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은 청소년이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꿈꾸며,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해 청소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2018년 청자발은 8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올해는 누가, 어떤 자발적 활동이나 창의적 실험을 할까요?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만나볼까요? 지난 10월 셋째주 토요일, 쪼물왕국지역아동센터에서 <MOV>를 만났습니다.

누구나 감독이 되는 영상제작교실

<MOV>는 서울영상고등학교(이하 영상고) 재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이다. 문화를 즐길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문화체험과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활동한다. 멤버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상제작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6년 4명의 친구로 시작한 <MOV>는 2년 만에 30여명 규모의 동아리로 성장했다.

“영상제작이라는 우리의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데, 우리가 도와주면 같이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 경민

올해는 매주 토요일 관악지역아동센터와 쪼물왕국지역아동센터에서 영상제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 30명과 함께 단편영화, 뮤직비디오, 패러디광고를 만드는 중이다. 멤버들은 아이들이 감독, 배우, 또는 시나리오작가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단편영화 촬영현장을 살짝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진지했다. 촬영감독이 “카메라 롤!”을 외치자 칭얼거리던 꼬마 배우도 표정을 바꾸었다. <MOV> 멤버들도, 아이들도 각자의 역할에 몰입했다.

아이들이 만든 영상물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영상제도 기획하고 있다. 상영이 끝난 후 어린이 감독과 배우를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한다. 출품작들은 배리어프리, 영어·베트남어번역 등 후반작업을 거쳐 장애와 다문화 청소년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MOV>의 설립 취지에 따르면, 누구나 문화를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센터의 아이들이 감독, 배우, 작가가 되어 단편영화를 만든다.

카메라 롤! 프로답게 한 장면, 한 장면 정성들여 찍는다.

친밀함과 애정을 담아

<MOV>의 활동의 원동력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의 관계이다. 멤버들은 영화제작교실을 통해 매주 아이들을 만나고, 작고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친해졌다. 멤버들은 아이들이 건네는 말 한마디에 친밀함과 애정이 가득 담겨있음을 느끼고,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한다.

“저는 아이들이 촬영 끝나고 많이 힘들어할 줄 알았어요. 힘드냐고 물어봤더니 재밌어요, 괜찮아요, 이렇게 말해줘서 되게 행복했어요.” – 인탁

“처음에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민지샘, 민지샘 하면서 잘 따라와요. 그리고 완성된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그런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 민지

물론 초등학생 열댓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고, 토라지고, 다시 장난친다. 장난은 종종 싸움이 된다. 멤버들은 예상과 달리 능숙하게 아이들을 달래거나 화해시켰다. 아이들을 대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저는 오빠만 있고 동생이 없어요. 항상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이 활동을 좋아해요. 집에서는 제가 동생이니까 아이들을 대할 때 동생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 경민

“아이가 잘못하면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혼내지 않고, 따로 데리고 나와서 대화해요. 그게 아이들의 자존감 형성에 더 좋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를 놀리거든요. 쟤 또 혼났다고.” – 경민

센터의 아이들은 <MOV>와의 유대관계를 토대로 조금씩 변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부끄럽고 자신감이 부족하여 의사표현을 주저했던 아이들은 <MOV> 멤버들의 응원과 활동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붙었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게 되었다.

“평소 말수가 없어서 소극적으로 보였던 아이가 촬영을 시작하니 제가 해볼래요, 이렇게 해보고 싶어요, 말이 많아졌어요. 우리의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변했구나 느꼈어요.” – 경민

“아이들은 배우를 한 번씩 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말하거든요.” – 민지

협업의 강자 MOV, A팀이 야외에서 촬영하는 동안 B팀은 다음 촬영을 준비한다.

촬영콘티도 쓱쓱 그린다.

작지만 확실한 변화

활동을 통해 변한 건 센터의 아이들뿐만 아니다. 멤버들은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관찰하고 새삼 놀란다. 인탁과 민지는 영화제작교실을 위해 토요일마다 달콤한 늦잠을 포기했지만, 자신의 일상을 이전보다 계획적으로 꾸리고 있다. 태호는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고 확고한 의지를 다졌다. 무엇보다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아이들이나 멤버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기분을 살피게 되니까 눈치가 빨라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자신감이 없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고 ‘선생님, 진짜 최고예요!’ 이런 이야기 들으니 내가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 민지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MOV>에서 활동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차차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의 내면을 다루는 방법도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은 아무 이유 없이 삐치는 것 같아도 사정을 들어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그걸 보고 나도 내 의견이나 감정을 잘 표현해야겠다고 느꼈어요.” – 인탁

“저는 학교 다니면서 중심이 되어 활동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MOV>에서 2학년 부장을 맡고 있어요.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진짜 힘들었는데 활동하면서 많은 경험이 쌓였어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가르쳐야 하는지, 멤버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업무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야도 넓어지고, 멘탈도 단단해진 것 같아요.” – 태호

사실 영상고 1학년에 재학 중인 민지의 사연은 조금 특별하다. 민지는 작년에 <MOV>가 개최한 청소년 영화캠프의 참가자이다. 너무 재미있었던 영화캠프를 계기로 계획을 바꿔 영상고에 진학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지금 민지는 누구보다 성실한 멤버가 되었다. <MOV>의 활동은 아동·청소년들에게 문화향유와 창작의 기회뿐만 아니라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년 영화캠프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영화 만드는 건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캠프에서 다양한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선배들이 학교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려 줘서 영상고에 오게 되었어요.” – 민지

작년 MOV의 영화캠프 참가를 계기로 영상고에 진학한 민지

아이들은 이렇게 촬영에 집중하다가도…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원래의 장난꾸러기로 돌아간다.

나에게 청자발은 OO이다

<MOV>의 대표 경민은 요즘 고민이 많다. <MOV>의 활동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활동의 주요 무대인 지역아동센터를 연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더 많은 아이를 만나고 싶지만, 지역아동센터에 문의하면 학생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겠냐고 한다. 청소년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청소년을 믿고 지지하는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청자발은 이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주었을까? 청자발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나에게 청자발은 마그네슘이다. 보건샘이 마그네슘을 먹으면 잠이 안 온다고 말씀해주셨어요. 토요일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지역아동센터에 오는데, 아이들이랑 활동하다보면 졸음이 싹 달아나고 활발해진 제 모습을 발견해요.” – 인탁

“청자발은 진로체험이다. MOV 활동은 저의 진로에도 도움을 주기도 하고, 센터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활동이에요. 저는 제 진로에 대해 확고한 의지가 생겼고, 아이들은 키자니아(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처럼 영상을 만드는 전 과정을 체험하며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어요.” – 태호

“청자발은 표지판이다. 처음에는 센터 아이들 30명을 데리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는데 청자발을 만나서 차근차근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청자발은 우리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표지판이다.” – 경민

“나에게 청자발은 영화다. 보통 영화의 마지막이 되면 주인공들이 실연이나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성장하잖아요. 저도 여기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중이니까요.” – 민지

모두에게 문화를 즐길 권리를! 우리는 MOV입니다.

 

글 | 아름다운재단 허그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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