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고

(배)분이네 식구들은 봄맞이에 바빴습니다. 업무로도 바빴지만 분이네텃밭 가꾸기 계획이 빡빡했거든요. 팀원들과 다 같이 광장시장에 가서 씨앗과 화분도 사고, 텃밭에 보충할 흙도 구매! 텃밭 대 정비하는 날은 4월 1일 오후로 잡아놓았습니다(참고 : 분이네 아티스트웨이@종).

2014 작물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호박 – 2014 신상 씨앗
청경채 – 2014 신상 씨앗
상추 – 2014 신상 씨앗
오이 – 2013년 수확한 씨앗
부추 – 2013년 수확한 씨앗
래디쉬 – 쥬리‘s 개인 소장 씨앗
애플민트 – 2014 신상 모종
로즈마리 – 2014 신상 모종

분이네텃밭에 심은 다양한 종류의 씨앗

 

올해는 새로운 작물도 들여오고 여러모로 기대만빵! 애플민트는 요즘 대세 음료인 모히토 제조를 위해, 로즈마리는 바비큐할 때 곁들여 먹는 용도로 야심차게 준비한 2014 특별 기획 작물입니다. 드디어 약속했던 4월 1일! 모두들 편한 복장에 빨간 목장갑도 착용하고 분이네 텃밭에 모였습니다. 일손은 남는데 연장이 부족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내가 너 노는건 못보므로) 온사방에 텃밭 정비 계획을 알리고 호미, 모종삽 등 연장을 수급했습니다. 

분이네텃밭 작업하는 날. 자세히 보면 옆팀에서 온 용병도 둘 껴있음.

 

실은 텃밭을 정비하기 전부터 봄을 기다리고 있는 선배 초록이들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났던 부추가 다시 파랗게 올라와 여러해살이풀임을 과시했고(모간사님은 잡초인지 알고 뽑았…), 지난해 상추를 심었던 자리에 떨어진 씨앗 두개가 호된 겨울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심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자라있었습니다.

여긴 위탁운영하는 (모)금이네 텃밭. 겨울을 이기고 자생한 상추와 부추가 있다.

 

먼저 온갖 잡초들이 둥지를 틀어서 화석처럼 굳어진 흙을 조물락 조물락. 잡초를 뽑아내고 새로운 흙을 넣고, 옛날 흙과 섞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고된(?) 작업 후엔 간식의 레전드 떡볶이, 튀김, 순대 (+ 김밥, 김치전, 오뎅, 와인, 맥주, 음료수) 콜!

뭘 했다고… 상다리 부러지도록 벌어진 간식 테이블

 

그런데 텃밭 정비 후 야속하게 꽃샘추위가 들이닥쳤습니다. 우리 씨앗들 얼어 죽으면 어쩌나 노심초사…. 한 주가 지나자 다행히 래디쉬 밭에서 소식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오이, 부추, 단호박은 감감 무소식. 한 주 더 지나도 소식이 없자 마음 급한 농부들은 남은 씨앗들을 몽땅 털어 비닐봉지로 자체 제작한 비닐하우스에 집어넣었습니다. 2주가 지나자 밭에 심었던 청경채 새싹도, 근 한 달 만에 단호박도 새싹이 났습니다. 비닐하우스에 심었던 부추와 오이도 초록색 머리를 삐죽 들어 잘 키운 후 밭에 옮겨 심었습니다. 감개무량! 지난해 채종했던 씨앗들이 모두 잘 자랐습니다!!! (참고 : [분이네텃밭 2013결산] 바야흐로 결실의 계절이다)

애정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이는 새싹

먹고

래디쉬는 소문대로 성장 발육이 빨랐습니다. 5월 중순에 뽑아보니 빨간 무가 똭! 입에 넣어보니 알싸한 맛이 일반 무를 2배 농축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래디쉬는 생으로 먹기에는 맛이 진해서 자취생인 제가 개인적으로 수확해 곰취장아찌를 만들 때 곁다리로 넣었습니다.

제일 먼저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해준 신작물 래디쉬!

 

조금씩 푸르게 변한 분이네 텃밭에 위기가 한 번 닥쳤습니다. 바로 벌레들의 공습! 어느날 아침 청경채를 갉아먹는 꿈틀이 벌레들을 발견하고 기겁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는 모 간사님의 눈을 피해 한살O에서 나온 (친환경) 벌레 없애는 약도 뿌리고, 나무젓가락으로….(잔인해서 상세한 얘기는 생략)

청경채를 갉아먹는 벌레 커플 발견. 오늘은 니들 초상날이다.

 

오이는 심심할 때 간식으로, 상추는 점심시간에 도시락 반찬으로 좋습니다. 부추도 수확해 부추전을 두어 번 해 먹었습니다. 애플민트는 수확해서 모히토를 해먹기도 하고, 성장속도가 너무 빨라 가지치기를 해서 동네 커피가게에 모히토 재료로 쓰라고 갖다 주기도 했답니다(공짜 커피를 살짝 기대했지만 자유로운 두 팔로 돌아왔다는 건 함정).

상추와 부추 from 분이네

거두고

분이네 텃밭에 지력이 떨어졌나 봅니다. 2012년에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쭉쭉 잘 자랐는데 퇴비 한 번 안주고 흙만 추가해 3년째 갈아먹으려니 올해는 작물들의 성장이 예전 같지 않았어요. 올해 새로운 작물로 기대를 한껏 모았던 단호박은 딱 두 개가 열렸습니다. 크기가 크지 않기에 오랫동안 키웠다가 간식으로 쩌먹었는데, 풋맛이….. 오이는 채종을 하려고 노각으로 일부러 키웠는데 배를 갈라보니 씨앗은 없이 뭉글뭉글한 알맹이만 가득했습니다(나… 잠깐 눈물 좀 닦고 올께…).

신기한 맛! 풋맛나던 단호박 찜

 

상추씨 채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어느 날 아침, 누군가 잡초라고 생각했는지 금이네 텃밭 상추들이 뽑혀서 가지런히 놓인 충격적인 비주얼을 접했습니다. 아악! 이건 아니잖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지저분하다고 뽑아놓으셨나, 텃밭을 싫어하는 누군가의 소행인가 다양한 추측이 오고갔지만 범인은 아직 잡지 못했습니다. 아마 완전범죄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추, 청경채, 단호박 채종은 무사히 해서 잘 말린 후 종이에 곱게 싸놓았습니다. 올해 최대 목표가 ‘씨값은 건지자’였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습니다.

테러의 충격으로 무참히 쓰러진 상추대. 언젠간 범인을 꼭 잡고 말 것이다.

마무리

무에서 유를 창출하기란 언제나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올해는 사업이 바쁘고 하니 텃밭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동네 산책을 하다가 꽃씨가 까맣게 열린 것을 보고 몇 개 따왔습니다. 덕분에 내년부터는 분이네 화단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먹거리 채소 or 관상용 꽃, 여러분들은 어떤 것이 더 좋으신가요?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긴 분이네텃밭 봄 여름 가을, 이상과 같이 보고합니다.

부추는 여러해 자라고 씨앗도 잘맺는 효자 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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