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름다운재단의 일꾼으로 합류하게 된 것은 제 아이가 15개월 쯤 되었을 때 였습니다.
학력,경력,나이 불문이라는 아름다운재단의 채용공지를 보고
경력단절 주부를 채용하는 고마운 곳은 이 곳밖에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아이를 낳기 이전과는 다른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이 딱 이곳이라는 생각도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 그런 이야기를 주절주절 썼던 기억이 납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모두가 함께 살아갈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아름다운재단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찾고 싶다는……..
지금 생각하니 자기소개보다는 호소에 가까운 글이었습니다. 

그 당시 공동체, 함께 사는 세상 등에 대한 생각이 간절했던 것은 아이가 혼자 살아갈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 부터라도 내 아이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아이도 챙겨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첫 돌에 블로그에 적은 글귀를 보면  ‘남을 배려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적기도 했으니까요.

첫 돌을 맞아 개인 블로그에 남긴 아이의 기념사진

 

아름다운재단에서 모금 담당자가 되어 일하면서 많은 기부자들을 만났고 사람들이 기부하는 다양한 이유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부모의 마음으로 기부하는 분들을 만날때면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을 꾸며 자기소개서를 쓰던 그 때의 나와 오버랩 되는 것 같아 크게 공감, 공감이 갑니다.

‘네가 받은 사랑만큼 다른 사람들, 세상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주렴’

‘사랑하는 우리 한경이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더 따듯한  곳이 되길 바라며’

‘더 많은 이에게 나눌 수 있는 아이로 자라다오. 사랑한다’

‘무조건 내어주는 것의 기쁨이 무언지를 알게 해줬음은 물론이요 나눔으로써 충만해지는 일상을 경험케 해주었어요’

‘아빠,엄마는 네 생일을 맞아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다 주위의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기로 했단다.
 아빠 엄마의 이 선택이 너의 삶에 아주 소중한 지표가 되었으면 한다’

위의 글들은 아이의 첫 생일을 맞아 나눔을 실천하는 돌기념나눔에 참여하신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남기는 메시지 입니다.

아이에게 남기는 글 같지만 어찌보면 부모님의 결심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 이외에 세상에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도 아이를 계기로 더 따듯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겠노라는 새로운 시작 말입니다. 
나눔은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작은 첫걸음이기도 하구요.

부모의 마음으로 첫 걸음을 떼었다면 아이의 인생안에 함께 있는  즐거운 일, 기쁜 일, 슬픈 일, 분노할 만한  모든 일들이 아이만의 것이 아니라 이 세상과 함께 할 만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
아이를 통해 배운 나눔의 의미입니다.

아이는 그런 부모의 실천을 보고 배우며 
나눔과 함께하는 자연스런 삶을 살아 갈 것이고
그렇다면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그렇게 외롭거나 팍팍하지만은 않은
따듯한 세상일 것이라는 것을 믿어 보게 됩니다.

이제는 8살이 된 제 아이는 가끔 말합니다.

“엄마 내 꿈은 커서 요리사가 되는 거야. 요리사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자라는 동안 아이의 꿈은 수시로 변하겠지만, 그 작은 아이의 인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나눔이 다양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기를 다시 한번 기도합니다.  

글 | 김현아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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