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팀, 노동절 행사부스에 참여하다!

공익마케팅팀 이윤희 매니저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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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 함께 하면 즐겁지만 혼자가 되면 뭘 할지 생각한다.
✓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있어도 시간이 잘 간다.

위의 세 가지에 동의한다면? 당신도 우리와 같은 내향형인가보다. 평소 목소리도 크고 호기심도 많지만, 주목 받으면 조용해지는 공익마케팅팀. 사람이 천명은 오고 갈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다시, 노동절> 행사부스에 참여하게 된 것은 4월 초의 어느 날이었다.

“노동절 기념으로 부스를 운영한다는데 <다시, 노란봉투> 캠페인 홍보로 참여해볼까요?”
“부스요? 안 할 이유가 없긴 한데요…”

사실 망설였던 것은 담당자인 내가 길에서 대중을 만나는 부스를 기획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부스를 운영하며 재단이나 캠페인을 홍보한 경험이 적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 일은 내 맘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 법, 부스 참여로 캠페인 시작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회의를 시작했다.

chapter 1. 사내수공업의 시작

부스에서 홍보할 <다시, 노란봉투> 캠페인은 이름답게 노란색 봉투가 전면에 등장한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2013년, 해고노동자를 돕고 싶다며 배춘환 님이 보내온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된 릴레이 기부 캠페인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노동 사각지대가 존재하기에 다시, 당신의 노란봉투가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담아 <다시, 노란봉투>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 '노란봉투' 캠페인 당시 받은 편지
배춘환 기부자님이 보내셨던 편지(위), 이후 시민들이 보내온 편지(아래)

그래서 부스에서 나눠드릴 홍보물은 당연하게도 노란봉투였다. 당시 배춘환 기부자님은 4만 7천 원과 편지를 보내주셨다. 해당 편지를 그대로 재현하기로 했다. 뒤를 이어 도착했던 시민들의 편지, 그리고 캠페인을 소개하는 리플렛도 함께 담기로 했다.

“리얼리티가 느껴지도록 가짜 돈도 넣으면 좋겠어요”
“우리 위조로 잡혀가면 어떡해요”
“가짜 돈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도장 같은 걸 찍으면 되죠”

그렇게 가내수공업이 시작됐다. 당일 혹시나 부족할까봐 패기있게 1,000명의 수량을 계획했다. 1인당 4만 7천 원을 전하기 위해서는 만 원짜리 4장과 오천 원짜리 1장 천 원짜리 2장이 필요했다. 그렇다, 총 7,000장의 가짜 지폐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사내수공업이 시작된 것이었다. 덤으로 4만 7천 원씩 세거나 흩어지지 않도록 편지에 클립으로 꽂아 봉투에 리플렛과 함께 넣는 일도 주어졌다.

갑자기 도장 빨리 찍기 대결을 시작하는 사촌 조카와 막내 삼촌 같은 동료들의 열정에 힘입어 가내수공업은 다행히도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야근없이!) 되었다. 그렇게 노란봉투 외에도 안내판이나 배너, 풍선 등을 제작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찾고 구매하다보니 어느새 부스 참가일이 되었다.

chapter 2. 어깨 펴! 기죽지마!

전날 재단 관용차의 한계를 시험하며 테트리스처럼 짐을 요리조리 실었던 우리. 노동절 당일이 되었다. 부스가 설치된 청계광장에 도착했다. 꽤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화려한 부스의 면면들에 기가 살짝 죽으며 부스 설치를 시작했다.

“옆에 재봉틀 들어와요… 저기 모니터 엄청 커요…”
“그래도 우리가 색은 제일 화려해…”

우리의 믿을 구석은 부스의 메인 컬러인 노란색뿐. 마치 풍선가게를 여는 것처럼 풍선에 바람을 넣고, 묶고, 붙이고, 끼우고, 엮고, 날라가는걸 붙잡으며 부스를 장식했다. 그렇게 폭풍같은 설치를 마치고 나니 우리 부스가 꽤 괜찮아보여 다행이었다. 동시에 풍선이라니 괜찮나?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미안해요. 매니저님들, 속으로 별로지 않나 생각했어요.

부스에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캠페인을 설명하고, 노란봉투와 풍선을 나눠드리고, 이벤트 참여를 안내드리기 시작했다. 버벅거리기도 잠시, 몇번을 하며 금방 익숙해졌다. 날씨도 무척 좋은 날이라 광장에 흥겨운 분위기가 가득했고,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다.

부스에서는 아름다운재단의 <다시, 노란봉투>캠페인을 소개하는 동시에 ‘일하면서 생긴 __한 일’을 종이에 적어 구겨서 던지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억울한 일, 말 못한 일, 위험한 일들을 적어 종이에 적고 던져버림으로 다시는 그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

chapter 3. 마무리는 신속하게

부스를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한 일이긴 했다. 비슷한 행동을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된다는 의미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청계천쪽으로 나가 풍선과 리플릿을 나누었고, 행사 스케치 영상을 촬영했고, 인터뷰 대상을 섭외했고, 재단의 뉴스레터 캐릭터 후후의 에어수트에 들어가기도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팔을 휘젓다가 정신이 점점 멍해지는 순간이 오기도 했다.

후후 에어수트를 입고 시민들을 맞이했다

그렇지만 힘을 내서 열심히 부스를 운영하다보니, 어느 덧 부스를 철수할 시간이 왔다. 이웃 부스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본 우리도 빠른 철수를 시작했다. 나는 우리 팀에서 일한지 이제 3년차인데, 미리 짠 것처럼 이렇게 손발이 잘 맞았던 것은 처음이었다. 퇴근을 향한 우리의 일념이 우리를 한 몸처럼 움직이게 했다.

부스가 청계광장에서 사라지기까지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6명의 인원이 들어가있다보니 비좁은 부스긴 했지만, 그래도 가로세로 3미터 넓이의 부스인데 말이다. 신속한 철거로 상쾌해진 우리는 관용차의 창문을 내리고 잠시나마 소풍을 나온 마음으로 봄바람을 맘껏 즐겼다.

chapter 4. 다시 시작하는 일

코로나가 확산되던 시기에 재단에 입사해 마스크를 낀 채로 얼굴의 반으로만 재단의 매니저님들을 처음 만났고 기부자님들이나 시민분들을 만날 행사도 적었다. 그래서 이번 부스의 많은 것들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매번 캠페인 페이지를 오픈하더라도 텍스트로만 확인하던 시민들의 반응을 이번에는 눈 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팬데믹 이후 시대 양상이 변하고 이후 AI가 시대의 많은 자리들을 차지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게 되는 일은 줄어들고 전보다 더 겁을 내게 되는 것 같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람에게 큰 두려움이고, 그동안은 만남을 피해오거나 많은 것을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그렇지만 우리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해보면, 다시 용기를 내서 사람들과 부딪힐 수도 있는 것 같다.

칼럼에서 본 우리의 삶이 흔들리는 것은 옆 사람의 삶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 말을 생각해보면 가만히 있으면 흔들려서 어지럽기만 하지, 때로는 부딪혀서 흔들림을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세상에는 여전히 노란봉투가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지기도 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여전히 우리에게는 용기내서 목소리를 내고, 노동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에게 전해줄 당신과 우리의 부딪힘이 필요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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