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집 내려가지 않는 지역아동센터… 우리가 만들고 있습니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박주희 매니저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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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여러분이 기억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어디로 향하셨나요? 저는 바로 집에 가지 않고 놀이터로 향하거나 학원, 골목을 누비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왁자지껄하게 뛰어놀고, 땀 흘리고, 밥을 먹고… 그렇게 보낸 매일, 한 학기가 모여 오늘의 제가 되었죠.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사는 곳도, 공부도 아닌 저를 키워준 사람들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얘기하고, 추억을 쌓고, 질투도 하고, 싸웠다 화해도 했던 친구들… 그리고 그 과정을 담담하게 지켜봐 주고 애정을 준 어른들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모습으로 힘이 되어주더라고요. 

각자 자란 공간과 시간은 다르겠지만 20여 년 동안 꾸준히 아이들에게 이러한 힘이 되어준 곳이 있습니다. ‘공부방’으로 불렸던, 지금은 ‘지역아동센터’로 불리는 곳인데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교육도 받고, 함께 놀고, 밥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에요. 아이들의 가정 상황을 돌보며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지역사회와 연결하기도 하죠. 아이들이 매일 가는 곳이니만큼 센터의 환경은 성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데요. 

최근 기후위기로 여름과 겨울을 보내는 게 쉽지 않은데, 냉난방 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은 곳들이 많다 보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이 JB우리캐피탈과 함께 지역아동센터의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3년간 총 23개 지역아동센터가 새 단장을 마쳤는데요. 13개소에는 바닥 난방 시스템 설치, 14개소에는 전기분전·승압 공사 등이 진행됐습니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아름다운재단 송혜진 매니저를 통해 사업의 의미를 찬찬히 짚어봤습니다.

기후재난과 마주하게 된 시대… 아이들이 지낼 공간은 안전해야 하니까

Q. 매니저님 안녕하세요. 지역아동센터 환경 개선을 4년째 진행하고 계신데요. 사업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알려주세요.

기부처인 JB우리캐피탈 덕분에 시작할 수 있던 사업인데요. 2023년에 자매기관인 전북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며 재단을 찾아오셨어요. 마침 재단도 ‘문화와룰루랄라’ 사업을 통해서 지역아동센터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던 만큼, 센터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환경개선에 초점을 맞추게 된 이유는 시설투자를 센터가 단독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돈이 드는 일이거든요. 적게는 10명 많게는 40여 명이 오래, 함께 지내는 공간이다 보니 책걸상이나 바닥 등이 노후화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바닥난방, 창틀, 냉난방기 등 목돈이 들어가는 시설투자는 거의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JB우리캐피탈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의 필요성도 알리고, 아이들이 지내는 센터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 보건복지부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15년 동 운영해온 지역아동센터가 많다. 그만큼 시설물들이 노후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사를 했을 수도 있지만, 기본 시설을 시설장이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전국지역아동센터 통계조사 보고서, 보건복지부)

Q. 지역아동센터가 전반적으로 노후화된 상황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노후화된 센터를 바로 공사하기 어려운 배경이 있을 것 같아요. 

지역아동센터는 아동 수에 따라 돌보는 종사자 수가 정해져 있어요. 30명 이상이면 4명의 종사자가 근무합니다. 인건비, 아동 급식비, 프로그램 운영비, 일반운영비(월세, 냉난방비 등의 일부) 등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지만, 노후된 시설에 투자할 여유 자금까지는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애초에 쾌적한 건물을 임대하면 좋겠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어요. 아이들과 선생님을 포함해 총 30명이 이용한다고 하면 30평대의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이 가장 저렴합니다. 그러나 월세가 싼 곳을 임대하다 보면 바닥난방, 창틀 등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센터들이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기다리시곤 합니다. 

Q.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 지원사업은 JB우리캐피탈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보니, 의견 조율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사업 진행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건 무엇이었나요?

지원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꼭 필요한 곳, 긴급한 곳에 돈이 올바르게 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꼭 필요한 지역아동센터를 찾아서 지원해야 하는 만큼 심사과정이 오래 걸립니다. 사무국 심사, 심사위원 서류심사, 전문가 현장실사, 심사위원 최종사전심사, 최종선정회의 등… 현장을 꼭 봐야 알 수 있다보니 2배수를 뽑아 실사를 가고,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최종심사를 합니다. 다행히 JB우리캐피탈이 이해도가 높아 이 부분에 이견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JB우리캐피탈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기 이슈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관련 지원을 진행하는 데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폭설, 폭우, 한파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냉난방기가 필수인데, 이를 설치하고 운영하려면 전력·전기 관련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노후시설을 바꾸는 것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시설 개선에 좀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어요.

깨끗해졌다, 밝아졌다, 넓어졌다… 화장실에 갈 수 있게 됐다

Q. 공사가 끝난 뒤 다시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밝아졌다, 깨끗해졌다, 넓어졌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들이 조도가 낮습니다. 전압이나 전기 시설 정비가 안되어 있으니 천장 조명이 몇 개 없거나 옛날 조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기 공사를 하고 나니 조명을 교체할 수 있었고, 밝아졌다는 인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무엇보다 낡은 책걸상을 교체하거나, 도배, 장판을 하게 되니 깨끗해졌고요, 공간 재구획을 진행하거나 정리를 함께 진행하다보니 같은 공간이라도 넓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들도 그만큼의 공간의 여유, 마음의 여유가 생겼겠죠? 

