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 군포1동에 위치한 어느 빌라. 이른 아침 8시, 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3층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아직 잠에 취해 혹시나 넘어질까 차가운 계단 난간을 꼭 붙잡거나 엄마의 품에 안겨 오릅니다. 3층에 있는 13평 남짓의 이 세대는 이주아동들을 위해 사단법인 아시아의 창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입니다.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아동들의 부모님은 모두 외국인입니다. 이들 중 미등록으로 한국에 체류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엄마를 따라 공장에 가는 아이들,
엄마아빠가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이웃에게 맡겨지거나
체류가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 아이만 고국으로 보내 친척들에게 맡겨진 아이들,
어린 남매만 집에 남겨져 반나절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어도 보육료가 한 달 월급의 절반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부모 모두 외국인인 자녀들은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싼 보육료를 감내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어린이집에서 받아주지 않습니다. 비자가 없는 아이라는 이유로, 부모님과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이렇게 이 아이들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언어 및 신체발달이 늦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장에 따라가면 당연히 위험한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시아의 창의 이웃인 아이들을 그냥 지켜볼 수 없어 후원금을 모아 어린이집을 열게 되었습니다.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선생님이 어떻게 아이들을 보육하는지 직접 볼 수 있지요.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을 알림장에 적어 보내줘도 읽을 수 없는 부모님들, 소통이 되지 못해 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부모님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아이를 어떻게 보육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개방하게 되었습니다. 카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아이들 사진도 보내주지요. 이렇게 우리 어린이집 부모님들은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절실했던 ‘믿음’을 쌓아갑니다.
엄마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 토닥토닥.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에 온 아이 중 분리불안으로 인해 등원 시 엄마랑 헤어지고 난 후 지치도록 몇 시간을 울며 손에서 인형을 놓지 않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미등록으로 살고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엄마의 불안함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이러한 행동을 보인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나를 데리러 안 올 것만 같고, 내 것들이 사라질 것만 같아 하나의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상황은 바뀌기 어렵고, 이러한 아이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같은 반 친구들도 힘들어했습니다. 이렇게 아이의 가정환경과 어린이집 생활관찰기록을 통해 심리치료가 필요함을 확인하고 후원금과 기금으로 아이에게 심리치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심리치료를 통해 안정된 아이의 심리는 부모님의 마음마저 토닥토닥, 힘이 됩니다.
4개국 식단을 한 식판에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생활이 유지되는 아이들의 부모님. 그래서 아이들도 어린이집에서 반나절을 보냅니다. 그래서 삼시 세끼를 어린이집에서 먹습니다. 미등록 아이들은 건강보험이 없어 다른 아이들보다 병원비가 최대 10배에 이릅니다. 그래서 아프지 않게 하려고 식단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운영비가 빠듯해 다양한 활동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유기농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지요. 아이가 아프면 병원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과 더불어 한국에 체류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 주는지 계속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빵과 과자도 직접 유기농 재료로 만드시는 원장님이십니다. 어린이집에는 항상 맛있고 건강한 냄새가 가득합니다.
국가마다 식생활이 달라서 아이들이 같은 식단으로 함께 식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었지요. 3살이 되어도 이유식처럼 음식을 잘게 썰어주는 국에 말아 밥을 주는 중국 조선족, 어릴 때부터 빵과 고기류를 주식으로 먹는 우즈베키스탄, 어릴 때부터 날 채소를 먹이는 베트남, 밥을 많이 먹고 반찬은 매우 소량을 먹는 필리핀. 이 아이들이 하나의 식단으로 함께 식사하기 까지 거의 6개월이 걸렸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아 어린이집 식단에 맞춰 식사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아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그 나라의 음식을 후식이나 반찬으로 제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줍니다. 그런데 지금은 된장국을 너무나 맛있게 잘 먹고, 밥 한 숟가락에 김치를 꼭 얹어 먹는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북적북적한 13평 어린이집의 콩닥콩닥 이야기
미등록 아이들의 가정과 가까이 있는 어린이집 공간은 오래된 빌라 3층의 한 세대.
걷는 시간보다 엄마 품에 안겨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가 매일 3층까지 등·하원을 합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안전사고에 항상 유의했지만 결국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요. 등·하원길에 다치지 않을까 가슴이 콩닥콩닥합니다. 아이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교실 문은 아이들이 크면서 점점 작아지는 것만 같습니다. 13개월 아이는 이 문턱을 지날 때마다 꽈당 넘어지기 일쑤지요. 문턱을 없애고 싶지만, 이 문턱을 없애는 비용도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혹시나 잘못 넘어져 얼굴을 다칠까 다시 선생님들의 심장은 쿵쿵 뜁니다.
후원금으로 운영이 되다 보니 선생님을 충분히 고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장님이 직접 수업도 하시고, 아이들 삼시 세끼 요리도 해 주었습니다. 주방은 어른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서류작업까지 해오셨지요. 가정용 전기이기 때문에 전력량이 너무 작아 무더운 여름날 원장선생님은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요리를 합니다. 1인 다역을 해야 하니 제시간에 아이들 식사가 준비되지 못할까 걱정되어 좁은 공간에서 심장이 뛰도록 움직입니다. 선생님들은 이 작은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이 혹시나 다치지 않을까. 아프지 않을까. 온 종일이 작은 어린이집에 있으려니 얼마나 답답할까. 미등록인 부모님들이 혹시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에 걱정하며 어린이집의 하루하루가 흘러갑니다.
하지만 점점 한국어를 말하기 시작하고, 밥과 반찬을 남김없이 스스로 잘 먹고, 배부르니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의 긴장감과 걱정이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아이들이 새근새근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신체발달이 늦은 아이가 어린이집 밥이 입맛에 맞지 않아 먹지 않고, 미등록 체류를 하는 엄마의 불안감을 함께 품은 아이가 온종일 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러 함께 평온한 시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후 선생님들이 잠시 한숨을 돌리며 새로운 어린이집의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올해 초부터 아시아의 창은 아름다운재단과 협력하여 이주아동 보육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보육사업의 공간이 될 새로운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이 준비 중입니다. 더는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넓은 어린이집입니다. 이주아동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설계된 개별화 교실과 부모님들을 위한 개방형 놀이 공간을 품은 어린이집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창은 어린이집이 건강함으로 꽉 찬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내주신 모금은 아이들의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 페인트를 구매하고, 아이들을 위해 삼시 세끼 건강한 요리를 해 줄 수 있는 깨끗한 주방 공간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반나절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바깥 공기를 마시며 바깥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은 놀이터와 조경도 만들 예정입니다. 모금은 오는 12월 말까지 약 3천만 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누구나 어디에서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조경을 위한 나무와 흙을 후원해주셔도 좋고, 여름에는 땀띠가 나지 않고 겨울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냉난방기도 환영합니다.
우리 이주아동 자녀들을 위한 새로운 어린이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이주아동 자녀들이 이 새로운 공간에서 건강함과 안정감을 가득 품고 밝게 자라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글, 사진 |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
[사단법인 아시아의 창]은 한국사회에 늘고 있는 결혼이민자 및 이주노동자와 그 자녀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피부와 국적, 문화의 차이를 이유로 차별받는 것에 반대하며,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면서 이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를 이루는데 그 목적을 두고 활동하는 비영리사단법인입니다. ▶ ‘아시아의 창’ 홈페이지 : http://www.achang.or.kr / ‘아시아의 창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chang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