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발을 디딤돌 삼은, 변화와 성장의 서사

2016 청자발 2년차 연속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문화디자인, 오픈소스, 우물 밖 청개구리

2016 청자발 2년차 연속 프로젝트를 진행한 문화디자인, 오픈소스, 우물 밖 청개구리


2016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이하 청자발) 지원사업 선정 단체 중 문화디자인, 오픈소스, 우물밖청개구리의 합동 인터뷰를 기획하게 된 건 ‘2년차’라는 교집합 때문이었다. 2015년에 이어 연속 지원을 받게 된 이들 3개 단체는, 청자발 경험을 디딤돌 삼은 변화와 성장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각각 학교밖청소년(우물밖청개구리), 국립마이스터고(오픈소스), 대안학교(문화디자인) 청소년 모둠으로, 진로 선택에도 뚜렷한 가치관과 개성을 보여주는 친구들이라는 점 역시 흥미로운 요소다.

2년차 팀 합동 인터뷰를 진행한 2016년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픈소스와 문화디자인 모둠원들이 아름다운재단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아쉽게도 우물밖청개구리의 불참으로 2년차 3개 팀을 한자리에서 만날 순 없었으나, 우물밖청개구리와의 인터뷰는 이후 서면상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

놀아본 형아들 VS 과학하는 형아들

문화디자인과 오픈소스를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놀이터에서 좀 놀아본 형아들’과 ‘과학하는 형아들’이라 불러도 좋을 듯 싶다. 인터뷰에 참여한 남학생 4명의 면면을 보다 자세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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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변준하 대표학생

오픈소스 변준하 대표학생


오픈소스 대표 변준하(18세). 전북기계공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며, 2015년에도 오픈소스 모둠원으로 청자발에 참여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과학교실을 진행한 바 있다. 2016년 모둠대표로 승격, 보다 진일보한 과학교실을 통해 ‘배워서 남 주자’는 오픈소스의 모토를 실천하는 중이다. 고난이도의 자격증 시험을 앞둔 상황이지만, 인터뷰를 마치는 대로 광장에 나가겠다며 촛불을 품고 온 열혈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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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디자인 대표 서준선

문화디자인 대표 서준선

꽃피는학교 12학년(일반 고등학교 기준 3학년)에 재학 중인 서준선(19세).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모둠대표로 문화디자인을 이끌며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자’는 모토 아래 ‘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시점이 수능을 20여일 앞둔 날이었지만, 수능보다는 졸업 논문이 더 뜨거운 화두인 고3. 졸업 논문으로는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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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디자인 모둠원 신원준

문화디자인 모둠원 신원준

꽃피는학교 11학년(일반 고등학교 기준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일반 학교의 전교 회장 격인 ‘추장’을 맡고 있는 신원준(18세). ‘놀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 2년째 문화디자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미술학원에 다니지만 입시미술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원준의 꿈은 타투이스트. 작금의 최대 과제는 학년 진급을 위한 논문이며, 논문 주제는 타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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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디자인 모둠원 조연수

문화디자인 모둠원 조연수

꽃피는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조연수(18세). 올해 처음 문화디자인에 합류한 새 얼굴이다. 다른 친구들처럼 역시 논문 준비로 바쁘며, 논문 주제는 자전거 여행. 운동을 좋아하는 과묵한 친구다.

문화디자인 3명에 오픈소스 1명이 어우러진 인터뷰 자리는 또래 소년들끼리 공유하는 그들만의 정서와 연대감 속에 무심한 듯 다정하게 무르익었다. 관록의 청자발 2년차 팀들이 꺼내 놓은 고민과 보람, 감동의 에피소드를 전한다. 
*같은 질문으로 진행한 우물밖청개구리와의 서면 인터뷰 내용을 함께 소개합니다.

우물 밖 청개구리 대표 허일정

우물 밖 청개구리 대표 허일정

청자발에 또 한 번 도전하게 된 이유는?

서준선: 처음 청자발 사업을 진행할 땐, 하고 싶었던 건 많았으나 의욕만 앞섰던 거 같아요. 또 도중에 모둠 대표가 바뀐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죠. 원래 모둠 대표를 맡았던 선배의 취업으로, 제가 갑작스레 대표를 맡게 됐거든요.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해보고 싶었어요.

변준하: 아이들에게 못 가르친 게 많더라고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짧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기계과학에 집중했어요. 첫 해엔 전기‧전자‧화학 등 과학에 관한 건 다 프로그램에 넣었었거든요.

2016년 프로젝트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변준하: 과학상자를 다루는 방식이 자유로워졌어요. 일단 기초와 원리를 알아야 하니 1학기 때는 작년처럼 설명서대로 만들어보고, 2학기부턴 아이들이 만들고 싶은 걸 상상해서 만들어보게끔 유도했어요. 나이와 실력을 생각해 초등반과 중등반으로 조 배정을 하고 키트를 나눠준 뒤, 스스로 생각하고 친구와 의논하여 목적지를 찾아내게 했죠. 첫 해 보단 아이들도 잘 따라줬어요.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추고, 매 상황마다 ‘아이들이라면 지금 어떻게 하고 싶을까’ 생각했던 게 효과적이었던 거 같아요.

서준선: 일단 예산 집행부터 달라졌는데, 작년엔 ‘놀 프로젝트’를 알릴 수 있도록 홍보비에 편중했다면 올해는 놀이용품을 마련하는데 더 신경을 썼어요. 또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아동발달단계에 대한 전문가 특강을 듣고, 마을활동가 분을 인터뷰하고, 지난 해 ‘놀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 부모님을 만나 우리 프로젝트에 바라는 점을 듣기도 했어요. 또 두 시간의 놀이시간을 1, 2부로 나눠, 1부엔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2부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끌었어요. 일주일에 한번, 수요일마다 ‘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수요일만 기다린다는 아이들이 있을 만큼 좋아했어요. 저희도 재밌었고요. 

