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목표, 다른 리듬: 아름다운재단의 근로제도 이야기

운영관리팀 이정운 매니저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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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적인 일을 하는 단체들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더 큰 변화를 만들고 싶어 하고, 늘 사람의 손과 시간이 모자랍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지만, 일하는 리듬은 단체마다 또 사람마다 다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미 재택근무제와 주(週)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며, 비교적 유연하게 일해온 조직입니다. 지난 2년 동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근로시간 정산 단위를 주에서 월로 넓힌 월간근태시간제도를 도입하고, 그룹웨어 근태 기능으로 일하는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성공담은 아니지만, 같은 고민을 안고 있을 소셜섹터의 동료 단체들에게 작은 참고가 되길 바라며 그 과정을 나눠봅니다.

01   우리는 지금 이렇게 일합니다

먼저 아름다운재단이 어떻게 일하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재단 구성원들은 모두 상근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출근 시간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거나 출근길 러시아워를 피하고 싶은  구성원은 조금 늦게 시작하고, 반대로 일찍 퇴근해야 하는 구성원은 조금 더 일찍 출근합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덕분에 정해진 범위 안에서 각자 시업·종업 시간을 고를 수 있습니다. 집에서 더 몰입되는 업무는 재택근무로 처리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일은 사무실에서 합니다. 다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구성원이 함께 집중해 일하는 집중근로시간으로 둡니다. 중요한 회의나 협업이 필요한 일은 가급적 이 시간대에 배치해, 자율 속에서도 함께 일하는 호흡을 잃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출근 시간은 하나가 아닙니다 — 저마다의 리듬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ai활용)

사실 재택, 유연근무는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입니다. 이번에 새로워진 것은 정산 단위입니다. 근로시간을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바라보게 되면서, 어떤 주에 일이 몰리면 다른 주에 호흡을 고르고, 한 달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근무시간을 직접 설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출퇴근은 그룹웨어에서 원클릭으로 기록되고, 누적·잔여 시간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언제·어디서·어떤 리듬으로 일할지를 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정하는 조직입니다.

02   왜 이렇게 일하기로 했을까

최근에는 근로시간을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관리하는 월간근태시간제도로 정산 기준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일이 잘 되는 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가 다르고, 업무마다 필요한 환경이 다릅니다. 모두를 똑같은 시간표에 맞추는 대신, 각자가 가장 효율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을 고르게 하면 같은 시간을 써도 일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효율성과 집중도,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보자는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변화하는 환경에 미리 대비하려는 뜻도 있었습니다. 주 4.5일제처럼 새로운 근로시간 논의가 사회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언젠가의 변화에 허둥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기반을 다져두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03   무엇보다, 신뢰가 먼저였습니다

추가로 그룹웨어 근태 기능을 활용해 일하는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변화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제도 설계가 아니라 조직의 문화를 다치지 않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오랫동안 근태를 중앙에서 일일이 통제하기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책임과 서로에 대한 신뢰에 맡겨 왔습니다. 누가 확인하지 않아도 구성원 스스로 근무 원칙을 누구보다 잘 지켜온 조직이었습니다. 이렇게 쌓아온 자율과 신뢰의 문화는 재단의 큰 자산이었습니다.

유연근로제와 재택근무는 신뢰가 있어야 비로소 작동합니다. 시간이 아니라 일의 결과로 서로를 믿을 수 있을 때, 자율은 방종이 아니라 책임이 됩니다.

그렇기에 새 제도를 들이는 일은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자칫 “이제부터 시간을 감시하겠다”는 신호로 읽히면, 그동안 지켜온 신뢰가 흔들릴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붙들었던 원칙이 있습니다. 혹시 비슷한 제도를 고민하는 단체가 있다면, 이 점을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도는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가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건 결국 조직에 쌓인 신뢰라는 것을요.

