있다.
진료 후 정밀검진이 필요한 청소년이나 응급처치 외의 진료를 받아야 할 아이들은 협력병원으로 연계해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8곳의 협력병원이 포텐을 돕고 있고, 지역사회 전문의료인들의 참여 문의도 늘고 있다. 포텐은 이를 위해 지역사회 안에서 협력병원을 늘려가고, 마을공동체 의료인 자원활동가 조직을 통해 거리청소년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보다 안전한 생활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포텐의 의료특화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전 소장은 재단의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포텐은 준비와 시작을 자비로 부담하며 2012년 11월 개소했다. 그 뒤 이어진 정부지원은 연간 800만원, 소중하지만 버스 연료비 충당에 그치는 액수였다. 그런 포텐에게 아름다운재단은 든든한 지원군이라는 것이다.
우선, 거리청소년건강검진 문진표를 개발해 거리청소년들의 의료서비스 욕구를 반영한 근본적인 정책 제안을 위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거리청소년 2천명에게서 실태조사를 위한 기초 설문을 받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이 설문을 바탕으로 문진표를 확정해 협력병원에서 표본검사를 통해 유효성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후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거리청소년 맞춤형 문진표 보급을 위한 정책제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리청소년 문진표 개발은 현재 거리청소년들의 다양한 위기상황으로부터 발생되는 건강문제를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지역의 전문 의료인들을 자원봉사자로 양성하는 한편, 아이들을 직접 지원하는 의료지원 예산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포텐’ 아이들이 지어 준 이름
포텐은 가능성, 잠재력을 뜻하는 영어단어(potential)의 줄임말이기도 한 동시에 ‘십대를 위한’(for ten)이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아이들이 지어 준 이름입니다.” 삼십대의 전종수 소장은, 아이들 얘기만 나오면 얼굴빛이 십대처럼 해맑아졌다. 일주일에 5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일이 피곤하기도 하련만, ‘아이들’이란 단어만 나오면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활력이 솟는다.
2005년 사회복지사 자격을 얻고, 2009년 야간생활지도사로 본격적인 청소년 지원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랜 경험은 아닐지라도 현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전 소장은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남청소년쉼터에서 이곳 의정부로 옮겨 온 것도 생생한 현장에서 매일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포텐 직원들은 하루에 1만 걸음에서 1만5천걸음씩 걷는다고 한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서 이동형쉼터(버스)가 세워진 곳을 거점으로 의정부 뒷골목 곳곳 거리청소년들이 있을만한 곳들을 샅샅이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를 바탕으로 거리청소년 지원을 위한 길거리 지도를 작성하는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겸하고 있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찾아내고 보호하기 위해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얘기, 우리는 들어줘야죠”
자해 흉터를 가리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한 여학생, 어머니 장례비를 가지고 도망간 아버지 때문에 먹을 것, 묵을 곳 없이 힘겹게 살아야 했던 삼형제 등 전 소장이 겪은 사례는 만만치 않다.
그런 그에게도 술 취한 아이들은 고민이었다. 술취한 아이들을 이용청소년 대상에 넣어야 하나,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게 아닐까. 전 소장은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미즈타니 오사무)라는 책을 읽고 고민을 접었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그 아이들을 만나겠어요?”라고. “세상 어디에도 내 얘기를 들어줄 곳이 없다”는 술 취한 아이의 말이 귓전을 때렸다. 이제 포텐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환경이라면, 모든 청소년들에게 상담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음주가 아닌 상담으로 고민을 해소하도록 이야기를 들어주고, ‘술병’으로 몸이 상해 의료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건강회복을 돕는다.
포텐은 올해 할 일이 많다.
지난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이 통과된 후 여성가족부에 ‘학교밖청소년지원과’가 새로 설치됐다. 포텐은 의료특화 중장기적 발전과제 등 거리청소년 지원과 관련된 여러 정책 연구를 돕고 있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거리청소년 맞춤형 문진표 개발과 지역 자원봉사자 양성, 길거리 지도 앱 프로젝트 외에 지역자치단체인 의정부시와도 거리청소년들의 복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하는 전 소장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글. 김민경 | 사진.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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