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기획연재 <청소년이 만드는 작은변화, Z세대의 공익활동>을 준비하며 만난 청소년 활동가 10팀의 인터뷰를 원문 그대로 전합니다. 기후위기, 청소년인권, 페미니즘, 소수자 그룹과의 연대 등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들이 절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무엇인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고교 내 차별금지법 제정 캠페인 벌여
캠페인 중단 요구에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 고수
조민준 활동가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조민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작년부터 교내에서 인권동아리를 개설하여 부원들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2. 활동을 시작하거나 해당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는 원래부터 인권 관련 의제들, 특히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보고 들으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다가 교내에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바탕으로 저와 같은 뜻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인권동아리를 만들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3. 활동을 통해 달성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일차적으로는 제 주변에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작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있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사회가 단번에 오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활동하다보면 이런 사회에 점점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요?
4.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했습니까?
저희는 작년에 성소수자 인권, 학생 인권, 성평등을 주제로 활동했는데요. 동아리 내에서 인권을 논의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행동에 나서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차별금지법 제정 캠페인을 직접 계획하고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교내에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알린 뒤 법 제정을 지지하는 서명을 받아 관련 시민단체에 전달하는 캠페인이었습니다.
5. 활동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캠페인을 하던 날들이 정말 추웠는데, 그 추위 속에서도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주고 서명까지 해준 학생들의 지지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이라는게 어떤 건지 모르는 학생들도 정말 많았는데, 저희의 캠페인을 통해 학생들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고 정말 뿌듯했습니다.
6. 활동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사실 이후에 말씀드릴 문제 때문에 원래 목표였던 ‘서명을 시민단체에 전달하는 것’은 아쉽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에게 차별금지법을 알리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활동의 가장 큰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7. 활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희가 굉장히 소규모의 동아리(부원 5명)이다 보니 준비부터 시행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부원들이 차별금지법에 대해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지고 있었고, 캠페인을 하는 것에 대해서 열정적인 태도로 임해주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캠페인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8. 활동의 진행과정 중에 걸림돌이 있었습니까?
저희가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캠페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저희 캠페인을 중단해달라는 요구를 해서 실제로 며칠간 캠페인이 중단되기도 했고요. 맞불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서명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갈등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저희가 하고있는 차별금지법 캠페인에서 그 학생들이 문제제기 하는 부분인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부분을 빼고 진행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부원들에게 이 제안에 대해 얘기하니 터무니 없는 얘기다, 차별금지법의 의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라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게 차별금지법이 차별을 하지 말자고 하는 법인데 거기에서 특정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몇몇 소수자들만 쏙쏙 빼는 것이 차별 아닌가요? 이것은 단순히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일이었고, 저희는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그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다행히 학교에서도 그 요구를 고집하지 않고 그러면 교내에서만 서명을 받고 끝내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하여 캠페인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9.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저희의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원들 사이에서 차별금지법의 근본적 의의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이런 공감대를 기반으로 학교와의 갈등이라는 부담스러운 사안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논쟁을 피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차례의 동아리 활동으로 저희는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왜곡과 오해에 대해서 반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근거들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논리적인 근거들을 기반으로 캠페인에 문제제기하는 학생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논쟁하여 다른 친구들의 지지까지 불러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는 대학에 진학하는게 당장의 계획입니다. 대학에 가서 인권이나 차별 문제에 대해서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어요. 물론 대학에 진학해서도 여러 가지 그룹 활동들을 통해 인권 관련 활동을 지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교내에서 머무르는게 아니라, 좀 더 스케일이 큰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11. 공익활동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작은 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을 하다보면 “이런다고 세상이 변할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이런 작은 활동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활동에 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12.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참여방법은 있나요?
사실 교내 동아리이기도 하고 얼마 뒤면 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이후에도 다양한 인권 관련 활동을 계속해서 해나갈 생각이 있으니 혹시 같이 하고 싶으신 분들은 제 이메일(a09043@naver.com)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글, 사진 | 조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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