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기쁨의 의미를 더하고 싶어서 ‘다시, 노란봉투’

공익마케팅팀 이윤희 매니저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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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떠올려보는 일의 소중함

매년 4월이 되면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가 떠오릅니다. 갑자기 직장인이란 타이틀을 받은 것도 어색해죽을 것 같았는데요. 신입의 열정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 부담감을 느꼈고, 점심식사 시간에는 재빠르게 냅킨을 놓고 수저를 세팅하다가,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거지 알쏭달쏭한 상태로 껄쩍지근한 퇴근을 했습니다.

상사의 타박에, 스스로 믿지 못하는 자신에 많이 움츠려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쁜 일도 많이 생겼습니다. 지원사업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청년단체들을 볼 때, 제가 기획한 행사에서 사람들이 즐거워 할 때, 퇴근 후 동료들과 맘 터놓고 잔을 기울일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처음으로 생긴 명함을 내밀 때. 일을 하는 것은 저를 괴롭게 했지만, 저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 준 것도 분명합니다.

첫 명함을 받아주고 있는 반려견 강해의 모습

지금 떠올려보면 그 때가 일의 소중함을 배웠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힘들었지만 기쁜 일들이 더해지면서 저와 일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거든요. 스스로 번 돈으로 생활해나가는 제가 좋았고, 무엇을 더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지 알아가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그 때와 일터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게 하는 일을 하면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중한 일을 잃게 된다면

만약 이렇게 소중한 나의 일을 잃고, 그로 인해 가족의 생활까지 위태로워진다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2013년 11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게 일어난 일이 그랬습니다. 재판부는 파업으로 인한 사용자측의 손해를 인정하고 무려 47억 원을 노동자측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47억 원이라니, 감도 잡히지 않는 금액인 듯합니다. 이 액수에 대해서는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한 한 기부자님도 비슷한 소감을 남겨주셨습니다.

47억의 손해배상이라니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을 쳐다보지도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듭니다. 월급날을 기다리며 이번달엔 치킨을 사먹을까 삼겹살을 사다 구워먹을까 고민하는 저 같은 소심한 일반인에게는 감히 상상도 못할 엄청난 액수이니까요.

많은 시민들이 ‘너무한 거 아냐?’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한 통의 편지 덕분이었습니다. 한 시민이 우연히 알게 된 47억 원의 손해배상소송 기사에 답답한 마음을 표해보고자 주간지로 한 통의 편지를 보낸 건데요. 편지 안에는 47억 원의 1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4만 7천 원과 ’10만 명이 힘을 보태면 47억 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이 함께 담겨있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한 시민으로부터 시작된 움직임을 이어받아 변화의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노란봉투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을 차곡차곡 모았고, 112일 만에 14억 6천여만 원의 기부금을 모금했습니다. 소중한 기부금으로는 해고노동자의 긴급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할 수 있었죠.

괴로운 일에 함께 맞서는 일

노란봉투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기부금을 통해 노동자들의 긴급한 생계와 의료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여전히 우리에게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은 <다시, 노란봉투>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정책들이 개선되고 5월 1일이 법정공휴일 노동절로 바뀌는 등 많은 변화는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보호 받지 못하는 일과 노동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같은 일을 해도 어떤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다치는 일을 넘어 사망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데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지 않기도 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노동사각지대발굴 캠페인 <다시, 노란봉투> 웹페이지 메인 화면

생각해볼수록 참 이상한 일입니다. 노동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어질텐데 노동을 해서 괴로워지고, 다치기도 하고, 사망하는 일까지 생기다니요. 10여 년전에 그러했듯이 여전히 ‘이게 맞아?’라는 물음을 가지고 있을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다시, 노란봉투> 캠페인을 통해 일의 슬픔을 겪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마음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당신들의 이야기에 우리가 귀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노란봉투를 통해 전했던 것처럼,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우리는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슬픔만 남은 노동에 기쁨의 의미를 더하고 싶습니다.

일하는 나와 내 이웃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다시, 노란봉투

하나의 봉투에서 시작되어 세상의 변화로 연결된 기적같은 일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덧붙여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우리에게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노란봉투 이후 노동자의 곁에 함께 하며 사각지대를 밝혀내고 지원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노동의 사각지대를 밝혀내겠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나와 내 이웃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는 사회, 최선을 다하면 그에 합당한 보답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당신의 노란봉투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만듭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다시, 노란봉투> 캠페인에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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