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청소년공익활동지원사업 ‘유스펀치’>는 청소년의 시민성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공익활동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합니다. 2019년 유스펀치는 11개 청소년 모둠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이중에서 건강한 학교 및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행복드로잉>을 만났습니다. 9월의 마지막주, 경기도 군포주몽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행복드로잉>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정현종 시인은 모든 ‘인사’는 시(詩)라고 말했다. 인사 없이는 마음도, 뜻도, 정다움도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군포시에는 인사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우치고 용기 있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는 8명의 청소년이 있다. 마을의 행복을 그린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행복드로잉>이다. 이들은 마을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먼저 건네고, “고마워요”라고 말하자는 캠페인도 벌인다. 벌써 2년 차 전문 캠페이너가 된 <행복드로잉>을 만났다.
<친구야, 고마워!> 캠페인
지난 여름, <행복드로잉> 멤버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산본중학교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일명 “친구야, 고마워!” 캠페인. 산본중 학생들이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우정을 돈독히 쌓길 바라며 준비한 캠페인이다. 시작부터 고민이 많았다. 캠페인이 낯설 또래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부터 걱정이었다. 딱딱한 구호보다는 일상에 녹아내릴 수 있는 우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우정 팔찌 만들기와 친구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였다. 조예원 씨(15)는 캠페인의 기획 의도를 당차게 말했다.
“팔찌는 계속 차고 다니는 거잖아요. 친구 이름을 새긴 팔찌를 볼 때마다 우정을 떠올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사실 저희도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나이 먹을수록 그런 표현을 잘 안 하잖아요. 이런 때가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반응은 뜨거웠다. 직접 우정 팔찌를 만들기 위해 친구들이 줄을 섰고, 옆에서는 서로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조예원 씨(15)는 삼행시 짓기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친구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인상 깊었던 한 삼행시를 읽어주며 말했다.
“‘하염없이 나를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마워. 영원히 우리 우정 지속하자’라는 삼행시가 기억에 남아요. 그냥 참여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 생각하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웠어요. 사실 학교 끝나면 학원에 가야 하니까 참여를 많이 못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많이 참여해줬어요.”
이런 참여를 끌어낸 건 <행복드로잉>팀의 열성적인 홍보 덕분이다. ‘드로잉’ 팀답게 이들은 캠페인 때마다 그림을 그려 포스터나 스티커들을 만들었다. 만든 홍보물을 곳곳에 직접 붙이기도 했다. 특별히 이번 캠페인 전에는 멤버들끼리 고마웠던 것을 이야기 하는 시간도 가졌다. 덕분에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이럴 때마다 각자가 캠페인의 기획자이지만, 사실은 최대 수혜자일 수밖에 없다는 걸 느낀다.
지역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행복드로잉>
“인사하기”, “미안하다고 말하기”, “고맙다고 말하기” 등 <행복드로잉>팀은 거창한 대의보다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제안하는 캠페인을 꾸려 왔다. 주제는 모두 멤버들이 일상에서 느낀 고민과 불편에서 찾았다. 올해 새롭게 도전한 “환경 보호 캠페인”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류현서 씨(15)는 집과 학교를 오갈 때마다 버려진 쓰레기를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길거리나 화단을 보면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어요. 거길 지나갈 때마다 인상이 찌푸려져서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행복드로잉> 멤버들은 쓰레기가 쌓여 있는 길을 지나갈 때마다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이미 캠페인을 경험해봤기에 불만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목소리를 냈다. 길거리에 나가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분리수거 방법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고통받는 바다 생물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하기도 했다. 캠페인에 늘 함께해온 조보람 복지사(군포시주몽종합사회복지관)는 이들의 활동 덕분에 복지관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행복드로잉> 청소년들이 환경 캠페인을 열심히 하니까 복지관에도 변화가 있었어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할 때 비닐을 썼었는데 이번 기회에 장바구니로 바꿨어요. 청소년들이 던져주는 이야기를 통해 지역 사회가 조금씩 바뀌는 걸 느껴요.”
유스펀치는 재능을 비춰주는 ‘돋보기’
변화는 멤버들에게도 있었다. 김서연 씨(15)는 캠페인 이후 경비 아저씨에게 먼저 인사하기 시작했다. 캠페인의 내용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조예원 씨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거는 일이 두려웠는데, 이제는 당당하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다. 학교에서 발표하는 일이 생겨도 예전만큼 떨리지 않는다. 자신감이 붙은 건 이예나 씨(15)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앞길이 막막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제가 모르는 사람한테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누가 시키는 일만 해봤는데 저 스스로 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뿌듯해요. 캠페인 했던 사진을 보여드리니 아빠도 제가 자랑스럽대요.”
조예원 씨는 이런 유스펀치의 매력을 ‘돋보기’라고 말한다. 각자의 장점을 확대해 보여주고, 빛을 모아 더 밝게 해주기 때문이다. <행복드로잉>은 유스펀치라는 돋보기를 통해 발견한 재능으로 앞으로도 캠페인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가족에서 이웃으로, 이웃에서 학교와 지역 사회로 점차 확장해가는 이들의 다음 캠페인은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든 지역 사회에 빛을 모아주는 ‘돋보기’가 되어주리라는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글 | 우민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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