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평행선, 언제나 내 말에 귀기우일 준비가 된 내 편, 넘어졌을 때 잡아 줄 손을 기꺼이 내어주는 이를 우리는 ‘친구’라 한다. 친구는 인생의 긴 길을 같이 걷는 동반자이자 러닝메이트. 그렇기에 오래된 친구일수록 더욱 그 진가가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고 자치활동은 지금 좋은 친구로 발효되는 중이다.

지역별 6~10여명의 장학생들로 구성된 자치활동을 통해 정보공유 및 지지체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장학생들 간 정보공유와 지지체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지역별 자치활동

우리들은 ‘절친’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얘기하느라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 수도권 지역 자치활동 장학생들은 지난해 지역별 모임으로 만나 올해도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 첫 만남은 조금 어색했다. 자치활동은 장학생들끼리 소통하고 공감하는 모임이지만 마음을 나누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자치활동을 지속하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지역별 자치활동 모임이 동아리 활동으로 형식은 바뀌었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어요. 구성원은 거의 그대로죠. 지역별 모임은 물리적 거리가 가까웠다면 동아리 모임은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에요. 지금은 서로 너무 친해져서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는 거 같아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2년째 만나다보니 자치활동은 서로의 이성 친구도 알고 지낼 만큼 막역한 친구 모임이 됐다고 한다. 자치활동 2기로 지난해 참여했던 고재욱(가명) 장학생은 지원기간이 종료됐지만 지금도 여전히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친구 사이는 기간 종료가 따로 없기 때문일테다.

“사실, 자조 모임 같은 것에 부정적이었어요. 소모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불평불만만 얘기하다 결국 자포자기와 푸념으로 얘기를 끝맺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자치활동은 달랐어요.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라 오면 일단 배울 게 많았어요.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줘요.”

자치활동에서 장학생들은 일상의 이야기를 묻고 나눈다. 안부를 묻다 자연스레 공부와 취업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각종 지원 프로그램 신청과 방법을 묻기도 하고, 자격증 시험 정보도 나눈다. 시시콜콜한 일상이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로의 모습에 자극을 받기도 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에 용기를 얻기도 한다. 한 마디로 울면서 만나도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는 ‘절친’이 된 것이다.

‘우리’라는 이름의 추억

올해 여름에는 가평으로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1박 2일 MT를 여행을 다녀왔다. 바나나보트, 플라이피시 등을 즐기며 물놀이하고, 저녁으로는 삼겹살 파티를 했던 기억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았던 장학생들에게 가평 여행은 일상의 긴장을 풀고, 천진난만한 청춘이 되어 여름을 만끽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날씨도 덥고, 화창해서 물놀이하기 딱 좋은 날씨였어요. 제가 물 공포증이 있어서 물을 안 좋아하는데 우리 중에 라이프가드 자격증 가진 친구가 2명이나 있어서 걱정 없었죠. 예산이 많진 않아도 계획을 잘 세워서 알뜰하게 놀았던 거 같아요.”

여름의 햇살만큼이나 눈부신 시간을 보낸 자치활동 수도권 조는 여행을 기억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저녁에 치열(?)하게 벌어졌던 ‘아웃팅’ 논쟁이다. 취업을 앞둔 장학생들이 성장 배경을 주변에 얘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모두 한 번쯤은 망설이고, 고민했던 문제였기에 각각의 입장과 견해는 분명했다.

오랫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은 ‘그럴 수 있다’였다. 조금은 허무한 결론일 것 수 있지만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기에 편견 없이 서로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설픈 타협점이나 결론을 내리기보단 나와 다른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범주를 넓힌 것이다. 그럴싸한 활동 내용이나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지만 자치활동은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를 현명하고 단단하게 성장시켰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최근에 생일날 남자친구가 미역국을 안 챙겨줘서 싸웠어요. 저희한테는 생일날 먹는 미역국 의미가 남다르거든요. 자치활동에서 만난 친구라면 바로 공감할 수 있는데 학교 친구나 다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잘 이해 못하더라고요.”

“내가 시설에서 자랐다고 말하면 주변에서 더 미안해하고 어쩔 줄 몰라 할 때가 있어요. 나 때문에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 것 같아 어색하고 부담돼요.”

“서로의 환경과 상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니깐 조언을 들어도 마음을 열고 듣게 되요.”

“난 여기서 마음이 더 넓어졌어요. 원래 남을 잘 안 챙겼는데 자치활동에서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장학생들은 자치활동의 가장 큰 장점으로 편안함을 꼽는다. 이해와 공감의 깊이가 남다른 감정적 연대감은 평소 꺼내지 못한 이야기도 쉽게 꺼내게 한다. 남들에게 조금 치사하고 유치해 보일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마음에 맺혀있던 이야기도 자치활동에서라면 괜찮다는 걸 서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자치활동만의 편안함과 소통은 의외로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현재에 지치지 않을 긍정성과 용기를 얻었고, 과거의 일로 옹이진 마음은 조금씩 풀렸다.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깨닫기도 했고,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자치활동은 이렇게 서로를 변화시키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자치활동을 통해 장학생들은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어른이란 두려움 없이 나와 타인의 마음에 난 생채기를 들여다보며 따뜻하게 보듬는 여유를 갖는다는 의미일 테다. 또한 자치활동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삶을 함께 하는 친구이자 서로의 든든한 배경으로서 말이다.

글ㅣ이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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