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시 읽기]는 함께 읽고 싶은 시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여섯 번째 소개하는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홍보팀 두은정 팀장입니다. 저의 직무 이외에 재능 기부로 하는 일 중에는 ‘퇴사자 예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며 함께했던 아름다운 시간을 기록한 ‘퇴사 앨범’ 편집이나 ‘퇴사 롤링페이퍼’ 디자인을 맡습니다. 누군가가 떠날 때마다 하는 일이니 자주 하는 일은 아닙니다… 간사들은 열심히 ‘퇴사 앨범’ 사진을 편집하는 저에게 ‘데쓰 앨범’ 만드냐는 농담으로 동료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퇴사 롤링페이퍼’를 만들 때는 그 상황에 맞는 시를 넣기도 합니다. 2006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낭독해서 화제가 되었던 시로, 떠나는 동료에게 작은 위로와 축복의 뜻으로 대신했습니다. 지금 어디선가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걷고 있을 전 동료들을 생각하며… 이 시를 소개합니다.

다시 읽어도 울컥하네요…. 다들 별 탈 없이 잘살고 있죠?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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