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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댓글을 위하여 언론보도 댓글 클린업 프로젝트 

디지털 환경에서의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확장되어 있죠. ‘댓글’은 그 중 대표적인 참여 수단이자 새로운 공론장이었고요. 하지만 최근 댓글 공간은 이 기대와는 다릅니다. 기사를 막론하고 욕설은 물론 무차별적인 혐오 발언이 실린 댓글이 수십 개, 혹은 수천 개씩 달리고 있죠. 언론인권센터는 이미 22년에 두 차례의 언론인권포럼을 통해 (참고1 ; 참고2) 이 언론 보도의 ‘댓글’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최근 다음-카카오 뉴스에서는 댓글의 폐해를 우려해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타임톡’ 서비스를 댓글 대신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이프봇·클린봇과 같은 AI가 댓글에서 문제적 표현을 걸러낸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저 AI가 혐오표현을 걸러내주는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언론 보도 속 ‘댓글’의 역할과 모습이 나아갈 방향을 모두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언론보도 댓글 클린업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네 번의 강의와 네 번의 토론

그렇게 10여 명의 시민들이 언론인권센터로 모였습니다. 처음에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기획했던 모니터링을 위해 참여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사전 교육의 성격 뿐만 아니라 현 디지털 미디어-언론 생태계와 댓글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획된 강의였죠.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함께 모여 강의를 듣고, 강의 이후에는 강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활동의 중심에 ‘댓글’이 있었던 만큼 모두들 ‘댓글’에 각자만의 문제의식을 갖고 계셨어요. 하지만 그만큼 문제적인 댓글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각자 달랐고, 문제를 파악하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강의를 듣고 토론을 진행해 가면서, 서로가 어디에서 뉴스를 보는지, 어떤 뉴스를 보는지, 어떤 ‘댓글 내용’을 불쾌하게 느끼는지, 언제부터 댓글을 쓰지 않고 보지 않게 되었는지, 댓글을 쓸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등등,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각자가 댓글과 언론 보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됐죠.

그러면서 참여 시민들은 물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언론인권센터의 활동가까지도 차근차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처음 기획했던 것 이상으로 댓글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는 데 다들 의견을 모으게 됐습니다. ‘댓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그 ‘댓글란’ 자체도 검토해보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 그리고 댓글과는 또 다른 ‘피드백’의 방식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요.

총 4번의 강의 장면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모습들과 언론이 인식하고 있는 ‘댓글’, 그 영향력의 구체적인 양상들,댓글로 인한 피해에 대처하는 방식 등 ‘댓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총 4번의 강의 장면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모습들과 언론이 인식하고 있는 ‘댓글’, 그 영향력의 구체적인 양상들,댓글로 인한 피해에 대처하는 방식 등 ‘댓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댓글과 댓글란, 어떻게 살펴볼 수 있을까?- 댓글 모니터링 준비하기

이러한 생각을 공유한 채로 8월의 첫 모임에서 본격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위한 초석을 다졌습니다. 다양한 언론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댓글란’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 댓글란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요소 등에 대한 각자의 분석과 의견을 나눴어요.

한 분은 직접 여러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고, 각 언론사의 댓글란을 캡처하여 특징을 정리해 보는 등 열정적으로 자료를 준비해 주셨는데요. 이를 함께 공유하면서 언론사의 댓글이 최소한 이러한 서비스만큼은 제공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루룩 쏟아냈습니다. 언론사가 댓글을 어떠한 기준에 맞추어 관리하고 있는지, 그러한 규정이 있다면 댓글을 다는 공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신 적이 있나요? 생각보다 많은 언론사들의 댓글란이 그런 규정이 없거나, 확인이 쉽지 않았는데요. 많은 참가자 분들이 이 항목을 모니터링 기준 항목 중 하나로 삼자는 데 공감의 ‘좋아요’을 날려 주셨답니다. ​

이렇게 시민 참여자 분들이 공감해준 항목처럼, 여러 사람들의 공감대가 쌓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이 쌓인다면 ‘댓글란’을 어떻게 구성하여야 하는지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의 내용’ 등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그렇게 시민들과 함께 ‘최소한의’ 항목들을 논의하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각자 모니터링해보고 싶은 이슈를 제안 후 가장 많이 손꼽힌 사건을 골라 실제 댓글 모니터링을 진행해보기 시작했죠.

시민들이 함께 정리한 ‘언론사 홈페이지 댓글란’ 체크리스트.

