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2018년 청자발은 8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올해는 누가, 어떤 자발적 활동이나 창의적 실험을 할까요?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만나볼까요? 지난 11월 첫째주 금요일, 살레시오미래교육원에서 <피노키오프로젝트>를 만났습니다.

사람을 위한 가구를 만듭니다

<피노키오프로젝트>는 살레시오미래교육원이 운영하는 학교밖배움터에 재학 중인 청소년 5명으로 구성된 동아리이다. 멤버들은 학교에서 일주일에 6시간씩 목공을 배우고 있다. 가구제작에 익숙해지고 실력이 붙었을 때, 선생님이 이런 재능을 지역사회와 나누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권유를 계기로 올해 봄부터 동아리를 만들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들에 직접 제작한 새 가구를 기부하거나 헌 가구를 수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저희는 전부터 목공을 하고 있었고, 그러다 저희가 만든 가구를 다른 사람에게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재희

“성은샘이 가구를 기부해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하셨는데, 좋은 아이디어 같아서 저희가 다 같이 동의했어요.” – 지은

멤버들은 주민센터의 협조를 얻어 소년소녀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세 가정과 인연을 맺었다. 1차 가정방문을 통해 해당 가정이 필요로 하는 가구의 종류, 디자인, 치수 등을 조사하고 가구를 제작한다. 필요에 따라 2차 가정방문을 실시하거나 완성된 가구를 기부한다. 지난달에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 4남매끼리 사는 소년소녀가정에 옷장을 기부했고, 현재 다문화가정에 기부할 수납형 침대를 만들고 있다.

가구를 만드는 틈틈이 가구수리도 한다. 동네공부방의 오래된 책상들에 목재를 덧대고 스테인을 칠해 새것처럼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한, 멤버들은 <피노키오프로젝트>의 활동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들의 당찬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 예정이다.

가구를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직접 만든 가구를 기부하는 ‘피노키오프로젝트’

가구를 만드는 틈틈이 동네공부방의 오래된 책상을 수리하기도 한다.

오래된 책상의 연결부위에 목재를 덧대고 구석구석 스테인을 칠해 새것처럼 만든다.

노동의 대가를 이웃들과 나눈다는 것

멤버들은 올해 <피노키오프로젝트>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침대나 옷장 등 큰 가구를 만들게 되었다. 크고 무거운 나무를 다루기 쉽지 않고 수납형 침대의 경우에는 제작 과정도 복잡하지만, 선생님의 도움을 받거나 멤버들끼리 서로 도우며 일한다. 큰 가구를 만들며 협동한 경험은 멤버들에게 책임감과 소통 능력을 길러주었다.

사실 멤버들이 처음부터 목공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수업으로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관심과 흥미가 생겼다. 목공의 매력은 시간과 노력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주는 정직한 노동이라는 점이다. 몸을 움직인 만큼, 마음을 쏟은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예를 들면 나사를 박고난 구멍부분을 목심으로 메우는 작은 과정을 생략하면 가구는 오래지않아 뒤틀리게 된다. 멤버들이 시간에 쫓기면서도 기부할 가구를 정석대로 만드는 이유이다.

“목공작업을 하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고,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얼마나 멘탈이 깨지는데요.” – 민선

멤버들은 노동의 대가를 이웃들과 함께 나눌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자신이 누군가를 돕거나 나눌 수 있는 것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가구를 완성하고 그걸 필요로 하는 가정에 주었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가구를 기부받은 분들이 계속 웃고 좋아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고맙다고도 하셨구요.” – 재희

“저희가 직접 만든 옷장을 기부했을 때 되게 뿌듯했어요. 가구를 만들 때 다 같이 웃으면서 일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 지은

이런 성취감과 보람 때문일까? 동아리에서 가구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재희는 가구디자이너라는 자신의 꿈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꿈(가구디자이너)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어요. 목공하다가 실수하면 자존감이 조금 낮아져요. 그러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재희

완성된 침대 본체와 헤드. 디자인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다.

공구를 다룰 때에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

<피노키오프로젝트> 멤버들은 학교밖청소년이다. 홈스쿨링, 건강문제, 왜 하루 종일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몰라서 등 저마다의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학교밖배움터에서 공부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 해 5-6만 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리 사회는 제도권 교육을 떠났다는 이유로 학교밖청소년을 비행청소년이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멤버들도 주변의 냉담한 시선에 상처를 받았다.

“사람들은 ‘학교밖청소년’이라고 하면 불량하거나 다른 애들이랑 못 어울리는 걸로 봐요.” – 민선

“저는 이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너는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살았기에 학교도 그만두고 그러고 있냐.” – 지은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학교밖청소년에게 월 20만원씩 학습비를 지원한다는 기사가 떴어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기사의 댓글들을 봤는데, 대부분 (학교밖청소년의) 담뱃값이나 술값 대주는 거다, 이런 식으로 안 좋게 보더라구요. 학교밖청소년이 전부 그런 건 아닌데, 각자 자기의 생각이 있거든요.” – 태인

멤버들은 <피노키오프로젝트>의 활동을 통해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고 싶다. 학교밖청소년은 제도권 교육에서 탈락한 문제아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희의 활동이 학교밖청소년들이 뭉쳐서 뭔가 하는 거잖아요.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 태인

우리의 활동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고 싶어요!

가구를 만들 때에도, 영상을 찍을 때에도 진지한 태인

애정어린 시선을 담아

<피노키오프로젝트>와 함께한 지난 6개월, 멤버들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주민센터에도 가보고, 이웃들의 가정도 방문해보고, 학교밖청소년들의 공익활동에 관심을 가진 언론사와 인터뷰도 했다. 동아리의 활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멤버들은 활동이 다 끝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좀 어떤가. 작은변화는 멤버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지은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아버지에게 칭찬 받았을 때를 꼽았다.

“제가 학교랑 알바를 병행하는 걸 너무 힘들어했는데, 아빠가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잘 살아주어서 기특하고 고맙다고 했어요. 그 말이 참 좋았어요.” – 지은

우리 사회가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이들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학교밖청소년의 ‘조금’ 다른 삶의 방식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끝으로 빼놓을 수 없는 청자발 인터뷰의 공식 질문. 나에게 청자발은 OO이다.

“청자발은 좋은 것이다. 그냥 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 태인

“청자발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유는 아까 말한대로 목공을 하면 결과물이 나오니까 내가 뭔가 하고 있구나 느껴져요.” – 민선

“나에게 청자발은 꿈을 알려주었다.” – 재희

민선과 재희가 장난을 쳐도 진지한 태인

학교밖청소년들의 당찬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글 |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2018년 청자발 친구들의 이야기 모여라

OT이야기 – 뻘쭘하거나 두근두근 떨리거나
청소년은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 – 인블룸
동네에서 세계시민을 꿈꾸다 – 우마미틴
행복을 그리는 캠페이너 – 행복드로잉
모두에게 문화를 즐길 권리를! – MOV
책놀이로 제주문화와 역사를 배운다 – 여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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