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지원사업’은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공익활동, 특히 “시민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익활동” 지원을 핵심가치로 합니다. 2017년의 변화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켜 가고 있을까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시작한 스법단(스타트업 법률지원단) 프로젝트로 창업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를 교육하고, 대표적인 사안들을 선별해 각종 소송 및 법률자문, 법률개정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법률지원 사례를 통해 규제완화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법률지원이 필요한 피해자들에게 스법단 지원을 홍보할 목적으로 스타트업법률지원단 지원사례 공유회를 지난 5월 19일(금) 개최하였습니다. 사례공유회 현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청년 창업가가 ‘안녕’한 사회 만들기 –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고양이가 많은 한 마을이 있었다. 엄숙해야 하는 마을 제삿날이면 고양이가 울어 마을 사람들은 난감했다. 언젠가부터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고양이를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삿날이면 고양이를 모아 가두는 것이 마을의 의례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마을에는 고양이 수가 줄었다. 그런데도 후손들은 제삿날이면 으레 고양이를 가뒀다. 고양이가 없으면, 다른 마을에 가서라도 고양이를 구해와 가두었다. 애꿎은 고양이들을 왜 가둬야 하는지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모두 그저 관행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청년 창업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

이건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어느 시대나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스타트업 법률지원단’(이하 스법단)이 주최한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 스타트업 법률지원단 사례 공유 및 상담” 행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타트업 안녕하십니까 행사 웹포스터

<이미지출처 : 바꿈>

한경수 변호사가 발표한 ‘삼디몰 사례’는 철 지난 규제가 빚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자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젊은 창업가인 삼디몰의 김민규 대표는 작년 급작스럽게 검찰로부터 300만 원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3D프린터의 ‘부품’을 파는 이 회사가 ‘완제품’에 대한 안전 확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부품’을 사간 고객이 만드는 완성품마다 안전성 신고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판매하는 부품 모두 안전 인증을 받았음에도, DIY 제품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완제품에 대한 안전성 신고 규정에 따라 고발을 당했다. 올해 3월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 판결을 받았고, 2심을 준비 중이다.

삼디몰업체 지원사례를 발표중인 한경수 변호사

삼디몰업체 지원사례를 발표중인 한경수 변호사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한경수 변호사(스법단 단장)를 만났다. 먼저, 삼디몰 2심 판결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그에게 물었다.

“저는 반드시 무죄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웃음) 청년 실업 문제가 크잖아요. 청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뚫고 나가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법적 규제가 발목을 잡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그간의 창업 지원은 정부가 주도하는 경향이 강했죠. 그런데 현장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과도한 정부 주도는 오히려 도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요. 오히려 규제 때문에 발목이 붙들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아요.

이런 사례들을 여럿 접하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이 지난해 함께 ‘스법단’을 발족했습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 기업 문제를 풀기 위해 개별 기업을 지원하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불필요한 행정적, 법적 규제를 개선하는 데 앞장설 생각이에요.”

청년 창업가 발목 잡는 철 지난 규제 개선만큼, 문화가 중요해

그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평소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지나치게 예전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맞춰져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젊은 세대가 앞으로 살아나가려면 시대에 맞는 교육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많은 법적 규제들이 청년 창업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률가로서 그는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한경수 변호사

스법단 단장을 맡고 있는 한경수 변호사

“삼디몰 말고도 굉장히 사례가 많아요. 한국 NFC라는 회사가 있어요. 간편한 본인 인증 서비스를 개발했는데 규제 때문에 3년 동안 사업을 못 했어요. 3년 동안 그 규제를 놓고 정부 기관하고 다툰 거죠. 새로운 기술이라는 게 한두 달만 늦어져도 큰 피해잖아요. 이런 환경에서 자본이 없는 청년들한테 어떻게 창업하라고 독려하겠어요.”

그가 접한 사건 대부분 시대가 변했는데 규제는 제자리걸음이라 생긴 문제들이었다. 한 예로, 중고차 매매를 매개하는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있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회사는 자동차를 직접 보유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100평 이상의 부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규제를 들이밀었다. 논란이 일자 규제는 철회되었다. 하지만 그 규제가 없어지기까지 회사가 지어야 했던 부담은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는 규제 개선도 중요하지만,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법을 바꾼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문제가 지연되고, 반복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이날 행사에서는 각종 규제나 법률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의 사례 발표뿐만 아니라 직접 변호사들이 나서 법률 상담을 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부가 절로 풍부해졌다. 현장에 찾아온 청년 창업가들은 직접 겪고 있는 사례를 하나, 둘 꺼냈다.

질의응답

법률지원 사례 강연 후 현장 질문과 전문가 자문 진행

그는 가장 안타까울 때가 이미 문제가 벌어지고 난 후의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날 때라고 말했다.

“이미 영업비밀을 탈취당하고 나서, 또는 형사 고발이나 민사 소송을 이미 당하고 나서 찾는 경우가 많은 거죠. 그렇게 문제가 생긴 이후에는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에요. 그래서 교육 사업을 주로 하려고요. 예를 들면, 회사 인수 과정에서는 꼭 미리 영업 비밀 보호 조약을 체결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는 거죠. 그 외에도 투자계약서를 쓰는 법을 교육해서 부당한 계약 때문에 볼 피해를 애초에 차단할 수도 있고요. 그런 모든 창업에 필요한 법률 정보들을 교육하고 이후에는 책으로도 담아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그는 마지막으로 “두려워하지 말고 물어보세요.”라며 당부했다. 개인에게는 ‘스법단’과의 만남이 비빌 언덕을 찾는 일이기도 하지만, ‘철 지난 관행’을 바꾸는 사회 변화의 한 걸음이기도 하다. 최초의 기억을 잊고, 목적을 잃으면 약속은 ‘관행’이 된다. ‘질문하는 사회’는 이유 없이 고양이를 가두지 않는다. ‘스법단’은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 질문을 던질 청년 창업가들에게 늘 열려 있다.

스법단

바꿈의 전진한 상임이사와 스법단 한경수 변호사

글 우민정 l 사진 김권일

[스타트업법률지원단] www.startuplaw.kr – 청년창업 규제와 비법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꿈)은 공동으로 스타트업 법률 지원단(스법단) 발족했다. 특허문제, 상표등록, 인허가, 대기업 갑질 등 다양한 법률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법률지원뿐만 아니라, 문제가 드러난 각종 사례에 대해서 국회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법률 및 조례 제정 및 개정 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교육 정보를 알고 싶거나 상담이 필요하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하면 된다.

[바꿈] www.change2020.org – 사회진보 의제들에 대한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세대와 부문을 넘어 시민단체 간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형 단체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www.minbyun.jinbo.net -인권 옹호와 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변호사 단체. 1988년 출범 이후 다수의 시국 사건 변론을 맡았으며, 양심수 석방과 과거청산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올바른 대처와 민주적 제도개혁을 위해 노력해왔다.

댓글 정책보기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