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커넥트(Beautiful Connect) 아름다운재단이 경기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함께 추진하는 다자간 협력 기반의 지역문제 해결 프로젝트입니다. 본 사업은 사회가 당면한 복잡한 난제들을 단일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며, 지역 주민과 마을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공공·민간·중간지원조직·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해, 마을공동체가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지역 과제를 협력으로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변화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안산 상록구 일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아이가 노인이 되었을 때에도 온 마을이 함께 돌보는 동네를 꿈꾼다.
우리동네연구소 안산 퍼즐협동조합(이하 ‘퍼즐’)의 돌봄은 일방적으로 베푸는 봉사활동과는 다르다. 동네 주민과 상점, 어르신들 간의 관계를 잇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하나의 실험을 시작했다. 바로 동네 상점가를 거점 삼아 어르신 돌봄을 이어가는 ‘다정곳간’이다.
파트너보다 스스로를 먼저 만난 시간
지난해 겨울 뷰티풀커넥트 라운드테이블에서 퍼즐은 스타트업, 대학, 중간지원조직 등 평소 접점이 적은 낯선 파트너와 마주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조직들이 작은 안산 일동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며, 퍼즐은 서로의 문제를 알아가는데서 연결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감각을 얻었다.
“우리는 늘 도움받는 입장이 많다 보니, 이 분들을 만나서 우리가 내어줄 게 뭐가 있나 싶었어요. 그런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뭔가를 뚝딱 만들어내려는 건 욕심이겠죠. 그분들을 알게 되고 명함을 손에 쥔 것만으로도 좋은 관계가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 이진경 이사장

낯선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연 초 진행된 변화이론 워크숍에서 퍼즐은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며 최종 목표와 필요한 성과를 정리했다. 예전에는 마을의 온갖 일을 맡아왔다면, 이제는 ‘돌봄’, 그중에서도 상인들과 함께 일상의 돌봄을 만드는 조직으로 방향을 선명하게 잡았다.
“그냥 공동체 활성화라고 뭉뚱그리던 걸, ‘그럼 그걸 무엇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됐어요.” – 이진경 이사장
포스트잇 위에는 현장에서 쌓은 경험, 어르신과의 관계망, 동네를 오래 지켜온 신뢰처럼 퍼즐이 다른 파트너에게 내어줄 수 있는 자산도 하나씩 드러났다. 무엇을 잘하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가 또렷해지자, 누구와 무엇을 함께할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협력으로 나아가는 길 – 느슨한 협력과 밀도 높은 협력
중간성과공유회에서 만난 두민수 연구원(모라비안앤코)과 서정주 대표(사이임팩트)는 행사 이후에도 퍼즐의 길을 지지했다. 퍼즐에게 필요한 지원사업 정보와 연구자료를 건네고,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었다. 당장 사업이 되지 않아도 관계는 남고, 변화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반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밀도 높은 협력도 있었다. 젤리장(공공캠페이너)과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몇 해 전 동네 화물차 주차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며 “세상을 다 바꾸려 하지 말고, 한 점을 바꾼다고 생각하자”는 말로 이사장님의 관점을 바꿔준 든든한 파트너다. 이번 ‘다정곳간’을 기획할 때에도 열 곳의 상점을 억지로 하나의 브랜드로 묶으려다 벽에 부딪혔을 때, 함께 머리를 맞댄 끝에 각 상점의 개성을 살린 ‘골라 담는 다정함’이라는 콘셉트를 정리해낼 수 있었다.

미래의 가능성을 품은 느슨한 연대도, 당장의 문제를 함께 돌파하는 밀도 높은 협력도, 우리 동네를 어제보다 다정하게 만드는 같은 길 위에 있었다.
동네 밖으로 연결되는 다정곳간
협력의 감각을 익힌 퍼즐은 이제 스스로 파트너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누가 연결해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필요한 곳에 먼저 손을 내밀고, 퍼즐의 방향성과 맞는 협업 요청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 한양대학교 ERICA 미디어학과, 프로보노국제협력재단 안산분사무소와 함께 다정곳간을 알리는 홍보영상도 제작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내내 퍼즐은 바쁜 일과를 쪼개어 수많은 파트너를 만났다. 기존 공동체 활동만으로 하루 일정이 가득한데, 이토록 협력에 진심을 다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사장님의 답은 의외로 담백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동네에서 ‘이거 같이 해요’ 하고 손을 내밀 때, 사람들은 동네에 소속감이 생기고 더 오래 머무를 힘이 생기거든요. 협력은 그 관계의 끈을 이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이진경 이사장
퍼즐의 다음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다정곳간의 이야기를 더 널리 알리는 것, 둘째는 이 모델을 제도와 정책에 연결해 구조적으로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퍼즐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골목 상권이 어르신의 일상을 돌보고, 상인과 어르신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다정곳간 모델의 정책화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다정곳간을 함께하는 상인들의 마음은 제각각이고,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따지면 비즈니스로서 가야 할 길도 멀다. 하지만 퍼즐은 조급해하지 않고, 안산 일동의 속도로 다음 연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동네의 다정함을 만들어 가는 퍼즐의 협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글 MYSC 이현송 연구원
사진 도비즈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