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
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당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단일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공·민간·중간지원조직·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해, 마을공동체가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지역 과제를 협력으로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변화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주록리 담장 너머로 퍼진 고소한 향의 정체는?
경기도 여주시 주록리, 사슴이 뛰어놀던 평화로운 이 마을에 매주 목요일이면 고소한 빵냄새가 흐른다. 마을 공동체 ‘노루목향기’가 정성을 다해 빵을 굽는 날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맛있는 간식을 나누는 시간을 넘어, 빵을 매개로 이웃의 안부를 묻고 마을의 돌봄을 이어가는 현장을 다녀왔다.

이해옥, 심재식, 이경옥 세 분의 대표와 주록리의 든든한 버팀목인 홍순애 부녀회장, 양승예 부녀회원이 들려주는 따뜻하고도 치열한 공동체 이야기를 전한다.

“빵은 핑계일 뿐, 우리가 나누는 건 ‘마음’입니다”
시골 마을에서 갓 구운 빵을 맛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처음 노루목향기가 빵을 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주민들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목요일은 주록리 주민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이 되었고, 빵이라는 매개체는 어느덧 주록리 90여 가구 중 30%가 넘는 가구를 하나로 잇는 강력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매주 빵을 배달하며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얼굴을 마주하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러운 ‘마을 돌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 손주나 조카들은 시중 빵은 잘 안 먹어도 여기서 만든 빵은 정말 잘 먹어요.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드니까요. 심지어 우리 집 고양이도 여기 식빵만 탐낸다니까요!” – 양승예 주록리 부녀회원
노루목향기 세 대표님의 주방을 넘어, 이제는 마을회관에 자리잡은 제빵시설 앞에서 북적북적 빵을 굽는 부녀회 구성원들의 웃음꽃이 가득하다.
“어떻게 계속할 것인가” 심재식 대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찰
노루목향기의 살림을 책임지는 심재식 대표는 누구보다 냉철하게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뷰티풀커넥트 프로젝트로 확보된 동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그의 지상 과제다.
“아름다운재단의 도움으로 정말 좋은 재료를 쓰고 있지만, 지원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이 품질과 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입니다.” – 심재식 노루목향기 대표
심 대표는 이를 위해 수익 모델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도입한 뻥튀기와 호두과자 기계는 그 신호탄이다. 3월부터 노루목향기는 매주 지역 축제와 마켓에도 나가고 있다. 여주 참외축제, 마을 바자회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뻥튀기와 호두과자를 직접 판매하며 노루목향기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장에서의 작은 전략도 자랑처럼 들려주었다. 뻥튀기 기계가 “뻥!” 하고 소리를 내면 멀리 있던 사람들도 한 번쯤 고개를 돌리고, 갓 구운 호두과자의 냄새가 퍼지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멈춘다는 것이다. 지역 플리마켓에 나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빵 나눔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경제적 토대를 조금씩 닦고 있다.
동시에 심 대표는 공동체를 꾸준히 뒷받침해 줄 정기 후원자 모집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주민들이 내는 소중한 후원금과 우리가 직접 만든 수익금이 주록리 돌봄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 심재식 노루목향기 대표
심 대표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확신이 실려 있었다. 판매는 단순한 수익 활동이 아니었다. 좋은 재료로 빵을 만들고, 그 빵을 들고 이웃의 안부를 묻기 위해서는 활동을 계속 움직이게 할 힘이 필요했다. 노루목향기는 그렇게 마켓과 축제를 돌며 조금씩 경제적 토대를 닦고 있었다. 직접 만든 수익이 다시 주록리의 돌봄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부녀회와 노루목향기, ‘주도적인 세대교체’를 꿈꾸다
하지만 노루목향기가 오래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익만이 아니었다. 빵을 굽고, 포장하고, 나누고, 안부를 묻는 일을 함께 맡아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좋은 재료를 살 수 있는 힘이 경제적 토대라면, 그 일을 다음 목요일에도 이어갈 사람들은 노루목향기의 또 다른 토대였다.
“저희가 나이가 더 들어 힘이 부치는 날이 오겠죠. 그때가 되면 이 빵 굽는 활동이 부녀회를 중심으로 주체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주록리의 향기가 끊이지 않을 테니까요.” – 이혜옥 노루목향기 대표
“세 분 대표님이 닦아놓으신 이 길을 저희 부녀회가 잘 이어받아야죠. 마을 분들이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멈출 수 없잖아요.” – 홍순애 주록리 부녀회장


현재 주록리 부녀회는 50~60대의 비교적 젊은 회원 3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노루목향기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그중 7~8명은 매주 직접 빵 굽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참여하고 있다. 부녀회의 참여는 단순히 일손이 늘었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70대 세 대표에게 집중되어 있던 활동이 조금씩 마을 안의 다른 세대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빵을 굽는 방법을 함께 익히고, 매주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며,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노루목향기의 다음을 준비하는 일이 되고 있다.

“6월 30일에 공식 지원이 종료된다는 소식에 벌써 아쉬워하는 회원들이 많아요. 아름다운재단이 주록리와 맺은 이 ‘아름다운 연결’이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마을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 홍순애 주록리 부녀회장
뷰티풀커넥트를 지나며 노루목향기는 빵 나눔을 오래 이어가기 위한 사람과 수익의 기반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었다.
“저는 우리가 수행하는 이 활동이 인위적인 ‘돌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돌봄’이라고 생각해요.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돌봄이죠. 누군가를 돕는다는 목적의식보다, 그저 맛있는 빵을 구워 이웃과 나눠 먹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서로의 안녕을 살피는 관계가 된 거예요.”– 이혜옥 노루목향기 대표
이해옥 대표는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꿈이 있다. 온 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빵을 나눠줄 수 있는 날이 오는 것. 언젠가 마을의 90여 가구 전체와 마음을 나누는 날이 온다면 주록리 마을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글MYSC 권상준 시니어 디렉터
사진도비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