Q. 센터가 달라지니 아이들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피드백을 전해주시던가요?

지역아동센터의 센터장님이 전해준 이야기인데요. 화장실 벽이 흔들리고, 변기가 흔들려 어떤 아이가서 변을 보지 못하다가 화장실 개보수 후 드디어 변을 보았다고 해요. 아이들이 센터에 일찍 오고, 늦게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바뀐 센터를 친구에게 소개 시켜려 친구를 데려 오기도 한답니다. 냉난방기가 설치된 여름에는 집에 돌아가기 싫어서 선생님께 부탁해 파자마 파티를 진행했다고 해요. 

아이의 양육자가 지역아동세넡 센터장에게 보낸 메세지

Q. 센터 선생님이나 센터장님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말이나 순간이 있나요?

“전기가 이제 안꺼져요. 밥할 때 에어컨 안꺼도 되어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죠?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 지원사업 신청서에 설문조사를 넣어서 지역아동센터 98곳 중 91곳이 응답을 해주셨는데요.(2026년 기준) 최근 1년 이내 전기 차단 혹은 정전 발생 횟수를 묻는 질문에 78%가 전기 차단 경험이 있으며, 1년 내 6회 이상 전기가 차단 경험은 31.9%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한여름에 밥을 하려면(대용량 전기 밥솥) 에어컨을 꺼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장실사시 전기문제 고충을 털어 놓은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누수 때문에 비만 오면 선생님들이 처리하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안 그래도 되어요.“

비가 와도 이제 걱정이 없다는 피드백도 기억나네요. 건물 누수는 임차인들과 임대주가 힘을 합치면 고칠 수 있는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임대주들이 원인을 찾기가 어렵고 큰 돈이 든다는 이유로 지레 겁을 먹고 외면합니다.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당장 ‘오늘’이 걱정되는 일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센터가 직접 전체 임차인들과 임대주를 설득해 옥상과 건물 외벽 크렉에 방수처리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Q. 환경개선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2026년 98개 센터가 신청하였으나 8개 센터만을 선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2:1의 경쟁률. 90여개 센터의 선생님들이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쓴 신청서들을 보며 모두 지원하고 싶었지만 자원에 한계가 있다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배우고 생활하는 공간이니 정부지원과 민간지원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목돈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전기 설비 지원만 해도 센터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3~5년이 지나면 또 시설이 낡아지고 오염됩니다. 아무리 종사자들이 쓸고 닦고 관리를 해도 20~30명이 지내는 공간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의 환경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벽면으로 물이 흘러, 배전함 위로 별도로 관을 만들어 양동이로 받는 모습

 “와~ 형이 선생님이다. 나도 커서 선생님 하고 싶어.”

Q. 최근에는 청년들이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만나는 ‘희망선생님’도 진행하고 있죠. 사업의 범위를 넓히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지역아동센터에서 토로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인력공백이에요. 일할 사람이 부족한거죠. 기부처에서도 청년 지원을 고민하던 때여서 희망선생님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지역아동센터를 졸업한 청년이 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장 8개월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인데요, 누구보다 센터를 잘 아는 청년이기 때문에 여러 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청년 입장에서는 안전하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일자리라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역아동센터를 오가는 아이들은 한부모가정이거나 다문화가정, 저소득으로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센터 졸업 후에도 대학 학비, 용돈 등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비진학인 경우에도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 정규직 자리를 얻기까지 꽤 긴 시간 일을 합니다. 청년들을 위한 안전하고 괜찮은 일자리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희망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오리엔테이션

Q. 희망선생님들과 함께 일해보니 센터에서는 어떤 피드백을 주시던가요?

센터장님은 아이들이 센터에 근무하는 상근 선생님보다 희망선생님과 상담을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희망선생님에게 “와~ 형이 선생님이다. 나도 커서 선생님 하고 싶어.”라며 희망선생님을 롤모델로 여기는 경우가 많고요. 희망선생님인 청년도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아이들을 상담하며 본인의 미래 비전을 더 깊이 고민한다고 합니다. 특히 희망선생님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고민을 했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깊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습니다. 희망선생님들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넘어 본인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기에 소통에 대한 교육, 미래 비전을 위한 경제 상담 교육, 진로 코칭 등도 함께 겸하고 있습니다. 

Q. 담당자로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느낀 순간, 그리고 기부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다른 아이들이 학원을 갈 때 일부의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고 식사하고 놀기도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센터가 학교이자 집이고, 선생님이자 부모이고, 선후배이자 형제자매입니다. 어쩌면 가정에서보다 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시설이 열악하더라도 아이들은 이곳에 기댈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은 돌봄 외에도 다루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국가지원이나 민간지원은 도움의 일부일 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아동이 지내는 공간을 한 번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공간이 바뀌면 아이들 마음도 바뀐다는 것을 꼭 한번 살펴봐주시길 바랍니다.

 모금기획팀 송혜진 매니저
편집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박주희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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