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기획연재 <청소년이 만드는 작은변화, Z세대의 공익활동>을 준비하며 만난 청소년 활동가 10팀의 인터뷰를 원문 그대로 전합니다. 기후위기, 청소년인권, 페미니즘, 소수자 그룹과의 연대 등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들이 절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무엇인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점점 심화되는 체벌과 규제, 무기력함에 시달리다가
학생회 활동에서 청소년인권 운동까지, 변화의 주체가 되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이은선 활동가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하 지음) 상임활동가 은선이에요! 2016년 고등학교를 학교 내에서 학칙을 바꾸기 위한 활동과 울산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을 하다가 2017년 청소년인권운동을 만나게 되었어요. 청소년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잔뜩 버티기만 하는 삶이 아닌, 부당한 순간에 목소리 내고 그것이 실질적인 변화로 가닿기를 바라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어요.
2. 활동을 시작하거나 해당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어릴 때부터 말대꾸한다고 자주 혼나는 어린이였어요. (웃음) 어른들은 ‘너는 알 필요 없다’며 제 말에 응답해 주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성추행하는 남성 교사를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맞선 경험이 있어요. 그때 주변 교사들에게 이야기하고 문제 제기를 했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었어요. 이후 중학교 갔을 때도 체벌과 규제는 오히려 심화되었어요. 이러한 일상은 체화된 무기력함으로 이어졌어요, 이렇게 계속 학교를 다니는 게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는 학생 자치가 잘 된다고 소문난 학교를 갔지만, 다 형식적이고 거기서 거기더라고요, 학교를 계속 다니는 선택을 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17년 3년 동안 학생회 활동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학칙을 바꾸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3. 활동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가장 중심적으로 해온 활동은 학생 인권, 청소년 참정권 활동이에요. 이 활동들이 단지 두발과 복장이 자유로운 것, 하루 투표하는 것을 넘어 청소년의 사회적 지위를 바꾸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나이가 어리다고 부정되어온 두발복장 자유, 선거권을 요구하는 것은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그 정도는 뭐해줄 수 있지’가 아닌, 나이를 기반으로 한 여러 차별에 맞서겠다는 의미예요. 한국 사회는 청소년의 삶에서 입시 이외의 것들은 쓸모없이 여기고, 청소년의 일상적 외침과 정치는 나중의 것으로 취급하며 청소년의 자리를 지워요. 우리는 그 속에서 청소년의 정당한 몫과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청소년 인권 이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며, 청소년을 동등한 인간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는 문화를 자리 잡게 하려 해요.
4.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했습니까?
올해 11월 첫째 주부터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는 일상 언어 속 나이 차별 문제 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이에요. “어린이에게 경어를 써 달라”는 요구는 1922년 제1회 어린이날부터 시작된 참 오래된 이야기인데요. 100년이 지난 요구이지만 지금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청소년에 대한 하대, 청소년 혐오적 표현, 청소년을 경시하는 호칭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나이 차별 언어 문화를 비판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12월부터는 ‘어린 사람에 대한 예의’를 담은 포스터를 신청한 분들과 학교 및 청소년 관련 기관에 배포할 계획이에요. 이 캠페인은 2021년 12월까지 이어지며, 설날과 어린이날 맞이 현수막 게시, 나이 차별 지적 칼럼, 카드뉴스 생산, 시민 참여 서명·약속, 교육감 동참 약속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어리다는 이유로 겪게 되는 차별, 이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5. 활동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제 주변에 ‘청소년은 인권이 없고 성인이 되어야 생긴다’고 말하는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제가 학생인권조례를 요구하는 것도 반대했어요. 그 친구와 일상적으로 계속 대화를 하며 1년 정도의 설득의 시간을 거쳐, ‘청소년도 인권이 있다’고 친구가 말해줬어요.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부정하고 사회에 순응하기 쉬운 현실에서 친구의 생각이 바뀌는 과정과 대화가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지칠 때,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들을 자주 떠올려요. 청소년 인권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언어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늘 기억에 남고 힘이 되어요.
6. 활동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청소년인권운동의 큰 성과는 전국 5개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선거권 연령 하향(18세 선거권)이에요. 청소년 활동가들과 함께 활동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청소년 인권의 담론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과거보다 우리의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청소년 인권 관련 법과 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몇년 전보다 길거리에서 서명을 받을 때 청소년 인권 이슈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느끼고, 조금 더 안전하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7. 활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부당한 순간에 함께 맞선 청소년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금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중 한 명이고요. (웃음) 현재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청소년 인권의 말들을 기억하고, 떠올리고, 궁금해하며 자신의 공간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요. 늘 서로의 곁에서 청소년 인권 보장을 위해 잘 싸워나갔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요!
8. 활동의 진행과정 중에 걸림돌이 있었습니까?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인 것 같아요. 청소년이 사회의 살아가는 데 어른들의 보호와 돌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보호는 안전한 삶을 위한 보호가 아닌 통제와 억압을 위한 보호 같아요. 청소년을 무작정 보호하는 태도 때문에 청소년이 스스로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경험이 부재한 건데, 이를 보고 다시 어른들은 청소년이 미성숙하다고 평가해요.
9.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청소년을 보호하는 태도에 숨겨진 청소년 인권 침해를 많이 찾아내고 있어요. <지음>은 프레시안을 통해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고 있어요. 또한 이러한 인식이 사회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캠페인, 집회,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청소년 인권의 주장과 언어를 알리고, 다양한 현장과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10.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가 몇 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속했던 3개 정도의 단체가 해산을 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활동과 멀어지는 사람들도 있었고, 단체의 재정이나 체계가 불안정한 탓에 생계 등 진로 문제를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현재 속한 <지음>이 쭉 이어지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에요. 2년 이상 출범 준비를 했고, 2020년 9월에 출범을 했어요. 단체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그 활동을 통해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하고 싶어요. 청소년 인권 활동으로 밥 먹고살고 싶어서요. (웃음) 개인적으로는 활동을 하며 흥미를 느낀 홍보물 디자인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고, 얼른 단체 회원들과 재미있는 회원 모임을 꾸려나가고 싶어요!!
11. 공익활동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지금까지 답습해온 것들을 스스로 벗어나는 경험인 동시에, 늘 여러 고민을 안겨주는 일 같아요. 그 고민이 조금씩 해결되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마음이 단단해고요. 지금의 고민이 끝나면 또 새로운 고민이 절 찾아오겠죠? (웃음) 저에게 활동은 고민투성이에서 계속 흔들리면 나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어떤 새로운 고민이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해요!
12.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참여방법이 있나요?
바로 제곁에서 활동을 하는 방법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채움활동가를 신청해주는 방법이 있어요! (웃음) 신청은 단체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어요. 또는 청소년 인권 활동을 하는 단체에 후원을 할 수도 있고, 단체 소식을 받아보면 주변에 알릴 수도 있고, 단체 SNS를 팔로우하며 온라인 캠페인을 함께 할 수도 있고, 관련 집회에 나갈 수도 있고, 청소년 인권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사실 방법은 많아요. 뭐부터 할지 모르겠는 분은 <지음> 페이스북 메신저 주시면 친절하게 답장해드릴게요!
글, 사진 | 이은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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