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신뢰한다는 말
우리는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에 대해 ‘신뢰한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사실에는 신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신뢰’의 개념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사회학자들은 ‘기대’와 ‘위험’을 꼽는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말은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로 인해 어떤 불확실성과 위험이 존재하더라도,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니클라스 루만,1984)
제임스 콜먼(1988)이라는 학자는 이러한 ‘신뢰’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사회적 자본으로 보았다. 그는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관계가 촘촘하게 연결된 폐쇄형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폐쇄형 네트워크에서는 반복적인 상호작용으로 인해 서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기대과 유지된다. 마을공동체나 지역에서 오랜 기간 형성된 관계망이 대표적인 예시다. 이러한 관계망은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고, 지속적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요즘 시대에는 느슨한 연대와 연결 고리가 중요하니까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보가 빠르게 이동하고, 다수에게 오픈 되어 있기 때문에 개방형 네트워크에서도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폐쇄형 네트워크는 ‘신뢰’ 형성에 유리한 대신 새로운 정보와 자원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 비슷한 경험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연결 될 경우 서로가 가진 지식과 자원이 유사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와 변화에 접근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마크 그라노베터(1973)는 「약한 연결의 힘」에서 새로운 정보와 기회는 오히려 친밀한 관계보다 느슨한 관계를 통해 더 많이 전달 된다고 설명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같은 강한 연결은 정서적 안정과 지지를 제공하지만 새로운 정보나 기회는 자주 만나지 않는 관계, 즉 약한 연결을 통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영역과 집단을 연결하는 느슨한 연대는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열어주고, 기존 경계를 넘어서는 협력의 가능성을 만든다.

다만,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개방형 네트워크에서는 직접 연결되지 않은 집단이나 개인 사이 ‘빈 공간’을 의미하는 ‘구조적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로널드 버트(1992)는 이러한 ‘구조적 공백’이 발생하는 지점에 서로 단절된 집단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구조적 공백을 연결하는 주체는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정보와 자원의 흐름을 이어주며, 새로운 협력과 혁신이 발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사회변화를 위해서는 폐쇄적 네트워크와 개방적 네트워크 모두 필요
위와 같은 이유로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변화를 위해서는 폐쇄형 네트워크와 개방형 네트워크가 모두 필요하다. 신뢰와 돌봄, 지속적인 실천은 촘촘한 공동체 안에서 형성되지만, 새로운 자원과 아이디어, 확장된 협력은 느슨한 연결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한 ‘느슨한 연결’이 협력을 계기로 ‘신뢰’ 기반의 새로운 관계망이 될 수도 있다. 지속적인 만남과 공동의 경험, 상호 책임을 바탕으로 형성된 연결은 관계로 발전하고, 관계는 신뢰로 축적되며, 축적된 신뢰는 다시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결국 지속가능한 사회변화는 ‘깊이 있는 관계’와 ‘넓게 연결된 관계’가 균형과 순환을 이룰 때 가능해진다.
아름다운재단이 ‘뷰티풀 커넥트’라는 다자간 협력 사업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뷰티풀 커넥트 사업은 마을공동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하여 지역의 공동체 활동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영역과 주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지역 문제 해결 구조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뷰티풀 커넥트’로 마을공동체를 외부와 연결하다
뷰티풀 커넥트 사업은 아름다운재단과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그리고 MYSC로 구성된 민관협력체계와 현장에서 활동하는 마을공동체 사이의 다층적 네트워크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마을공동체는 지역 주민이 직접 활동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지역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활 현장에서 가장 밀접하게 체감한다. 내부의 신뢰와 연대를 기반으로 형성된 마을공동체는 뷰티풀 커넥트 사업 참여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는 개방형 네트워크로의 확장을 시도한다. 관련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 대학의 전공자들과 만남을 이어가기도 하고, 기업의 조언을 받아 새로운 시도를 진행해보기도 한다. 이러한 연결은 지역 내부의 자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새로운 관점과 협력 가능성을 더해준다.
아름다운재단과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그리고 MYSC가 함께하는 민관 협력 체계는 마을공동체가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와 현장의 필요, 자원 보유자, 제도적 시스템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을 연결함으로써, 개별 지역 안에 머물러 있던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의제로 확장해 나간다.
연결이 만들어낸 마을공동체 세 곳의 변화
2025년 뷰티풀 커넥트 사업을 통해 선정된 마을공동체는 성남태평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안산 우리동네연구소퍼즐협동조합, 여주 시니어공유공간 노루목향기 3곳이다. 세 단체는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다자간 협력 방식을 함께 구현할 새로운 파트너들을 만나고, 변화이론 워크숍을 통해 사업을 체계화하였으며, 현장에서 다자간 협력 방식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성남 태평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연결을 기반으로 동네 건강방을 만들다!
성남 태평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은 뷰티풀 커넥트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난 가천대 건축학과 교수들과 함께 언덕이라는 지역 특성을 강점으로 살려 ‘건강방’을 만들기로 했다. 성남의료복지사협동조합이 이에 합류해 주민 건강 상담을 맡기로 했다. 두 기관의 협력으로 비어있던 공유공간 815번지가 주민 누구나 찾는 건강 거점이 되어가고 있다.



📍안산 우리동네연구소 퍼즐협동조합, 동네 어르신들의 거점이 되다
안산 퍼즐협동조합은 고립된 어르신들을 돌보기 위해 지역 상인들과 다정곳간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브랜드 메이킹이 고민이었다. 공공캠페이너 젤리장과의 협력을 통해 10개의 다정곳간 브랜드를 통일하는 대신에 각 상점의 고유한 매력을 살려 요일별로 다른 다정곳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덕분에 아이들만 오던 미술학원에선 어르신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동네 카페는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었다. 종일 정류장에 앉아 뽁뽁이만 터트리던 어르신은 요즘 “살맛 난다”며 당구도 치고, 서포터즈로도 나선다.



📍여주 노루목향기, 독거어르신을 위한 빵을 굽다
동갑내기 어르신 세 분이 공동생활을 하며 시작한 노루목향기는 고립된 주민과 만나기 위해 빵을 만든다. 뷰티풀 커넥트 사업을 통해 주록리 부녀회가 힘을 모았고, 동네 청년이 배달을 함께 맡아 세대를 잇는 연결이 생겼다. 어르신들은 마을에서 돌봄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돌봄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연결에 주저 없이 뛰어드는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재단은 오랜 기간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찾고 지원하는 동시에 인식 및 정책을 개선하고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공익사업과 캠페인도 함께 진행해왔다. 아름다운재단이 사회변화를 위한 양쪽 날개를 모두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뷰티풀 커넥트 사업 역시 이러한 아름다운재단의 사업 실천 가치와 방향성을 담아,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주체들이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가고 있다.
재단에 처음 입사 했던 무렵 선배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던 것을 보고 나도 선배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저런 고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지금 감사하게도 그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신뢰’의 무게를 떠올려본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있더라도 기꺼이 기대하는 것. 아름다운재단과 재단 구성원들이 이러한 신뢰를 받으며, 사회변화를 위한 도전과 고민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재단의 기부자와 다양한 협력 파트너들 덕분이다. 이제 1년차를 지나고 있는 ‘뷰티풀 커넥트’ 사업을 통해서 사회문제 해결에 뜻을 둔 더 많은 주체가 아름다운재단을 찾고 연결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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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동네에서 찾은 새로운 협력 파트너
협업과 협력은 어렵지만 꼭 필요하니까
글 다자간협력팀 오수미 매니저
사진 아름다운재단, MY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