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어떻게 하고 있나요?
습도가 80%에 육박하던 7월 어느 날, 퇴근 후에 동료들과 모였습니다. ‘동료에게 말걸기’라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가장 오래 이야기를 나눈 부분은 ‘사랑과 돌봄’을 다룬 세 번째 챕터였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동료, 파트너가 있는 동료, 부모와 사는 동료 등 함께 사는 사람은 달랐지만 궁극적으로는 각자의 방식으로 돌봄을 하고 있었거든요. 동료들이 나누어준 이야기를 공유드립니다.

A 매니저
“
요즘 신경 쓰는 건 남편과 저의 관계에서의 돌봄이에요. 서로를 잘 알아야 서로를 돌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 사람의 하루의 생활을 잘 들여다보고, 이 사람도 나의 되게 힘든 순간을 잘 포착하고요. 서로 필요할 때 돌보면서 살아야 사랑이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살짝 껴야 되는 게 의무라고 보는 거죠. 힘든 거를 외면하지 말 것. 아무튼 서로를 그렇게 좀 신경 써서 바라봐 주면서 우리의 관계가 사랑으로 계속 지속될 수 있게 서로 돌봐줘야 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이랑 사는 게 사실 쉬운 게 아니잖아요. 싸움이 많았던 어느 날 책을 봤는데, 거기에 ‘배우자로서 하지 말아야 될 행동들을 안 했다고 해서 너의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잘못을 안 했다고 그게 다가 아닌 거죠. 항상 우리는 계속 노력해서 더 나은 관계를 위해서 나아가야 되는 존재라는 거죠. 그걸 읽고 남편한테 그 책을 적극적으로 권해줬어요. ‘한번 읽어봐. 밑줄 친 게 있어’ 했거든요. 남편이 그걸 모르는 줄 알고 혼자 또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이 그 구절을 똑같이 얘기하는 거예요. 아이들한테 ‘잘못을 안 했다고 해서 이 관계에서 문제가 없는 게 아니야. 항상 더 노력해야 돼’라고요. 그때 ‘서로 이렇게 가면 되겠군’이라고 생각했어요.
”
B 매니저
“ 저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돌봄을 하고 있어요. 지금 제 가정이 저한테는 의미가 크고, 가정을 건강하게 지켜가면서 역할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아이를 키우다보니 가끔은 남편이 나에게 하는 돌봄이 성에 차지 않을 때도 있어요. 요즘에는 아이가 두 돌 넘게 크면서 저에게도 여유가 생기다보니 남편과의 관계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결혼과 출산 이전에 이른 나이부터 돌봄과 죽음을 경험해서인지 훗날 시부모님의 돌봄도 미리 염려해두고 있어요. ”
C 매니저
“ 누굴 돌보고 있나 생각했을 때 동생인 것 같아요. 동생이 군대에 있다가 병원 때문에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 문득 ‘아, 얘가 아프고 나면 내가 온전히 돌봄을 책임져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주변에 돌봐주는 사람이 많은데 동생은 그렇지 않거든요. 예전에는 동생한테 잔소리를 하는 게 사랑과 애정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쏟아부을 때마다 점점 멀어지는 걸 느끼면서 ‘내 돌봄이 동생에게는 돌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해서 잔소리를 끊었어요. 근데 최근에 축구를 보며 떡볶이를 먹는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는데 동생이 ‘누나 축구도 봐?’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축구를 봤다기보다 떡볶이를 먹었다고 하는 게 맞지’라고 얘기했거든요. 동생은 사소한 대화로 안부를 챙기는 데서 돌봄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돌봄이 있구나, 다른 영역의 돌봄이 있구나 하는 것… 동생과 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가면서 이 친구를 어디에 갇히지 않게 계속 고민을 해야 될까 하는 그런 것도 돌봄이 아닐까 생각해요. ”
D 매니저
“
제 아내는 돌봄을 엄청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저는 자취도 오래했고 미성년자일 때도 부모님이 바쁘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내의 돌봄이 이해가 안 됐던 거예요. 예를 들어서 장모님이랑 10분 거리에 사는데, 오늘 수박이 너무 맛있으면 이 수박을 주고 싶어 해요. 막 가서 주고 오고 이래요. 근데 저는 수박은 먹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하거든요. 수박이 유니크한 게 아니라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걸 왜 왔다 갔다 하면서 굳이 시간을 낭비하느냐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내가 서운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이러한 돌봄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걸 좀 느꼈어요.