시민들이 함께 정리한 ‘언론사 홈페이지 댓글란’ 체크리스트.

댓글 모니터링, 그 결과는

올해 여름 일어났던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사건의 조사가 이루어지는 도중에 비슷한 교권 침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전국적인 시위로 이어지는 등 그 파장이 길게 이어지면서 문제적인 언론 보도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많은 시민 분들이 이 ‘서이초 사건’의 댓글을 조사해보고 싶어하셨고, 그 의견에 따라 ‘서이초 사건’에 대한 일정 기간 내의 보도와 그 댓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모니터링 대상은 위 24개 언론사의 90개 기사를 대상으로, 각 언론사 홈페이지 및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방문하여 댓글을 확인하고, 체크리스트 기준에 따라 모니터링하였습니다. 댓글 전부를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댓글란이 운영되는 방식을 고려해 정렬 방식대로 표본을 뽑아 조사해 봤어요.

그 결과, 많은 언론사들이 댓글란을 운영하면서도 댓글 운영 정책의 고지에 대해서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거나, 댓글 관리 정책을 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책에 걸맞는 관리를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모습을 우선적으로 보였습니다. 관리 정책 여부와는 상관없이 인신공격, 혐오 표현 등을 담은 악성 댓글이 꾸준히 관찰되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모습은 세이프봇·클린봇이라는 AI 봇으로 악성 댓글을 감지한다는 포털 댓글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익명 댓글 등을 달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SNS 로그인을 제공하는 등 댓글 쓰기가 여전히 손쉬운 상황에서 댓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는 공통적 의견 역시 제시됐습니다.

그리고 모니터링에서 추가적으로 분석했으면 하는 것으로,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과 댓글 수 또는 문제적 댓글의 상관관계를 역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 역시 제시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은 물론 잇따라 벌어진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악성 민원인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보도의 비중이 높았고, 댓글의 내용 흐름 역시 이를 따라가는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2023년 12월 18일, 언론보도 댓글 클린업 프로젝트가 진행했던 댓글 모니터링 활동의 결과를 보고하고 참가한 시민들과 함께 활동 후기를 간략하게 나누는 간담회가 낙원상가 낙원홀에서 진행됐습니다. 간담회에서는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의 내용과 모니터링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한 뒤, 댓글 모니터링 이후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과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댓글란 운영에 있어 언론사 및 포털에 어떤 것을 요구하고 싶은지 프로젝트에 참가한 시민들이 직접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민들 뿐만 아니라 언론보도 댓글 클린업 프로젝트의 사전 강의를 맡아 주셨던 이종임 선생님(문화연대 집행위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과, 꾸준히 댓글에 관심을 갖고 올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이태원 참사 관련 보도의 댓글을 전수조사 및 분석한(기사 링크) 김강민 기자님(뉴스타파)도 이번 간담회에 참여하여 댓글에 대한 의견과 경험을 공유해 주셨어요. 댓글 모니터링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이후 댓글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을 만한 고민거리도 공유해 주셨죠. 댓글에 대한 두 분의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이번 모니터링 결과와 지금의 디지털 저널리즘 환경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시민들과 나누었습니다.

​모니터링 결과 정리 및 토의 이후에는, 이번 언론보도 댓글 클린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의 후기가 이어졌어요. 처음에는 그저 댓글란을 닫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셨다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강의와 토의, 모니터링을 거치면서 다른 개선 방안을 고민하게 되셨다는 분도 계셨고, 지금껏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던 언론 보도와 댓글란을 이번 프로젝트 참여로 보다 주의깊게 살펴보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계셨답니다. 이번 간담회에 모두 참석하시진 못했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과 함께해서 좋았다고 문자와 전화를 통해 알려주신 분도 있었고요. 이런 시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변화가 언론보도 댓글을 개선하는 데 단단한 주춧돌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이 후기를 보시는 분들 중에서도 댓글이 답답하고 보고 싶지 않은 분들이 많으실 거에요. 하지만 꾸준히 댓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러한 댓글을 어떻게 관리하고 댓글란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는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그 짧은 관심 하나가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꾸준히 언론보도 댓글 개선을 위한 소중한 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에 대한 이번 프로젝트 참여 시민들의 참여 내용을 소박하게 담은 리플렛

댓글에 대한 이번 프로젝트 참여 시민들의 참여 내용을 소박하게 담은 리플렛

 

글, 사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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