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8년이라는 시간을 유지한다는 것
창업을 결심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결심을 지속하는 일은 전혀 다른 이야기 입니다. 임대료는 오르고, 상권은 바뀌고, 예상하지 못한 경쟁자가 골목 안으로 들어옵니다. 경기 흐름에 따라 손님의 발길이 끊기기도 하고, 몸이 먼저 한계를 알려오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한 가족의 일로 가게 문 앞에서 돌아서야 하는 날이 오기도 합니다.
통계로도 자영업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데요. 창업한 자영업자 10곳 중 6곳은 5년 안에 문을 닫습니다. 3년 생존율은 52.3%, 창업 1년 안에 폐업하는 경우도 전체의 22%에 달합니다.(국세청 국세통계포털, 2024) 2024년에는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국세청 국세통계, 2025) 이런 현실 속에서 한자리에서 8년을 버텨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보통 일이 아닙니다.
희망가게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다시 세우려는 한부모여성의 창업도전을 돕는 지원사업입니다. 무담보·무보증의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안정적인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국 5개 지역 협력기관과 함께 임대계약, 상권분석, 홍보 등 운영 전반을 함께 걷습니다. 창업주에게 주어진 상환 기간은 최대 8년으로 상환된 자금은 또 다른 창업주의 희망가게를 여는 데 쓰입니다.
지난 번에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을 흔들림 없이 채워 상환을 끝낸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그 여정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먼저 가게 문을 닫게 된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완주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약속한 상환을 이어가고 있는 세 분의 이야기입니다.

희망가게 471호점 광주 도배업 — 몸을 쓰며 버텨온 자리, 그래도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공사현장을 따라다니며 도배 기술을 익혀온 이정희(가명) 창업주는 2021년 12월 희망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기반을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업 직후부터 대출금리가 상승했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리모델링 수요 또한 줄어들면서 매출 기반이 흔들렸습니다.
외부 환경보다더 힘들었던 건 육체적인 고통이었습니다. 현장 작업 중 크고 작은 부상이 잇따랐고, 정상적인 작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회복할 틈도 없이 공사대금 사기 피해까지 더해지며 월세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2024년 11월 자진 영업종료를 결정했습니다.
매장을 정리한 뒤에도 이정희 창업주는 전국 공사현장을 돌며 도배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광주 협력기관 담당자의 꾸준한 연락과 기다림 끝에 영업종료 서류를 마무리했고, “형편이 되는 대로 성실히 상환하겠다”는 말을 남겨주셨습니다. 희망가게는 창업주가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일을 하시든 늘 다치지 않고 건강하시기를 묵묵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희망가게 451호점 광주 미용업 — 끝까지 가족 편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이미영(가명) 창업주는 2021년 7월 미용실 문을 열었습니다. 4년여의 시간 동안 꾸준히 매장을 운영하며 상환을 이어온 성실한 창업주였습니다.
그러나 운영을 이어가는 동안 가게 밖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겹쳐왔습니다. 부담이 쌓이며 개인회생 신청을 하고,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병원 치료를 받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감당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면서 몸과 마음 모두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희망가게 대출만큼은 끝까지 갚겠다는 뜻을 놓지 않았습니다.

영업종료를 결정하게 된 것은 가족의 돌봄 때문이었습니다. 치매를 앓게 된 가족을 곁에서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거주지를 옮기면서 더 이상 광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2026년 2월, 이미영 창업주는 희망가게 문을 닫았고 지금은 36개월 약정으로 남은 채무를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담당 매니저는 “가게를 닫은 것이 포기가 아니라,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희망가게 519호점 대구 서비스업 —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는 중
박지현(가명) 창업주는 2023년 8월 체형관리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초반에는 예약이 마감될 만큼 운영이 안정적이었고, 직접 교육생을 가르칠 만큼 전문성도 쌓아갔습니다.
그러나 2025년 경기침체가 깊어지며 매출이 급감했고, 교육비 미수금이 쌓이며 수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부모님의 병환으로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매장에 집중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2026년 초 임대인의 계약 해지 요청으로 영업종료를 결정했습니다.

박지현 창업주는 이미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구 협력기관 담당자는 “힘든 상황에서도 다음 걸음을 먼저 생각하는 분”이라며 영업종료 후 시니어 대상 원예치료 자격증을 취득해 보조강사로 활동할 계획을 전해 주었습니다.
문을 닫아도, 희망가게는 곁에 있습니다
가게 문을 닫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창업을 결심하던 날의 설렘, 매장을 꾸리며 보낸 수많은 밤들, 손님을 기다리며 느꼈던 긴장과 보람. 그 모든 시간을 뒤로하고 문을 닫는다는 것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마음의 무게가 남는 일입니다.
하지만 희망가게는 영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창업주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완주하지 못했다고 해서 관계가 끊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담당 매니저와 협력기관 담당자들은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며 안부를 묻고, 다음 삶을 응원합니다.
자영업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빠르게 변할 것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한부모여성 창업주들이 조금 더 단단하게 버틸 수 있도록,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희망가게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창업주들의 새로운 도전 역시 꾸준히 응원해주세요.
글 다자간협력팀 이형명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