04   한 번에 되지 않았습니다 — 2년의 단계들

이 변화는 단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도 하나를 손보는 데 2년이나 걸릴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신뢰의 문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신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서두르기보다 한 단계씩 점검하며 나아가는 편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2024 · 운영관리팀 시범사업
운영관리팀에서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룹웨어 근태 기능을 켜고 출퇴근을 원클릭으로 기록해보는 시범사업을 진행해보았습니다.

2025 말 · 전사 확대와 합의
시스템만이 아니라 취업규칙·근태관리지침·노사 서면합의까지 함께 정비했습니다. 한 달간 전 구성원이 직접 써본 뒤, 구성원의 의견을 듣고, 노사협의회와 수차례 논의 및 개별 발표(PT)·FAQ를 거쳐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2026 · 정식 시행
정산 단위를 월 단위로 넓힌 선택적근로시간제와 월간근태시간제도를 정식으로 시행했습니다. 작은 시범에서 전사 합의에 이르기까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걸어온 2년이었습니다.

가장 공을 들인 건 노사협의회와의 소통이었습니다. 이미 재택근무와 주 단위 선택적근로시간제를 잘 운영하고 있었기에, ” 근태를 기록하고, 정산 단위까지 월 단위로 바꾸는 배경”에 대한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설명으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우려하는 지점을 하나씩 꺼내 함께 답을 찾아가는, 더디지만 단단한 과정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이 소통의 시간이야말로 제도보다 더 중요한 준비였습니다.

05   구성원들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일상의 작은 장면들이 달라졌습니다. 누가 일일이 묻지 않아도 서로의 일하는 상황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출퇴근 버튼으로 간단하게 근태 관리를 할 수 있어서 편했다.”
“상태창만 보고도 동료가 재택인지 외근인지 알게 되어, 서로 소통할 때 편하다.”
<근태제도 설문조사 답변 중>

물론 모두가 처음부터 편했던 건 아닙니다. “아직 출퇴근 체크를 자꾸 잊는다”, “재택·외근·출장 표기가 더 명확하면 좋겠다”는 솔직한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의견을 불평이 아니라 제도를 진짜로 쓰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였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06   작은 도구 하나가 만든 차이

월 단위로 근로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하니 새로운 숙제가 생겼습니다. “이번 달에 내가 얼마나 일했는지”를 한눈에 보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월간근태시간제도의 핵심은 구성원이 스스로 자기 시간을 설계하는 것인데, 정작 그 설계에 필요한 ‘계기판’이 부족했습니다.

이 문제는 재단이 새롭게 도입한 클로드AI를 활용해 풀었습니다. 월 소정근로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공휴일과 단축근무를 반영해, 지금 내 페이스가 적정한지 한눈에 보여주는 근태계산기와 대시보드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혼자서는 몇 주가 걸렸을 일을 훨씬 빠르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만든 근태계산기와 대시보드 — 내 페이스를 한눈에.

특별한 예산이나 큰 개발팀 없이도, 필요한 도구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 자원이 넉넉지 않은 공익 단체에는 꽤 반가운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07   근태 제도를 고민하는 소셜섹터의 동료들에게

돌아보면 이 2년은 “어떤 제도가 정답인가”를 찾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리듬은 무엇인가”를 함께 찾아간 시간이었습니다.

유연근로제도, 재택근무도, 월간근태시간제도도 모든 단체에 똑같이 들어맞는 정답은 아닐 겁니다. 조직마다 일의 성격이 다르고 쌓아온 문화가 다르니까요. 다만 한 가지는 어디서나 통한다고 믿습니다. 구성원을 신뢰하고, 그 신뢰가 기댈 명확한 기준과 도구를 함께 갖춰가는 것. 그 위에서라면 각 단체는 저마다의 리듬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공익을 향한 우리의 활동이 오래 지속되려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앞으로도 더 나은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그 과정을 동료 단체들과 기꺼이 나누겠습니다.

 운영관리팀 이정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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