각자 돌보는 방식이 달랐던 거 같아요. 저는 돌봄이라는 것도 결국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필요한 걸 해결해주는 게 돌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내를 보면서 돌봄은 결과보다는 돌봄 안에 담긴 마음과 선의를 주고받는 거라고 느꼈어요.
”
E 매니저
“ 단순한 집안일은 남편이 하는데 좀 더 꼼꼼히 보는 건 제가 하게 돼요. 싱크대에 물때가 껴 있거나 하는 것들이나 생활용품, 소모품 등이 부족해질 때쯤이면 채워 넣는 일 같은 것들이요. 근데 진짜 안 보인대요. ‘이 정도면 괜찮은데’라는 게 서로 달라요. 보이게 하려고 얘기도 해볼까 생각해봤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결국엔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이해하려 하고, 나를 돌아봤을 때 나도 괜찮다면 그만하면 된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도 나 스스로가 괜찮은지 끊임없이 묻게 되는데, 이게 돌봄이 사랑을 잡아먹지 않게 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돌봄이요. 자기 돌봄이 우선 행해져야 남을 사랑하고 돌볼 수 있잖아요. 거기서 나오는 여유가 남의 입장에서도 부담을 안 느끼게 해주는 거고, 서로 맞춰갈 수 있게 해줘요. 그리고 또 내가 나를 잘 살펴야 내가 얼마나 이 사람을 사랑하는지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
듀이
“ 돌봄의 여러 차원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돌봄의 사회학』이라는 책이 있어요. 저자가 가족 안에서의 돌봄을 상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요. 가족 안에서 돌봄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힘들어진다, 효를 다해야 된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을 무너뜨려가며 돌봄을 하다 보면, 내가 애정하던 사람과의 기억이 죄책감으로 바뀔 수 있지 않나 싶거든요. 결국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이 없으면 자식 등에게 돌봄의 의무가 내려오는데, 이게 정말 가족만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 요양보호사의 날 얘기가 나온 거거든요. 요양보호사 처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요양보호사가 예를 들면 10명이 있다고 치면 이 중에 3명만 일을 한다. 7명은 면허가 있는데도 일을 쉬는 거죠. ”
C 매니저
“ 저는 큰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딸들이 연차가 안 되기도 했고 제가 대학생이기도 해서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병원에 있었어요. 임종까지도 다 지켜봤는데 되게 힘들었던 기억이 동시에 나네요. 근데 나중에 큰엄마가 저한테 그런 얘기를 전해주는 거예요. 큰아빠가 딸들 중에 누가 와도 편하지 않았는데, 제가 있어서 편했다고. 딸에게까지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돌봄을 딸들한테 맡기고 싶지 않았던 거잖아요. 근데 또 동시에는 ‘나는 괜찮다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되게 양가적인 감정이 들더라고요. 저도 제 자식들한테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을 것 같아서요. ”
E 매니저
“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이모가 아프셨어요. 이모가 언니랑 저를 딸들처럼 키웠던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랑 언니랑 엄마랑 번갈아가면서 간호를 했었어요. 임종까지 지켜봤고. 그렇게 중요한 사람을 잃은, 상실의 기억이 생기니까 넓게 사람들을 사귀던 제가 사람을 잘 못 사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남자친구를 만나기 시작했는데 제가 이성적인 데 반해 이 사람은 감성적인 거예요. 그러면서 남자친구에 맞춰 바뀌는 내 모습이 좋았어요. 일방적으로 돌봄을 받으면서 ‘나도 돌봄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그러면서 자기 돌봄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고요. ”
듀이
“ 맞아요.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는 다 보여주고 싶지 않을 수 있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양보호사, 간병노동자 처우가 너무 중요하고요. 간병해주시는 분을 잘 만나는 게 복이라고 하잖아요. 마지막 순간에 어쨌든 그 사람이 내 곁을 지킬 테니까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사랑과 돌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
A 매니저
“ 철학이 원래 눈에 안 보이는 가치를 찾는 걸 좋아하잖아요. 철학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지만 돌봄은 지나치게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책에 있었어요. 돌봄은 조금 더 현실에 맞닿아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철학자들에게도 사랑은 좋은 주제인데 돌봄은 그만큼 현실에 가까운 게 아닐까. 지금 얘기만 해봐도 사랑과 돌봄의 얼굴이 막 다른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