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의 힘으로 새롭게 창조되는 나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나눔

더 혁신적인 도구와 아이디어로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나눔이란 무엇인가?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 안철수 연구소 의장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주식투자전문가

세상과 지혜를 나누는 이 시대의 멘토
다른 영역을 자유로이 오가며 행동의 경계를 허무는 두 사람
이들에게 어제의 나눔과 미래의 나눔을 묻는다.
보통 사람들의 힘으로 새롭게 창조되는 나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나눔,
더 혁신적인 도구와 아이디어로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나눔

나눔에 대해 묻고 답한다.

ⓒ아름다운재단

Sympathy와 empathy의 차이, 동정과 공감.

위에 서서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위치에 서서 하는 것. 

박: 같은 맥락입니다. 제 생각도 비슷한 데요. 나눔이란 것을 영어로 표현하면 sympathy(동정)와 empathy(공감, 교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러시아에서 브나르도 운동이 일어났었는데요. 많은 지식인들이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위해 같이 살고 행동하자는 운동이었죠. 그런데, 농민들에게 당신들을 위해 우리가 뛰어들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하자 거부당하면서 실패로 끝났어요.

그 이유는 같이 행동한다고 한들 그들이 될 수는 없었기 때문인데요. 다른 계층과 다를 바 없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세가 원인이었지요. 우리가 생각하는 관점도 위에 서서 엎드린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무릎 꿇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근데, 문제는 나눔이라는 말이 부쩍 화두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굳이 논하지 않아도 굉장히 사는 게 어려웠지만 다들 아무렇지 않게 나눴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당시에는 나누자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았었죠. 지금 나눔이 화두가 되는 것은 진정한 나눔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안: 저도 같은 생각인데요. 저희가 지방에서 강연을 하면서 종종 하는 이야기인데, 가장 최근까지도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을 보면 그 시대를 시사 하는 바가 많다고 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책은 예전 같으면 베스트셀러가 되기 힘든 책인데, 인기를 얻고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요. 조정래의 [허수아비춤]도 그렇고 [대물]이라는 드라마도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등장하지요.

이러한 화두가 왜 관심을 끄는가 하면 우리가 ‘정의’나 ‘허수아비춤’으로 대표되는 생각들, 그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모습을, 다시 말해 갈망하고 이상으로 생각하던 그러한 것들과는 동떨어진 현실을 살면서 느끼는 상실감이 크다보니 더욱 갈망하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기부문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갈망한다는 것은 필요를 느끼면서도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는 상황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박: 총 재산이 29만 원이라 밝히신 전 대통령이 처음에 정권을 불법적으로 획득한 후 내세운 구호가 바로 ‘정의로운 사회’였습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구호로 내세운 것이지요. 사훈을 보면 대게 그 조직에게 부족한 부분을 내세우기 마련인데요. 즉, 정의를 되풀이 하는 건 그만큼 정의가 결핍되고 나눔이 가장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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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눔, 3가지 경향

IT 기술을 수단으로 활용해 혁신적 아이디어의 도입이 늘어날 것이고,
시민단체에 (회사처럼) 경영이 본격 돌입될 것이고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소셜 벤처가 늘어나 NGO와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

안: 제가 생각하는 미래의 경향은 전반적으로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눔 운동에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리라 생각합니다. 키바라는 회사대표가 한말이 있는데요. 미래 모금운동의 키워드는 소셜, 펀, 모바일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소셜이 중요한 이유는 친구, 지인과 함께 어떤 일을 실천하게 되고 곧바로 나눔의 수혜자와 연결도 되고 참여도도 오를 수 있기 때문이죠.

펀이란 게임요소를 넣는 것을 말하겠죠. 키바는 작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사람의 순위를 소개하거나 팀을 이루어 경쟁을 유도하기도 하는데요. 요즘은 심각해지기보다 즐기며 하잖아요. 목적달성이 인생이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는 것. 이것이 인생이죠.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그 사람 인생은 불행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잘살게 됐지만 자살률이 높은 이유도 바로 이 과정을 즐기지 못하기 때문인 듯해요. 펀이라는 요소를 도입하는 게 키워드가 되겠죠.