신원준: 전문가 강의를 통해 ‘놀 프로젝트’ 대상인 8,9세 아이들에 대해 공부를 좀 했어요.  유치원에서 학교로 넘어가는 이 시기를 학령기라 하는데, 친구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어색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도 많다 하더라고요. 놀이 프로그램을 짤 때, 그런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 중점을 뒀어요.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도 하고, 친근감을 위해 호칭은 각자의 별명으로 대신했죠. 나무늘보나 토끼 같은, 아이들 별명 캐릭터로 배지를 제작해 나눠주니 좋아했어요.

허일정: ‘자기혐오’라는 주제에 대해 청소년예술가들과 만나 고민하고, 예술작품으로 창작하는 과정을 가졌어요. 작곡하고 노래를 부르는 친구는 경험을 살려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친구는 우울했을 때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고요. 이외에도 인터뷰, 전문가 다자회담 등으로 자기혐오에 대해 다양하고 자유롭게 표현해보고 ‘잡지’라는 매개를 통해 그 담론을 모았어요.

청자발 진행과정 중 특별히 기억에 남은 순간은?

서준선: ‘놀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 어머니가 보낸 톡 메시지가 기억에 남네요. 아빠와 놀아본 기억이 없는 아이인데, 형들 덕분에 너무나 행복해한다고, 고맙다는 인사였어요. 아버지를 일찌감치 여읜 외동아들이었거든요.

변준하: 심사위원 면접도, 오리엔테이션도 다 기억에 남네요. 모둠 대표를 맡은 첫 해라 책임감의 무게가 컸어요. ‘내가 잘못하면 망한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작년 모둠 대표였던 혁진 형이 취업 나가기 전까지 많이 도와줬는데도, 리더라는 자리가 참 힘들더라고요.

허일정: 저는 첫 오리엔테이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른 팀들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듣는 데 힘도 나고, 공감도 되고,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특히 이번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 목걸이를 걸고 나왔던 용궁문지기 팀이 인상적이었어요. 모둠원들 간의 돈독한 관계도 보기 좋고, 논둑길 프로젝트도 신선했고요. 이후에도 종종 생각나면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청자발 프로젝트의 보람, 그로 인한 내 안의 변화는? 

변준하: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각자의 취업만을 위해 쓰인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제가 배운 과학지식을, 배움의 기회를 갖기 힘든 아이들과 나눌 수 있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신원준: ‘놀 프로젝트’ 시간이 되면 저만치서 아이들이 막 소리를 지르며 뛰어와요. 되게  신나 보이죠. 그 즐거움이 전이된다 할까,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어요.

허일정: 관심 있었던 주제인 ‘자기혐오’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저희가 몰랐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자기혐오’와 관련된 경험담을 기고 받으면서 생각이 많이 넓어졌어요. 청자발 활동을 통해 글쓰기와 출판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작년에 처음으로 ‘핵노답-무기력’을 진행하며 자신의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맛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엮어 ‘잡지’라는 매개로 발간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는데, 올해는 그 매력에 더 푹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청자발 종료 후에도 모둠 활동은 지속할 계획인가요?

신원준: ‘놀 프로젝트’를 워낙 좋아해서, 계속 진행하고 싶어요. 수요일 오후는 아이들도 기다리지만, 저도 기다리거든요. 지원을 더 받지 않아도 사놓은 물건(놀이도구)이 있으니, 가능할 거 같아요. 첫 번째 ‘놀 프로젝트’보단 두 번째 ‘놀 프로젝트’가 나았듯, 두 번째보단 세 번째가, 세 번째보단 네 번째가 점점 더 좋아질 거예요.

허일정: 저희가 진행했던 두 번의 프로젝트처럼 사회적으로 기피하는 이야기와 주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활동을 하려고 해요. 특히 ‘잡지’라는 매체는 메시지를 깊고 느리게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 앞으로도 지금처럼 잡지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고 해요.

청자발에 바란다!

서준선: 사업 첫 해에 작은 사고가 있었어요. 작은 찰과상이었지만, ‘놀 프로젝트’ 도중 참여했던 아이가 다쳤거든요. 재단 차원에서 사고 시 보험 처리와 같은 구체적인 안전 관련 대책이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변준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이 있었거든요. 공구나 철재를 다루는 만큼, 혹시라도 아이들이 장난치다 다칠까봐 사고 예방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청자발에 지원할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한마디

변준하: 시작했다면 끝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서준선: 즐겼으면 해요. 의무감만으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처리해야 할 짐짝 같은 숙제가 돼버리거든요. 즐기는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내 마음을, 욕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 싶은 것, 해소하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돌아보면 좀 정리가 되더라고요. 제 경우엔 ‘내가 하는 만큼 나온다’는 믿음도 동기부여가 됐어요. 

허일정: 문화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혹은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주체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자발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청소년이라면 청자발 지원사업과 잘 맞을 것 같아요.

나에게 청자발은  ○○이다!

신원준: [갈림길]이다! 평탄한 길, 험한 길의 갈림길 수도 있고,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길과 도중에 막히거나 끊어진 길의 갈림길일 수도 있겠죠. 대충대충 아쉽게 끝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어요. 어디까지나 제 선택이고, 제가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조연수: [시냇물]이다! 뭔가 물 흐르듯 진행된 것 같아요. 멈출 수 없다는 것도 그렇고요.

허일정: [사다리]다! 활동을 통해 꿈과 연결해주고, 활동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사다리와 같은 존재였어요.

 

글 고우정ㅣ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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