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으로 내 장바구니 채우는 법 5가지

공익사업팀 신선영 매니저

2026.07.16

읽는 시간 0분

기억과 소신으로 물건을 고르는 법

저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대화를 나눴던 사람의 이름이나 재밌게 본 책의 줄거리도 까먹을 때가 많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회적 사건과 사고에 대해서는 기억이 오래가는 편입니다. 세상이 조금씩 잊어가는 일들을 혼자 붙들고 “이런 일이 있지 않았냐”고 되뇌곤 합니다. 참사와 차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마련이지만, 누군가는 기억해야 다음이 달라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 기억은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고 장바구니로 이어집니다. 

화장품 가게에서 클렌징폼 하나를 고르는 데 10분이 넘게 걸립니다. 뒷면의 성분표를 읽고, 휴대폰으로 제조사를 검색합니다. 이 기업은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노동자와 소비자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확인합니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고 말합니다. 저는 유난스러운 소비자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 유난스러움이 저의 소신입니다.

소비도 하나의 의사표현입니다

물건을 하나 살 때마다, 우리는 그 물건을 만든 기업의 방식에 조금씩 힘을 보태게 됩니다. 환경을 오염시키며 만든 제품을 사면 그 방식이 유지되는 데 보태는 셈이고, 정직하게 만든 제품을 사면 그 정직함을 응원하는 셈입니다. 

한 사람의 선택은 작아 보입니다. 그래도 이런 선택이 모이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꾸준한 관심이 기업의 유해물질 사용을 줄이고, 갑질 관행을 바꾸고, 친환경 제품 시장을 키워온 사례들이 있으니까요. 

물건을 고르는 세 가지 기준 

선택의 순간은 늘 어렵습니다. 진열대 앞에서, 결제 버튼 앞에서 매번 고민할 수 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그 어려움은 크게 줄어듭니다. 기준이 선택을 대신해주기 때문입니다. 제 기준은 세 가지 입니다. 

화학제품안전포털 초록누리의 페이지 모습
초록누리 모바일 페이지(https://ecolife.mcee.go.kr)

첫째 안전한가. 성분표를 읽습니다. 어려운 화학물질 이름이 많지만 환경부가 운영하는 ‘초록누리(생활환경안전정보시스템)’에서 제품명이나 성분을 검색하면 유해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의 ‘의약품안전나라’, 화장품 성분 분석 앱 ‘화해’도 유용합니다. 몇 번 해보면 자주 쓰는 제품군의 피해야 할 성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둘째,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가. 과대표장은 아닌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인지, 생산 과정에서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지 살핍니다. 환경마크, 저탄소 인증 같은 공인 인증을 참고하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셋째, 정직한 기업인가. 제품만이 아니라 기업을 봅니다. 기업의 역사를 검색해봅니다. 일제감정기 강제동원 같은 역사적 책임을 외면해오지는 않았는지, 채용이나 조직 문화에서 차별 논란은 없었는지, 노동자의 안전을 소홀히 하다 반복해서 사고를 낸 곳은 아닌지, 소비자에게 정직했는지 확인합니다. 언론보도,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이력, 정부가 공표한 강제동원 기업 명단, 시민단체의 조사 자료가 좋은 참고가 됩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선택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분위기 덕분에 더 지켜갑니다

다행히 저 혼자만의 소신은 아닙니다. 저마다 소신을 가진 동료들이 있고, 저는 그들에게서 여전히 배우는 중입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다과를 뜨고있다.
변화의시나리오 공익콘텐츠 지원사업 OT 당시 준비한 비건 다과

행사를 준비할 때 다과는 비건식으로 준비합니다. 채식을 하는 분, 특정 식재료를 피해야 하는 분, 종교적 이유로 가리는 음식이 있는 분… 참여하는 모든 분이 마음 편히 함께 먹을 수 있어야 진짜 환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건식은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 가장 포용적인 선택지입니다. 

동료들은 간식 하나를 사더라도 인터넷 새벽배송 대신 재단 주변 통인시장이나 동네 상점, 생협을 먼저 찾습니다. 재단 법인카드로 결제할 때만큼은 더 엄격해집니다. 개인의 돈이 아니라 기부자들이 맡겨주신 기부금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거나,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을 소홀히 해온 기업 대신,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을 선택하려 합니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면 지갑을 여는 방식에서도 공익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신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지켜온 것을 나누고, 동료가 지켜온 것을 배우면서 서로의 기준은 조금씩 넓어집니다. 그렇게 각자의 소신이 자연스럽게 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실천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권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1. 자주 사는 제품 하나부터 성분표 읽기. 샴푸든 세제든, 매일 쓰는 것 하나만 골라 성분을 검색해보세요.
  2. 초록누리에서 검색해보기. 생활화학제품의 안전 정보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구매 전 기업 이름 한 번 검색하기. 최근 뉴스 몇 개만 훑어봐도 그 기업의 태도가 보입니다.
  4.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 하나 찾아두기.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을 발견했다면, 대신 선택할 제품을 미리 정해두면 실천이 쉬워집니다.
  5. 모임과 행사에 적용해보기. 회의 간식을 동네 상점이나 생협에서 사보고, 채식 옵션을 준비해보세요. 소신은 함께할 때 문화가 됩니다.
  6. 주변과 나누기. 알게 된 정보를 가족, 동료와 나누는 것만으로 소신은 두 배가 됩니다.

유난스러움이 모여 변화가 됩니다

소신을 지키는 일은 때로 불편합니다. 더 비싼 값을 치르기도 하고, 익숙한 제품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불편함이 시민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소소한 기억력과 작은 행동이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분명 어딘가에 가닿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바라건대, 더 많은 분들이 함께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참사를, 차별을, 쉽게 잊히는 이름들을요. 기억은 오래 갈수록 힘이 세지고, 실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변화가 됩니다.

혼자서는 유난이지만, 함께라면 기준이 됩니다. 다음 장을 볼 때, 물건 하나만 골라 성분표를 읽어보거나 만든 기업을 한 번 검색해보시면 어떨까요. 그 작은 습관이면 충분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이어질 때,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공익사업팀 신선영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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