모바일 도입은 오프라인 현장, 온라인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24시간 모바일 환경을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 다른 경향은, 회사와 시민단체는 공통점이 많은데요. 둘 다 부족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습니다. 그 귀중한 모금액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효과를 얻어야지 본래의 뜻을 이루는 것이 되겠지요. 따라서 비영리 부문에 경영에 대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셜 벤처의 등장을 들 수 있습니다. NGO와 컴퍼니의 중간개념이랄까요. 이 분야의 여러 관계자를 만나 보면 어떤 분은 벤처를 강조하고 또 어떤 분은 소셜을 강조하더라고요. 소셜을 강조하는 분의 주장을 들어보면 국가 지원체계의 미약함을 호소하시던데요, 전 반대입니다. 소셜 단체와 NGO가 다른 건 회사라는 점이지요. 소셜 벤처에 대한 지원을 바라는 분들은 NGO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개념적인 혼란이 있는 듯해요. 착각인거죠.

정리하면 IT기술을 수단으로 활용하여야 하고 경영에 대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하이브리드 형태의 소셜 벤처가 나타나서 빈칸을 채운다면 NGO와 선의의 경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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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도 즐겁게, 마치 게임을 하듯이.

산을 탈 때도 오르고 내리는게 대부분이고 정상에 있는 시간은 잠시 뿐이다.
그러므로 과정이 중요하다. 

안: 큰 정부, 작은 정부라 하는데 큰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거두어 전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것. 작은 정부는 가능한 한 세금을 걷지 않는 대신에 세금을 내지 않음으로써 여력이 생긴 단체, 회사의 힘을 빌려서 정부의 몫을 하게 만드는 사회를 말하지요. 모든 단체와 협력, 조율을 해야 하는 게 작은 정부겠죠. 저는 이야말로 상식이라 생각했는데,

요는 작은 정부는 시민단체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되고 시민단체, 기업을 자기편으로 아우르는 즉, 포용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말고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본질의 이해가 필요한데, 너무 이해가 없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나눈 이야기였었죠.

(중략)

ⓒ아름다운재단

전통적 기부는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에게 시혜적으로 나누는 것이면,
미래의 기부는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고,

사회 각 구성요소들(정부, 기업, NGO 등)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아닐까?
또한 정부가 그걸 잘 조율하는 모습이 미래의 기부 모습이 될 것

박: 여건에 따라 돈을 기부하거나 재능기부 등 돈의 가치가 수평적 가치가 되는 듯합니다. 학생들이 그룹을 이루어 어려운 가정의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는 가치가 더욱 높을 수 있는데, 너무 드러내놓고 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요. 전통적 기부와 미래의 기부에 대한 개념과 방식 차이일까요?

안: 결론짓긴 어렵지만 전통적인 기부가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라면 미래의 기부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닐까요. 사회 각 구성요소 정부, 기업, NGO 단체들이 협력하는 형태, 여기서 정부가 전체를 조율하는 모습이 미래의 기부라 생각합니다. 시간과 재능 등 다양한 형태를 띄는 것이 미래의 기부겠지요.

ⓒ아름다운재단

수천억 기부하는 것도 가치 있지만
대학생이 저소득층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가치있는 기부

시간 기부, 재능 기부, 교육 기부, 자원봉사로의 기부 등
돈만 내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가 미래의 기부모습

박: 요즘 기부라는 주제로 하는 강연을 같이 다닐 일이 자주 있었는데 선생님과 기부의 형태의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여기 있는 대학생들의 우리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어 훨씬 창의성이 있는 나눔에 방식에 대한 생각을 하고 빛나는 창의성을 가지고 사회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empathy처럼 기회를 열어주면서 그들의 지렛대가 되고 나도 같이하는. 그렇게 되면 10년 후의 우리나라가 진짜 아름다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위의 글은 아름다운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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