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대학교병원이 이른둥이의 치료를 거부한 부모를 상대로 “진료행위를 방해하지 말라”라고 서울중앙법원에 진료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임신 25주 만에 출생, 일반적인 신생아 몸무게의 1/4밖에 안 되는 이른둥이로, 출생 직후 검사 결과 뇌경색 및 심장질환, 장 천공 증상이 있었다. 치료를 위해 수술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부모는 “장애아로 살아가게 하느니 그대로 숨지게 하는게 낫다”며 아이의 수술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출산으로 이른둥이를 출생한 가정은 극심한 혼란과 불안감을 겪게 되며, 경제적 부담까지 안게 된다. 치료를 해도 생존할 가망성이 떨어지거나, 중증 장애아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른둥이의 치료 포기에 대해서 한 부모의 매정한 행동으로 지나쳐서는 안된다. 임신의 고령화로 인해 이른둥이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을 한 가정이 부담해야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미래세대의 현안이다.

ⓒ 아름다운재단, 김흥구

‘미숙아’ 대신 ‘이른둥이’라고 불려주세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재태 기간 37주 미만 또는 최종 월경일로부터 259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preterm infant) 또는 조산아라고 한다. 재태 기간과 상관없이 출생 체중을 기준으로 2,5kg 미만을 저체중 출생아(LWB, low birth weight), 1,5kg 미만을 극소 저체중 출생아(VLBW, very low birth weight), 그리고 1kg 미만을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ELBW, extremely low birth weight)라고 분류한다.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서는 이 두 부류를 포함하여 출생 체중이 2,5kg 미만 또는 재태 기간 37주 미만으로 출생한 미숙아를 지원하며, 이들을 세상에 호기심이 많아 일찍 태어난 아기라는 뜻으로 ‘이른둥이’라는 순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이른둥이들

이른둥이의 출생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이 8월에 발표한 ‘2010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이른둥이의 출생은 지난해 2만7304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8%를 차지해 전년보다 0.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다태아 가운데 절반 이상(53.7%)은 이른둥이로 집계돼 전년보다 1.2%, 2000년에 비해서는 15.4% 증가했다. 대한신생아학회 조사통계위원회에서 2001년 1년 동안 전국 75개 병의원 108,485명의 출생아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37주 미만 이른둥이는 8.4%를 차지한다고 하니 추정컨대 이른둥이의 출생율은 통계청의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높은 수치일 것이다.

ⓒ 아름다운재단, 김흥구

 
그러나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마다 이른둥이 출생율은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미치지 못하는 예산책정으로 인해 많은 이른둥이 부모들이 의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이른둥이나 초극소 저체중아 이른둥이의 치료비는 고액이라 보건소의 지원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올해 지자체마다 이미 예산이 고갈하여 추경예산이 받더라도 대기자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며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에 지원신청을 의뢰하는 ○○보건소 담당자가 전화가 올 정도다.
고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는 치료비에 대한 의료보험수가를 높이고, 현실성 있고 규모에 맞는 예산을 책정하여 이른둥이 부모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의료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또한 현재 전국 신생아집중치료 병상은 1344병상으로, 병원 운영 적자의 이유로 해마다 병상의 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이른둥이 출생률 증가추세를 고려할 때 현저히 부족하다. 이에 대해 부족한 신생아집중치료 병상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생아 중환자실 추가 설치 및 지원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른둥이 출산이후 부모의 정서적 안정과 치료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병원이나 지역사회에서 위기개입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유일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른둥이를 출산했다라는 죄책감과 불안감을 벗어버리고, 치료 포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이른둥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위기개입 프로그램의 확산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저출산 정책을 살펴보면 보육의 문제에 치중되어 있으며, 이른둥이 지원책은 미약하다. 저출산에 대한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처럼 이른둥이의 출산을 개인 가정의 문제와 책임에서 사회적 이슈로 끌어내어 함께 풀어가야 해결할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이른둥이 한명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 정부와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2.5kg미만 저체중아의 생존율은 95%, 극소저체중아(1.5kg이하)의 생존율은 85%이상으로 대개 후유증도 거의 없이 퇴원할 정도로 세계에서도 높은 의료수준이다. 의학발달과 더불어 우리가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의 수준도 높여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작은 숨결속에서 힘겹게 사투하고 있는 이른둥이와 그 옆에서 마음을 졸이며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부모님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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